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현상의 하이콘셉트 혹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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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현상의 하이콘셉트 혹은 가능성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1.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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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와 이동성 | 정은혜·김수정·배진숙·이승진·김수철 외 5명 지음 | 앨피 | 304쪽

 

이주자와 미디어, 문화 및 역사 영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초국적 다문화 현상을 진단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제 적어도 문화 영역에서는 초국적 다문화 현상이 표준이 되었다. 상이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질적인 발화자들이 새롭게 소통할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데 디아스포라만큼 유용한 개념은 없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제 이주자, 이동하는 사람들은 민족적 스테레오타입을 스스로 해체하며 정착한 땅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매개하고 있다. 

이 책의 연구는 이동과 관련한 민족성의 존속 및 부활, 새로운 이주 현상과 국민국가 통제력 간의 관련성, 이주의 정치학이나 인권 문제 등과의 연계성을 탐구하기 위해 디아스포라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특히 한인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디아스포라 및 한국으로 유입된 다문화인 등, 지적 집단의 유목적인 사고와 활동이 소속된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상호작용과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좀 더 상세하게는,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노동자 및 동포 2세들, 탈북민, 일제강점기가 낳은 재조일본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및 문화 현상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극복을 위한 이론 연구와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고, 디아스포라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기에서 이주자의 민족, 성별, 모국의 경제적 상태, 연령 등에 따라 주관적으로 단순화하는 카테고리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동시에, 거주지 사회에 끼치는 다양한 영향력에 주목한다.

한편 이 책의 연구는 디아스포라의 사유에 이동성mobility이라는 개념을 포함시킨다. 기술적 발전과 이에 따른 이동수단 이용을 통해 인간의 시간과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되고, 그에 따라 자기인식 또는 자기정체성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재구축된다. 디아스포라 개념은 과거 형태 그대로가 아닌 지구화 시대에 부응한 형태로 갱신됨으로써 그 유효성이 입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책은 디아스포라 사유의 모호함을 테크놀로지의 변천 및 공간의 변화에 관련해서 고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빠른 속도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이주민이 한국에서 마주한 사회적·문화적 문제를 다룬다. 특히 지금까지의 관련 논의가 국내 유입 혼인이주자 중심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한국으로 건너온 유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혼인이 아니라 학업을 위해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출신국 중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안에 고립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이들의 한국 사회 공존을 도울 정책적인 제언을 담고 있다.

2부는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디아스포라 및 디아스포라적 현상을 다룬다. 재일조선인 문학의 영화화, 탈북민 리얼리티 프로그램, 코로나19와 모바일이 만들어 낸 미디어 환경 변화는 모두 물리적 또는 가상적 공동체에서 비롯되고 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가상 공간이나 집단은 새로운 가능성의 토대이자 또 다른 사회적 문제점의 출발점이라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3부에서는 이동하는 행위자를 통해 벌어지는 문학적·역사적 현상을 탐구한다. 이제 역사와 문학의 주체는 정착인이 아닌 이동인이다. 이들은 이동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들은 포착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논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동은 뜻밖의 교류로 이어지고, 그 교류는 새로운 경험과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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