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국민 만들기’…근대의 산물, 해피 드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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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국민 만들기’…근대의 산물, 해피 드러그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1.0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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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근대적 건강을 상상하다: 근대적 과학지식과 해피 드러그 | 김경리·김선희·박삼헌·이영섭 지음 | 소명출판 | 209쪽

 

코로나 팬데믹 상황,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비누로 손 씻기가 가장 먼저 대중화되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 행위를 통해 세균을 없앤다는 위생 관념은 비누 탄생 20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인 집단 감염병 사태에서 한번 더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세균학은 비누와 치약을 통한 가정위생으로, 유전으로 허약한 신체와 질병은 각종 영양제 복용을 통한 가정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인식은 근대의학에 기반한 국민건강담론의 출발점이었다.

개인의 신체 건강담론은 근대 의학에서 출발했고 19세기의 국민국가의 ‘건강한 국민’으로, 더 나아가 제국주의를 발판으로 한 식민지 확장에서 ‘문명’으로 대리 표상되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은 건강한 병사로서의 남성, 제2의 국민을 창출하는 모성으로서의 여성이었다. 따라서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건강한 아동은 건강한 성인이 된다는 유전학, 인종학과 우생학에 기초한 각종 의학담론이 ‘문명’으로 교육ㆍ홍보되면서 식민지와 피식민지 국민의 우열을 가늠했다. 따라서 일본인은 유럽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악한 신체와 건강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영양을 공급하는 해피 드러그를 적극적으로 발매했다. 해피 드러그는 의사 처방이 필요 없이 신체의 면역력 강화라는 플라시보 효과를 내는 약품들로 일시적인 강장 효과와 그에 따른 외모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했다.

해피 드러그는 개인적인 우등과 우성의 ‘은유’로서의 건강의 가치가 확고해진 근대의 산물이다. 즉 질병의 적극적 치료가 아닌 삶의 질과 관련된 신체의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일반의약품으로 제국 일본의 영토에서 발매된 제품은 가족용 종합영양제로서 ‘폴리타민(ポリタミン)’, ‘와카모토(若本)’, ‘인삼(人蔘)’, 그리고 여성용 자양강장제 ‘주조토(中將湯)’, 남녀의 모발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발모제 ‘요모토닛쿠(ヨゥモトニック)’와 ‘후미나인(フミナイン)’이 있었다. 이제 막 근대의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 대중은 위생국가의 제도에 수동적으로 편입되어 근대적인 신체와 건강에 관한 담론을 학습했다. 반면 가정 내에서는 해피 드러그 상품을 능동적으로 소비하여 스스로 근대적 건강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체가 되었다. 특히 위생과 영양을 강조한 해피 드러그의 구입과 복용의 대중화에 신문과 잡지, 영화와 소설 같은 각종 대중 미디어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의학박사들의 임상결과를 강조한 해피 드러그의 건강 담론은 징병검사, 라디오체조,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 시스템으로 강화되었다. 이처럼 사회제도와 미디어를 통한 강화된 개인의 건강 언설은 도시의 주체적인 ‘대중’이 신체의 건강과 그에 걸맞는 ‘모던 상품’으로서 해피 드러그를 ‘욕망’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근대인’임을 확인해왔다.

최근까지 한국에서 해피 드러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는 없지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일같이 해피 드러그를 복용하고 있다. 요즘은 자신의 건강에 작은 이상이 생겨도 인터넷의 의학정보와 각종 미디어의 광고를 통해 개인 건강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각종 해피 드러그의 CM송을 따라 부르며 그 약품을 복용하는 행위는 이미 근대적인 소비 욕망의 주체성을 대표한다. 즉 서구의 근대가 동아시아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극복하고자 한 일본인들의 열악한 신체와 건강이 일제강점기 우리에게도 수용되었고 현재까지도 일상적이고 대중의 소비 욕망으로 명료하게 표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근대 ‘제국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용 자양강장제 ‘주조토’, 자양강장제 ‘폴리타민’, 발모제 ‘요모토닛쿠’와 ‘후미나인’, 인삼이 근대적 건강담론의 대표적 상품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약품복용을 통해 ‘건강한 국민 만들기’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을 찾아간다. 약국에 가서 ‘약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해피 드러그의 소비 행위는 위의 네 가지 약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네 갈래의 서로 다른 연구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현대 한국인이 가진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욕망이 어디로부터 연원했으며,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거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유용한 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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