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득보장제도 비교 분석: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음의 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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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소득보장제도 비교 분석: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음의 소득세)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1.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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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NARS 이슈와 논점 제1918호

 

최근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미래 소득보장 제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논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발전, 노동시장 변화를 비롯한 사회변동에 기존의 복지제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긱경제(gig economy: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근로자와 단기, 임시 계약을 맺고 고용하는 경제 형태를 의미한다.)의 발달과 플랫폼 노동 등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대, 근로 빈곤 증가 등의 문제에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복지제도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약 806만 명)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2.6%에 그친다(정규직 93.6%). 이러한 인식 속에서, 새로운 소득보장제도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촉발된 기본소득(Basic Income)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에서 미래 소득보장 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보수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을 활용한
안심소득이라는 대안이 새롭게 제시되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음의 소득세)을 중심으로 미래 소득보장제도 모델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비교 분석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 <미래 소득보장제도 비교 분석: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음의 소득세)>(저자: 윤성원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을 지난 19일 발간했다. 

 

■ 기본소득

▶ 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은 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가구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소득이나 자산 보유에 상관없이, 바우처나 현물이 아닌 ‘충분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업자, 빈곤층, 청년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도 넓은 의미에서의 기본소득에 포함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이론적 기원은 다양하나, 기본적으로 기존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증진하자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 기본소득 관련 논의

현재의 기본소득 관련 논의는 크게 불안정노동자와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행정비용 감소와 수급자의 근로의욕 고취, 그리고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빈곤 가구 중 기초 생활 보장 급여를 받는 가구의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안이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정작 사회적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 비판한다,

행정비용 감소와 수급자의 근로의욕 고취 문제 역시 중요한 논점이다. 기본소득은 자산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제도에 비해 행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취업하거나, 일정 소득에 다다르면 복지혜택이 사라지는 기존제도에 비해 자신의 취업상황이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혜택이 지급되기 때문에 근로의욕 감소 효과가 줄어든다고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기본소득과 근로의욕 감소 효과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서 실험군(기본소득 수급)과 대조군(실업급여 수급)의 고용일 수 차이는 1년 차에선 거의 없었으며, 2년 차에선 기본소득을 받은 집단의 고용일이 1년 평균 5일 많았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로 인해 전체 일자리 수가 감소하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기술혁신으로 인해 전체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고숙련 일자리가 늘고 저숙련 혹은 중간 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형태로 노동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과제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몇몇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검토했을 뿐, 아직 국가 단위에서는 한 번도 실제로 도입되어본 적이 없는 정책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먼저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의 재분배 효과, 거시경제에의 효과, 행정비용, 근로의욕 등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이다. 즉, 기본소득의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가 누적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재원 조달에 관한 부분이다. 기본소득 도입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GDP의 10%를 목표로 삼고 기본소득을 도하자고 주장한다. GDP 10%면 1인당 월 30만 원을 줄 수 있으며, 약 187조 원이 필요하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세금을 현재보다 약 53% 더 내야 한다. 그에 대한 재원 대책으로는 현재 탄소세, 국토보유세, 정률의 소득세 도입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여러 대안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증세를 하는 경우 국민의 동의 여부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무 조건이 없으면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 응답이 많지만, 증세나 복지축소가 동반되면 반대가 찬성보다 많아진다. 증세나 복지축소에 관한 언급이 없을 때는 기본소득 도입 찬성이 42.8%, 반대가 26%이나, 세금을 더 내고 복지혜택이 축소된다는 전제가 붙으면 반대가 45.8%, 찬성이 25.3%가 된다. 이런 점에서 국민에 세 부담 증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음의 소득세(안심소득)

▶ 음의 소득세(NIT)의 정의

음의 소득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음의 소득세는 소득수준이 기준점보다 낮은 가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높은 가구에는 세금을 걷는 제도이다. 소득이 기준 이하인 가구에는 본인의 소득과 면세점과의 차이에서 일정 비율만큼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소득이 면세점 이상인 가구는 소득과 면세점과의 차이의 일정 비율을 소득세로 내게 된다. 일부 복지제도는 음의 소득세로 통합된다.

▶ 음의소득세 도입모델로서의 안심소득

안심소득(Safety Income System)은 기존의 음의 소득제 모델을 응용하여 국내의 일부 연구자가 제안한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안을 일부 수정하고 정책으로 만들어 안심소득의 효과를 측정하는 시범사업을 2022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중위소득의 85% 이하와 재산 3억 2,600만 원 이하를 충족하는 가구를 선정하여,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을 시가 지원하고, 현행 복지제도 중 일부는 안심소득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심소득은 크게 2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가구원 수별 기준소득을 정하고, 가구의 시장소득을 파악한다. 다음은 기준 소득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50%를 급여로 지급한다. 쉽게 말해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대해, 중위소득에서 부족한 소득의 50%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은 안심소득으로 대체된다.

▶ 안심소득-음의 소득세(NIT) 도입을 위한 과제

안심소득 역시 아직 시범사업이 시행되기 전 단계로 이 제도의 효과에 관해서는 축적된 연구가 부족하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안심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 거시경제에의 영향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안심소득이 가구 단위로 지급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다. 가구 단위로 지급되는 안심소득은 1인 가구일수록 다인 가구에 비해 급여액 산정 시 유리해서, 가족해체를 유도하거나 편법적 방식으로 가족구성 형태를 바꾸게 할 수 있다. 가구 분리나 동거 여부를 판단하는 데 별도의 행정비용이 들어가게 될 가능성도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가구에 대한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 확립도 중요한 과제이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안심소득 역시 재원 조달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 기존 복지제도를 일부 대체한다고는 해도, 그 비용만으로 안심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전부 마련하기는 어렵다. 안심소득 재원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


■ 기본소득과 음의 소득세 비교

▶ 이론적 배경, 제도설계

기본소득과 음의 소득세는 미래 소득보장제도로서 경쟁 중인 모델이지만 공유하는 부분도 많다. 기존 복지제도에 비해 제도가 훨씬 단순하여 사각지대나 근로의욕 감소 문제가 적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기본소득을 먼저 지급하고 과세를 하는지, 처음부터 소득에 따라 혜택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제도설계 측면에서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기본소득은 개인 대상이지만 음의 소득세는 가구 대상이라는 것이다.

 

▶ 소득재분배, 경제적 효과, 행정비용 

기본소득제와 음의 소득세 모두 소득보장과 불평등 완화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는 정책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직 관련 연구가 많지 않고, 연구에 따라 결과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과 음의 소득세(안심소득) 모두 현 제도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둘 중 어느 쪽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더 큰지는 엇갈리는 결과가 제시되고 있어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다.

기본소득과 음의소득세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역시 관련 연구가 많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양쪽 모두 거시경제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 두 제도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행정비용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매우 복잡한 자산 조사를 수반하는 기존 복지제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줄어드는 행정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 나가며

기본소득과 음의 소득세를 둘러싼 미래 소득보장 제도에 관한 논쟁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양쪽 모두 나름의 이론적, 실증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지만, 아직 근거 자체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소득보장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면, 입법과정에서 증거 기반 정책(Evidence Based Policy)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 효과에 대해 비교,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념이나 의견이 아닌 증거에 기반하여 정책 결정을 할 때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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