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미각에 대한 과학적 이해…냄새와 맛의 정체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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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미각에 대한 과학적 이해…냄새와 맛의 정체를 파헤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2.27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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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와 맛의 과학 | 박태현 지음 | 자유아카데미 | 240쪽

 

인간은 대표적인 다섯 가지 주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은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는 감각이다. 시각과 청각 이외의 나머지 감각들 역시 일상생활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감각들이 없다면 당장에 불편함이 있고 위험한 요소도 있겠지만 시각과 청각이 없는 것과는 다르게 그냥 그대로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주요 연구 주제가 되어 왔으며, 과학적 이해와 관련된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반면, 나머지 감각들에 대해서는 과학적 이해도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었다. 특히, 후각은 종종 ‘가장 신비로운 감각’이라고 기술되어 왔다. 다시 말하면, 이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가장 못 해온 감각이란 뜻이다. 후각은 과학자들의 관심 대상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지기도 하였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학적으로도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시각과 청각과는 달리 후각의 경우에는 냄새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 분야는 고사하고, 일상생활에서 냄새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고 냄새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없다. 장미향, 백합향, 곰팡이 냄새 등, 그저 명사를 빌어서 표현하는 방법이 고작이다. 구수한 냄새, 상쾌한 냄새 등, 간혹 형용사적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구수한 냄새가 누룽지 냄새인지 된장국 냄새인지 또 다른 어떤 냄새인지 그 뜻이 명확하지가 않다. 미각의 경우에는 그나마 후각보다는 낫다. 짠맛은 나트륨 이온의 농도로 측정할 수 있고, 신맛은 pH로 측정할 수 있으며, 단맛, 감칠맛, 쓴맛에 대해서는 각각에 대한 표준물질인 설탕, 글루탐산 나트륨MSG, 퀴닌 등의 맛과 비교하여 그 세기를 가늠한다. 반면에 냄새의 경우에는 측정을 위한 특정 지표도 없을 뿐 아니라 비교의 지표가 되는 표준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매우 어려운 대상이다.

‘냄새’라는 단어는 ‘물질로서의 냄새’와 ‘정신적 인식(혹은 감성)으로서의 냄새’로 쓰일 수 있는데, 전자는 냄새를 일으키는 화학 분자를 말하고, 후자는 그 화학적 분자를 코가 맡아서 뇌가 느끼는 인식을 의미한다. 냄새를 일으키는 냄새 물질은 화학 분자로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인 화학자의 관심 있는 연구 대상이 되었다. 화학자들은 냄새 물질의 ‘분자 구조’와 뇌가 인지하는 ‘냄새 느낌’ 간의 관계인 ‘구조-냄새 법칙structure-odor rule, SOR’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매우 열심히 경주하였다. 이런 노력 들이 부분적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들도 있었지만, 이런 법칙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예시들이 속속 대두되면서 과학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화학자들의 주요 무대였던 후각 분야에 생물학적 접근이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 들어서 후각 수용체의 유전자들이 밝혀지고, 후각 수용체가 ‘냄새 물질’을 ‘냄새 느낌’으로 전환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각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드디어 미국의 두 과학자인 린다 벅Linda Buck과 리처드 액셀 Richard Axel은 후각 수용체의 역할과 후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4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후각에 대한 연구는 후각 수용체의 발견 전과 발견 후로 양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각 수용체가 후각에서 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서부터 현대 노벨상이 나오기까지 인간이 생각해온 ‘냄새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생각해온 끝에 2천 년대 즈음에 들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냄새와 맛의 정체에 대해 파헤친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통해 가능해진 냄새와 맛에 대한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에 기반하여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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