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현상을 통해 누적된 대중들의 불만을 읽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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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현상을 통해 누적된 대중들의 불만을 읽어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2.27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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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과학 108호 (2021 겨울): 포퓰리즘 문화정치 | 하승우·김선기·이준형·이승원·박현선 외 13명 지음 | 문화과학사 | 347쪽

 

계간 『문화/과학』 108호는 ‘포퓰리즘 문화정치’ 특집호로 정치의 바람이 거세지 않는 대선정국에 다양한 포퓰리즘 현상을 통해 누적된 대중들의 불만을 읽어낸다. 특집에 실린 8편의 글들은 ‘포퓰리즘 문화정치’라는 주제 아래에서 대중들의 불만과 요구가 어디에서 떠오르고 어떻게 형성됐는지, 새로운 대중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또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공통적으로 주목한다. 나아가 포퓰리즘 개념의 경계를 살펴보면서 대중들의 요구와 불만을 넘어 집합의지를 구성하여 정치적인 것이 귀환하는 장면이 있는지를 따져본다.

하승우는 포퓰리즘 일반 개념의 출현 배경과 포퓰리즘과 관련된 이론의 지형 민주주의와의 관계, 보편성을 둘러싼 쟁점, 한국에서 포퓰리즘 논의의 수용 과정 등을 서술하면서 포퓰리즘 이론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김선기는 미디어 영역이 포퓰리즘적인 실천과 관계 맺은 역사적 양상을 살펴보면서 ‘뉴미디어’ 환경과 포퓰리즘의 연관성을 좀 더 포괄적인 이론적 관찰을 바탕으로 논의한다. 

이준형은 셀러브리티라는 헤게모니의 결절점이 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중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대중이 어떤 방식과 요소를 사용해 ‘이미’ 스스로 주체화하고 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승원은 보수정당과 중앙집권형 관료제 중심의 대의제 정치가 새로운 정치적 주체와 공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공간에서,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을 정치의 재활성화와 민주주의 확장에 이르는 경로로서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박현선은 정치적 위기와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진보적 민주주의의 조건이 될 수 있는 포퓰리즘, 정동, 젠더의 문화정치적 관계에 주목한다. 이러한 주장을 드러내기 위해 2016/17년 촛불집회의 기억과 그 이후의 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에 주목한다. 김내훈은 ‘이대남’ 현상은 한국의 20대에서 돌출됐던 현상이 국지적으로 이대남 고유의 문제로 축소되어 드러난 것일 뿐, 여기에서 젠더 갈등은 표피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정훈은 한국사회에서 대문자 인민을 구성하는 포퓰리즘이 부재하는 대신, ‘노무현주의’와 같은 ‘작은 주인기표’를 중심으로 작은 포퓰리즘들이 각축하면서 이것이 체제 변혁과 연대의 주체 형성을 막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박자영은 혐중 정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명백히 중국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고 확대 재생산된 정서를 감지하면서도 이를 혐오가 아닌 다른 보편적인 지향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대 분석]은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천정환은 대학과 지식 제도의 파국 앞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교수·연구자 운동과 대학 개혁 운동은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교수들의 노동조합 운동, ‘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와 지식 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 연대’의 오픈액세스(OA) 운동, ‘연구자 권리증진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연구자 권리선언」?등의 실천적인 조직들과 ‘함께 버티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강정석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과 참가자들의 욕망을 분석하며 윤리적 비판을 시도한다. 드라마는 약탈적 금융자본주의를 게토화된 수용소적 상황을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생존주의와 도덕주의라는 선택지의 서사만을 제시함으써 약탈적 사회 그 자체를 ‘탈구축’할 수 있는 상상력은 보여주지 못한 점이 비평된다.

안진국은 현실세계 착취의 도구와 ‘분신노동’의 양산자로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섬뜩함을 비평한다. 이 글은 메타버스를 규정하는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메타버스 개념 또는 이미지의 포괄성과 유동성을 지적하고 플랫폼 자본주의와 노동착취 구조, 가상자산 금융화 문제를 비판한다.

[코로나 통신]에서 권범철은 돌봄노동의 관점에서 팬데믹 시대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살펴보면서 이 체제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돌파하는 길의 감각을 찾고자 한다. 코로나 이후 돌봄노동의 시간과 양은 늘어났지만 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백신의 효과로 다시 ‘예전’의 사회로 돌아간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글은 이 질문과 함께 대안을 찾아간다.

[텍스트의 재발견]은 두 편의 주제서평을 실었다. 윤영도는 ‘혐중’의 시대 중국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나침반으로 임춘성의 저서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과 백원담의 편저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를 소개한다. 곽성우는 기술과 자본주의 체제의 얽힘을 추적하고 포착하는 작업으로서 박승일의 『기계, 권력, 사회』와 이광석의 『포스트디지털』에 주목한다.

[이론의 재구성]에는 ‘취약성’이 삶의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동시에 더 정당하고 평등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수행적 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논증한 주디스 버틀러의 번역글을 게재했다.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과 저항을 재사유하기」(백소하·허성원 옮김)는 취약성의 문제를 저항의 행위와 연결시킨다. 구체적으로 버틀러는 어떻게 취약성과 의존성의 테제들이 삶의 인프라적·환경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동시에 더 정당하고 평등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수행적 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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