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케인스 경제학을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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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케인스 경제학을 읽어야 하는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1.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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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스 경제학을 찾아서: 주류 경제학이 가르치지 않는 정통 케인스 경제학 입문 | 마크 G. 헤이스 지음 | 현동균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76쪽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 그는 경제 이론과 경제 정책에 있어 위대한 지적 혁명을 촉발시켰다. 이 책은 수학 방정식 등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독자 모두가 쉽게 케인스의 경제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케인스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 즉 시장경제에 있어서 불확실성, 균형의 의미, 화폐의 역할, 그리고 유효수요의 원칙을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핵심 개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기존 주류 경제학과 그 안에서의 자칭 케인지언들이 가지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에 비추어 현대 경제에 있어서 다양한 논쟁점들, 즉 고용과 실업의 문제, 재정과 금융 정책, 국제수지 문제 등에 대한 케인스적인 해결 방안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논의들을 역사적 배경(베르사유조약부터 브레턴우즈 체제까지)과 연결시키고, 또한 케인스의 경제 이론이 현재의 유로존 문제에 어떤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비록 수십 년이 지났지만 케인스의 사상은 그 사상적 풍부함이나 복잡성(complexity)을 고려할 때 현대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케인스의 핵심 사상 중 「기대」(expectation), 「유동성」(liquidity), 그리고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기존의 앨런 코딩턴(Alan Coddington, 1976)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개략적인 분류 방식과는 상이하다. 이 책은 케인스가 「가격경직성」을 고집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은 신축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으며, 또한 소득(income), 임금 그리고 이자율이 모두 근본적으로 화폐적 현상이라고 인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케인스가 「유동성」을 논의했을 때 토지는 「유동성」을 갖는 반면, 주식은 「유동성」이 오히려 낮다는 일견 패러독스와 같이 여겨질 수 있는 언급에 대해 주목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케인스는 당시 존재했던 「고전학파」 이론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특수한 경우로 포괄하는 좀 더 일반적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케인스 이론이 자신들의 이론에 비해 오히려 특수한 경우라고 강변하는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케인스의 경제사상이 그의 전 삶에 거쳐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남긴 유산이 어떤 것인가를 고찰한다는 면에서 전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방법론은 분석적이다. 즉, 소위 그가 계승했다고 말하는 「고전학파」 이론에서부터 출발해 그의 경제 모델이 점진적으로 발전, 결국 그의 『일반이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그의 생애 마지막 시점에 소위 브레턴우즈 체제 협정에 그가 기여했던 바에 암묵적으로 담겨 있는 모델)에 도달하는 모습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적인 모습들은 대부분 이 책의 5장과 6장에 담겨 있다. 단, 그 순서에 있어서 시간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 경제학도와 여타 사회과학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케인스의 「고전학파」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케인스와 「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는 각종 논증은 80년 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인다. 따라서 케인스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케인지언(Keynesian)과의 차이점, 혹은 케인스와 소위 ‘케인스의 불꽃’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포스트 케인지언」과의 차이점 또한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케인스가 생각한 모델과 케인스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바에 한정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7장은 역사적 기록에 대해 좀 더 세밀히 살피고 있으며, 그 이후의 역사적 사실에 끼친 케인스의 영향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그의 사상과 정책 제안이 현대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갖는 타당성을 검토한다.

                      케인즈

케인스가 정말로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궁금해하는 현대 독자들이 선뜻 케인스의 『화폐론』이나 『일반이론』을 접했을 때는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책들은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책들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집필된 책이며, 케인스 이전의 경제학으로부터 새로운 경제학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놓여 있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독자들이 그러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구분해 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현대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보지 않고 낡은 것에 주목하면서 케인스를 이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가장 무책임한 태도는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고전’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읽어 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좌절이나 곡해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옮긴이에 의하면 이 책의 목적은 그러한 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케인스를 좀 더 잘 읽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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