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국민국가는 실현가능한 이론인가, 내재적인 국민국가의 연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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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국민국가는 실현가능한 이론인가, 내재적인 국민국가의 연속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1.17 0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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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국민국가라는 외재적 식민주의와 제국: 타자ㆍ예외ㆍ차연 | 이소마에 준이치·히라노 가쓰야·전성곤 지음 | 소명출판 | 330쪽

 

2021년 12월 8일은 일본이 미태평양함대기지를 공격한지 80년을 맞이했다. 희생자 추도식을 가졌지만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이로 인해 전개된 태평양전쟁은 ‘국민국가’와 제국주의 희생자는 누구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는 세계화와 국민국가의 충돌을 사실로써 보여준 강요된 희생자 민족주의였지만 여전히 ‘국민국가의 인식 폭력’은 은폐되어 있다. 진주만 공격으로 발발한 태평양전쟁을 원폭피해국으로 전환시켜 희생국가 일본을 만들어 내고 세계적 평화를 실천하는 ‘평화 내셔널리즘=국민국가의 세계화’를 구축해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만을 강조함으로써 태평양전쟁 이전의 제국주의의 문제를 소거시켰다. 전자의 획득에 의해 후자의 소거는 정당화되고 전후 국민국가는 내적 식민지로서 강화되었지만 80년이 지나도 각성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국민국가의 인식의 폭력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소화 천황(昭和天皇)의 인터뷰 속에서 ‘조선은 일본이지만 만주는 아니라고 구분한 점’은 인식론적 식민지 문제를 잘 보여준다. 소화 천황은 1901년 출생인데 한일합방은 어렸을 때의 경험 즉 무의식 세계로서 조선은 일본영토라고 당연하게 생각했고, 1926년에 황위에 올라 그 이후에 벌어진 만주 침략은 일본영토가 아니었다고 의식하게 되었다고 했다. 무의식과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 제국주의’의 문법으로서 ‘국민국가의 유한성’이고 동시에 그 이후의 지속성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일본은 역사인식이나 국가 사상으로서 천황의 문제는 현재적인 문제이며, 공동체 내부에서 역사인식이나 국가 혹은 국민의 문제를 상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 민족주의의 내면화가 끝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방법은 국가란 무엇인가 혹은 국민이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일 것이다. 본 저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집필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나 국민의 정의를 내리기 위한 것이 국가학이나 정치학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나 국민이 어떻게 개념화되고 범주화되면서 ‘민족주의나 희생 강요가’ 정당성을 갖고 그것이 역사화 되었는가를 드러내는데 방점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저서는 국가나 국민의 문제를 지구화와 국민국가의 변주론으로 설정하고, 그 배경의 문제로서 ‘내면의 식민지’를 규명해 내고자 했다. 세 명의 저자들이 공유한 공통된 방법론은 탈국민국가와 국민국가의 문제를 이항대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탈국민국가와 국민국가 이론이 어떻게 ‘현재적 인식을 형성했는가’에 입각점을 두고 세계사적 문제와 국민사를 연결하여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로써 글로벌 이론의 재심은 물론이고 국민국가의 통합성을 심급하는 기회로 삼아 국민국가론이 갖는 제한성을 넘고 차이성을 발견해 내고자 했다.

전체는 3부로서 이소마에 준이치가 제1부 타자성과 국민국가를 담당했고, 히라노 가쓰야가 제2부 예외성과 국민국가, 전성곤이 제3부 차연성과 국민국가를 집필했다. 이 책은 세계성에 대칭으로서 국민국가가 아니라 이 둘은 제국주의의 공범으로서 뿌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이는 근대의 문제와 비판적 인식이 무엇인지와 지속적으로 투쟁하게 해주고 새로움을 예측하는 ‘이론’으로 연결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제1부는 1990년대 일본에서 형성된 탈국민국가 논의가 국민국가를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이 둘 사이의 양가성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이론가로서 내향하는 일본의 국민국가를 비판하는 사카이 나오키와 번역론에 대해 토론하면서, 사카이 나오키의 국민국가론을 넘고자 했다.

그리고 제2부는 전후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내재된 세계성의 수용 문제와 초극의 문제를 야스마루 요시오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메이지 국가의 인종주의 형성이 국민화의 차별성을 동반하는 ‘배제적 포섭’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본 국민이 오히려 자본주의 세계의 ‘물상화’에 포섭된 패러독스를 제시했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번역어로 재현되는 국민국가적 세계주의의 문제를 국수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었다. 그리고 언어, 다중어에 변주로서 내면의 갈등을 통해 국민국가를 상대화하는 식민자2세의 모습을 조명했고, 서구어의 심파시(sympathy)를 동정 개념과 연결시켜 공동체 내부의 ‘절대성’을 만들어내는 국민국가의 폭력성을 규명해 냈다.

여전히 지속되는 국민국가의 문제는 단순하게 탈국민국가를 외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화와 국민화의 문제를 동시에 조망하는 시각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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