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학회,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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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 심포지엄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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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강대 하비에르관에서 열려
무조건적 기본소득 확보, 커먼즈 요소 활성화 등 다양한 제안 나와

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르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은 '기업화되고 있는 기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뒷받침하고 재생산하는 기관'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대학은 '등록금 동결 문제' 등 대학의 생존권과 관련해 풀어야할 숙제들도 남아있다. 어려운 난관 속을 헤쳐나가고 대학이 올바르게 나아가야할 길은 어떤 길일까. 이러한 대학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학의 올바른 미래를 제시하는 한국대학학회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 심포지엄이 31일 서강대 하비에르관 426호에서 열렸다.

 

지난 31일 열린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에서 첫 번째 발표를 하고 있는 정남영 전 경원대 교수.(사진=김한나 기자)

 

◇"대학 내 부재한 '공통적인' 것을 만들어야"
심포지엄의 첫 발표자인 정남영 전 경원대 교수는 대학의 미래를 두고 '커먼즈(commons)로서의 대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어떤 방향이든 연수 및 학습과 관련된 공통적인 장이 대학 내 만들어져야 우리 사회에서 대안 근대로의 발걸음이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학 위기 극복의 첫 번째 키로 '전문화 형태로 분리된 대학의 구조를 극복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현재 대학 내에서 생산된 지식에 대해 "분리의 산물"이라며 "대학 내 '공통적인 것'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정 전 교수는 이에 "학문들의 협동이 기후위기, 인류세와 같은 위기로 인해 더욱 필요하다"며 "대학의 구조나 대학 내 연구 방식이 이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다시 구축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학 내 '연구-학습, 연구·교육과 행정의 분리'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들도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교수는 "본래 행정의 역할은 연구와 교육의 지원"이라며 "대학 내 행정의 흐름이 연구와 교육의 흐름에 다시 맞춰져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에 봉사하는 현재의 행정을 다시 교육과 연구에 봉사하도록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연구 및 학습을 위한 자원의 공유와 무조건적 기본소득(보장소득)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추가적으로 모든 지식과 정보를 어디서나 내려 받아 무상으로 공유하고 실제 제조는 특정 지역에서 그 지역의 물질, 재료, 원료를 사용해 행하는 DG-ML(Design globally, manufacture locally)의 지향점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현 기자)

 

◇"커먼즈 요소 활성화하고 영역도 창출해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한국 대학의 중장기적 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두 가지로 정리하며 이로부터 발생한 변화를 올바른 결론에 이르도록 잘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인구절벽으로 인한 대학 규모의 축소와 재편을 불가피하게 요구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그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 진행될 이 재편작업은 한국 대학의 미래를 크게 바꿀 것"이라며 "조정의 과정에 따라서 한국 대학의 지형은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대학의 중장기적 변화를 추동할 다른 한 가지는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명이 가져올 변화다. 그는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대학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대학이 기술혁명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대학의 변화점으로부터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대학은 대학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커먼즈의 요소들을 지키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커먼즈의 영역을 창출해나가는 주체적인 노력이 더 필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박서현 제주대 학술연구교수.(사진=김지현 기자)

 

◇“변혁 위한 운동, 견제하는 국가, 교수사회의 집단 실천이 필요”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박서현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사회적 임금과 보장 소득이 대학을 변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건 맞지만, 현재 대학이 봉착해 있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임금과 보장 소득이 대학교육과 대학의 변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으려면 대학 변혁을 위한 운동과 대학의 포섭을 견제하는 국가,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저항하는 교수사회의 집단적 실천 등이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재의 대학을 두고 "대학 그 자체로 긍정이 될 수는 없다"며 "이제 대학이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저항하는 실천의 공간이 돼야할 때"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실천 주체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한 연합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규직 교수만으로 이루어진 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닌 대학을 구성하는 시간강사나 비정규연구자, 학생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연합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대학학회는 국내 대학의 위기에 맞서 대학 교수들이 학문적인 역량을 결집해 대학문제에 본격적이고도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4년 창립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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