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양윤리학으로부터 배우는 윤리적 자아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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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양윤리학으로부터 배우는 윤리적 자아의 완성
  • 박정순 연세대학교·철학
  • 승인 2022.01.0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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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동향』 (박정순 지음, 철학과현실사, 495쪽, 2021.11)

  
 “현대 윤리학의 시종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규범 및 응용 윤리에 대한 논의를 겸비한 고차적인 탐구작”

 

저서 앞표지 그림은 모든 종교들의 신자들을 보호하는 계몽적 관용의 상징으로서 로마의 지혜와 철학의 여신인 미네르바(Minerva)이다. 또한 미네르바 여신의 그림은 중세로부터 유명한 모토였던 “진리는 나의 빛”, 즉 “Veritas lux mea (The truth is my light)”도 상징하고 있다.” 출처는 독일 Daniel Chodowiecki, 목판화 (1791)이다.

저자가 지금까지 쓴 책들은 현대 서양윤리 철학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어서 저자의 전문 영역인 현대 서양윤리학에 관한 일반적 입문서는 아직은 없었다. 정년퇴임 후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그러한 입문서를 내보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을 통해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물론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저서만을 가지고는 현대 윤리학의 동향을 샅샅이 파악한다는 것은 역부족임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방법론에 관련하여 4편의 논문들을, 응용윤리학의 관점에서 3편의 논문들을,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와 연관하여 3편의 논문들을 배치하여 어느 정도의 종합성을 갖도록 하였다. 그 중 2개 논문들, 즉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원리와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배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인간 의식과 행동의 변화」는 완전히 윤리학 논문들은 아니지만 윤리학에 밀접한 연관을 가진 논문들이므로 이 책에 포함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서문, 3부에 걸친 총 10개의 장, 후주, 참고문헌, 찾아보기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방법론으로, 그 제하에 제1장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원리와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배제, 제2장 일상언어와 도덕적 합리성: 툴민의 정당근거적 접근방식을 중심으로, 제3장 감정의 윤리학적 사활, 제4장 윤리학에서 감정의 위치와 역할: 공동체주의, 여성주의, 자유주의가 있다. 제2부는 응용윤리학의 관점으로, 그 제하에 제1장 윤리학에서 본 기업윤리관, 제2장 공직윤리: 현대적 의미의 청렴성 개념과 그 윤리적 기반의 구축, 제3장 생명의료윤리에서 악행금지 원칙이 있다. 제3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로, 그 제하에 제1장 정보통신문화와 도덕의 정체성, 제2장 익명성의 문제와 도덕규범의 구속력, 제3장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인간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있다. 후주는 총 840개로서 인용주뿐만 아니라 해설주도 상당하므로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을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참고문헌들이 각 장별로 잘 수록되어 있으므로 후학들의 좋은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다른 부분들은 대체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나, 제1부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방법론, 제1장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원리와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배제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논리실증주의는 1920년대 초 발흥한 비엔나 학파(the Vienna Circle)의 대표적인 철학 이론으로서 언어와 명제의 논리적 분석과 과학에 대한 합리적 근거 파악을 통해 과학과 학문의 통일을 이루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를 위한 이론적 무기는 검증원리였다. 검증원리는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명제와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종합명제만이 유의미하다고 주장했으므로, 형이상학과 윤리학은 검증 불가능하고 진위치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무의미한 것으로 배척되었다. 형이상학적 명제는 그 개념들의 실재 가능성으로 비판을 받았으나, 윤리학적 명제는 더 나아가서 하위적 작업가설인 정의론(情意論, emotivism), 즉 윤리학적 명제는 단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힐난으로 말미암아 더 큰 곤욕을 치렀고, 그 학문적 위상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검증원리가 그 자체의 모순, 즉 검증원리 자체는 어떻게 검증될 수 있는가 하는 내부적 모순 등으로 말미암아 붕괴함으로써 형이상학과 윤리학은 불사조처럼 일어나 회생하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본서 초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윤리학에서의 정당근거적 접근방식과 보편적 규정주의의 대두로 인해 정의론(情意論)도 동시에 붕괴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이 책은 단지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에 관한 학술적 논의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윤리적 자아를 완성하여 윤리적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실천의 길도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2부 응용윤리학의 관점, 제2장 공직윤리: 현대적 의미의 청렴성 개념과 그 윤리적 기반의 구축과 제3장 생명의료윤리에서 악행금지 원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청렴성에 관련해서는 동양철학적 논의도 제시되었다. 그리고 제3부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 제2장 익명성의 문제와 도덕규범의 구속력도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리적 인간은 윤리에 관한 이성적 추론만이 아니라 감성적 발현을 통해 윤리적 자아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제1부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방법론, 제3장 감정의 윤리학적 사활, 제4장 윤리학에서 감정의 위치와 역할도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존 롤즈와 『정의론』 최초 양장본, 녹색 괴물(Green Monster)

20세기 초반부 논리실증주의로부터의 혹독한 시련 아래 죽었다던 윤리학과 정치철학은 1950년 논리실증주의의 붕괴와 1960년대 이후 발생한 다양한 시민적 사회운동들을 규범적으로 해명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다양한 시민적 사회운동들의 착종된 사회적 요구들로 말미암은 아노미적 상황을 타개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배경으로 극적으로 부활하였다. 이러한 부활은 미국의 윤리학자이며 정치철학자였던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존 롤즈(John Rawls, 1921. 2. 21~2002. 11. 24. 81세 서거)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그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1971)은 발간되자마자 20세기 최고의 윤리학 및 정치철학적 저서로 추앙을 받아왔다. 2021년은 롤즈의 탄신 100주년이고, 『정의론』 발간 50주년이므로 매우 의미심장한 해이다. 저자가 소속된 한국윤리학회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윤리학회 편, 『롤즈 정의론의 이론과 현실』(철학과현실사, 2021년)을 출간했고, 저자도 제1부 제2장 롤즈의 정의론에서 자기 교정의 여로를 기고하였다.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은 그의 책을 “녹색 괴물(the green monster)”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최초 양장본의 표지가 녹색이었는데, 방대한 그 책 속에는 엄청난 철학적 윤리학적 논변들이 올곧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부른 말이었다고 한다 (사진 참조). 저자의 다른 저서 『존 롤즈의 정의론: 전개와 변천』(철학과현실사, 2019)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책은 2020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되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와 저자. 2014년 12월 4일 숭실대 강연 후

언급하고 싶은 또 다른 저서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무엇이 문제인가』(철학과현실사, 2016)이다. 이 책은 2016년 대한민국 학술원 인문학 분야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저자가 한국철학회 세계석학 초빙강좌인 <다산기념철학강좌>의 운영위원장 시절 세계적으로 저명한 공동체주의자들의 한 사람인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를 2005년 9월초 최초로 한국에 초빙하여 우리나라의 유수 대학들에서 강연케 하였다. 그 후 저자는 마이클 샌델 교수와 우정을 지속해 나갔다. 나중에 샌델 교수의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s to Do? (2009)의 번역본인 마이클 샌델, 이창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가 130만부나 팔리는 미증유의 쾌거를 이룩하였던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학교 윤리학과 정치철학이 우리나라 독서계를 지배하여 식민지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누군가가 나서서 샌델 교수의 윤리학과 정치철학적 입장을 철저히 해명하고 엄밀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철학계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자 많은 철학자들은 나에게 당신이 그를 초빙했으니 당신이 책임지시오 하고 말을 했다. 저자는 선선히 그 책임을 절감하고 2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위 저서를 출간할 수 있었다. 저자가 샌델 교수에게 그 저서를 증정하자 샌델 교수는 그 저서의 방대함과 아울러 엄청난 후주와 참고문헌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우리말을 몰라 읽을 수 없는 것이 한이라고 말했었다. 저자는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권이 김영사에서 와이즈베리로 변경되면서 발행되었던 새로운 번역본 마이클 샌델,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2014)에 대한 철저한 전체 수정을 보아 주었는데 샌델 교수는 저자에게 큰 감사를 하였다. 저자의 샌델 저서는 철학 전공 수업 교재로, 대학 교양과목 교재로, 법학전문대학원 준비 학술도서로, 일반 대중들의 샌델 사상의 이해와 비판을 위한 도서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샌델 교수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첨부하니 일람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사진 참조).

현대철학적 상황에서 볼 때 윤리학 및 정치철학에 종사하는 철학자들이 미국에서 거의 7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윤리학 및 정치철학은 대유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윤리학 및 정치철학은 철학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윤리학, 엄밀히는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을 파악하는 이 저서는 현대 영미윤리학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그러할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을 15개 주제들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요약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주제 제목만 언급하는 것을 양해하기 바라는 바이다. 

1) 20세기 초반의 논리실증주의와 검증원리, 정의론(情意論; emotivism), 무어(G. E. Moore)의 Principia Ethica (1903)의 출간, 2) 스티븐 툴민(Stephen Toulmin)의 정당근거적 접근 방식, 그리고 헤어(R. M. Hare)의 보편적 규정주의의 등장, 3) 존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의 출간과 규범윤리학에로의 복귀, 4) 동물해방을 부르짖은 피터 싱어(Peter Singer) 등에 의한 공리주의의 이론적 세련화, 5)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의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대두, 6)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마이클 월저(Michael Walzer),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등에 의한 공동체주의의 등장, 7)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아리스토텔레스적인 덕의 윤리의 부활, 8)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의 보살핌의 윤리학을 위시한 여성주의 윤리학의 출현, 9) 마르크시즘의 새로운 유형, 즉 분석적 마르크시즘(Analytic Marxism)의 대두, 10) 칼-오토 아펠(Karl-Otto Apel)로부터 시작하여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에 의해서 발전된 담론 윤리학의 발흥, 11) 현대 윤리학에서 상대주의, 특수주의, 주관주의, 반정초주의, 다원주의, 반이론(anti-theory), 상황윤리 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제 비판들의 성행, 12) 이론적 규범윤리학(normative ethics)에 대한 실천적 응용윤리학(applied ethics)의 대두, 13) 두 갈래 선로들에 있는 상이한 수의 인부들을 앞에 둔 기관사가 제동 장치가 고장 났을 때 어느 선로로 가야하는가 하는 여러 유형들의 트롤리 문제(trolly problem)의 일파만파로의 확대, 최근은 AI 자율주행차의 문제로 전이, 14) 윤리학과 합리적 선택, 그리고 게임이론과의 접합, 15) 학제 간 연구로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통합 과정, 즉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의 활성화.

저자는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번 저서를 통해 위의 15개 주제들 중 몇 가지만 다루었을 뿐이지만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과 체계는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현대 서양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을 공부하면서 윤리학적 이론들을 잘 숙지하고, 아울러 자신의 윤리적 자아를 완성하여, 도덕적, 윤리적 인간(homo moralis, homo ethicus)으로 환골탈태하는 실천적이고 철학적인 여정에 참여해 보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박정순 연세대학교·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미국 에모리대학교(Emory University)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 영미 윤리학과 사회철학 전공이며,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철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한국윤리학회 회장, <다산기념철학강좌> 운영위원장, 미국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 객원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술로는 Contractarian Liberal Ethics and The Theory of Rational Choice (New York: Peter Lang, 1992), 『익명성의 문제와 도덕규범의 구속력』,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무엇이 문제인가』, 『마이클 월저의 사회사상과 철학적 깨달음』, 『사회계약론적 윤리학과 합리적 선택』, 『존 롤즈의 정의론: 전개와 변천』, 『현대 윤리학의 기원과 동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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