트럼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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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귀환?
  •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 승인 2022.01.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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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칼럼]

지난 1년 간 책 저술 작업으로 시간 여유가 없어 <대학지성> 칼럼 집필을 쉬다가 약 1년 만에 다시 칼럼을 쓰게 되었다. 컴퓨터 파일함을 열어보니 작년 1월 <대학지성> 지면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칼럼 제목이 “아듀 트럼프”였는데 오늘은 “트럼프의 귀환”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2021년 1월 17일자 <대학지성> 지면에 실린 “아듀 트럼프”란 제목의 칼럼에서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대부분 불명예스러운) 몇 가지 기록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일부를 다시 소개하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이취임식 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워싱턴 D.C.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자신만을 위한 환송 행사를 열고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취임 직전 플로리다의 개인 리조트로 떠났는데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별 다른 긴급한 일이 없으면서도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사례는 미국 역사 상 1869년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대통령 이후 152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임기 중 두 번 탄핵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13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되었으나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고, 2021년 1월 13일에는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폭력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내란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번째 탄핵되어 임기 중 두 번 탄핵당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를 획득한 후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1월 3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바이든 후보에게 졌지만 득표수로는 2016년 대선 당시 획득한 6,298만표 보다 1,120만표 이상 많은 약 7,422만 표를 획득하였다. 2008년과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약 6,950만 표와 약 6,590만 표를 획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보다 약 500~800만 표를 더 얻고도 진 셈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보다 더 많은 득표를 획득한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처럼 임기 중 여러 분야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 또는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몇 가지 새로운 기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신에 의하면 미국 연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지지자들의 폭동을 직간접적으로 선동한 것으로 보고 내란선동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기소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내란선동 혐의로 기소되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한편 뉴욕주 검찰은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소유한 트럼프그룹의 부동산 탈세 및 사기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하였는데 만약 기소로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게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 및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추가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2024년 11월로 예정된 제60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트가 대통령에 재당선된다면 1885년부터 1889년까지 미국의 제22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후 1888년 대통령 선거에 져서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1892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하여 제2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클리브랜드(Grover Cleveland) 대통령에 이어 중간에 한 텀을 쉬고 대통령으로 2번 재임하는 역사상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기록의 달성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최근 미국 언론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재당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RealClearPolitics 사이트(https://www.realclearpolitics.com; 2022년 1월 24일 최종 접속)에 올라와 있는 가장 최근(2021년 11월 3일~12월 19일)에 실시된 6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을 경우 월스트리트저널(Wall St. Journal) 조사에서만 46% 대 45%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기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고 라스무센(Rasmussen)과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를 비롯한 5개 기관 조사에서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3%까지 이기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선거와 2020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보여준, 그리고 4년 간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기간 중 보여준 온갖 기행과 파격적인 행보, 특히 사회적 약자와 여성, 이민자를 향한 조롱에 가까운 독설과 열혈 지지자의 동원을 위해 끊임없이 혐오와 분열을 조장했던 행태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말 당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정치학자와 역사학자들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꼽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다시 ‘귀환’한다고 생각하니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가 아닌가 싶어 남의 나라 일이지만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전통적으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갈등을 조정하고 분열을 해소하여 통합을 이뤄내는 일인데 이제 이러한 덕목보다는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선동하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에 기대어 지지를 끌어내는 일이 현실 정치에서 더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 같아 정치학자로서 심히 우려스럽다. 그리고 더 큰 우려는 이러한 ‘트럼프 현상’이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약 한 달 반 뒤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통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나쁜 정치’와 ‘한국의 트럼프들’을 응징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화해로』(공저),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공저), 『전후 일본의 보수와 표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정의론, 인권, 민족주의, 다문화주의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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