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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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옵션
  • 지규용 동의대학교·한의학
  • 승인 202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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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림방담(杏林放談)]

2019년 1월 31일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누계 9,69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환자로 확진되고 213명이 사망하였다. 중국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 3일간 신규확진자 1459/1737/1982명, 우한 폐렴(SARI, 중증 급성호흡기염증)은 263/131/157명, 사망은 26/38/43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보면 지금도 계속 확산되는 추세이며, 사망률은 SARS(약 10%)보다 낮지만(2.2%), 일반 독감보단 높고, 전파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기야 오늘 WHO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통상 겨울에서 봄철까지는 역학적으로 독감이 유행하기 쉬운 계절이다. 올해처럼 날씨가 본래 추워야 할 때 따뜻하거나, 날씨가 풀려야 할 때 갑자기 추워져도 생기기 쉽다. 그러므로 본래 조심해야 되는 때인 데다, 이번에는 명확한 감염원이 있음으로 범정부적인 위생조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한 주요 예방수칙을 보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및 유증상시 보건소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전부이다. 홍보자료이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좀 더 자세한 지침을 링크해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와 관련하여 독감에 대한 개인차원의 예방과 대처방법 및 희망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감염은 기본적으로 병원체와 인체의 상호작용이며 외부 점막으로부터 체내로 들어가 증식에 성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라 하니까 병원체가 주도권을 쥔 게임인 것 같지만, 사실은 몸이 적절하게 대응하여 이겨내느냐의 못하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전신적인 건강상태가 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지금처럼 전파력이 강하나 독성이 약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좁게 보면, 병원체와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이들 점막과 세포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임을 알 수 있다.

양의학에서도 항바이러스제가 있긴 하지만 통용되지 못하는 반면, 한약은 항바이러스작용과 함께 면역자원과 세포보호 효능을 갖는 멀티타겟 처방을 구성하여 내성문제 없이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말과 공기감염 접촉부인 기도(airway)를 한의학에서는 폐계(肺系)라 하는데, 그 기능상태가 감염 여부를 결정한다. 폐계는 모두 점액을 분비하는 점막조직이라 기후의 갑작스런 변화, 특히 춥고 건조한 날씨에 취약하여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공기를 내부 환경에 맞게 조절하는 조직이 비강인데, 평상시에 숨을 부드럽고 깊게 천천히 쉬면 공조(空調)를 통해 폐계의 감염을 막는 효과가 훨씬 커진다. 즉 숨 쉴 때 횡격막이 오르내리는 리듬에 맞추어 피부도 열고 닫히면서 땀과 열을 조절하며, 복강 안의 장기들도 오르내리면서 혈액과 림프, 뇌척수액의 흐름을 촉진하여 항상성 유지와 면역환경 조성에 유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만 해도 수많은 근신경 및 자율신경계가 관여하므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및 보온이 중요하게 된다. 그래서 선인들은 추운 겨울에는 일찍 자고 해가 뜨길 기다려 늦게 일어나며, 뜻을 안으로 감추어 마음을 번거롭게 쓰지 말라고 강조하였다. 추위나 불안·초조와 수면부족은 모두 교감신경과 근육을 긴장시키며 말초혈류를 막아 점막이 붓고 건조하며 기도가 불리해져 염증을 촉진한다. 마스크 착용은 비말감염 방지뿐만 아니라 공기의 온습조절에도 중요하므로 필터링 기능이 높지 않더라도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두면과 전신의 가벼운 피부마사지와 스트레칭은 피부의 일차방어기능을 돕는다. 따라서 손 씻기뿐만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규칙적이고 여유 있는 생활과 더불어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좋은 예방책이겠다.

이런 섭생에도 불구하고 발열, 두통, 기침, 근육통, 인후통 등의 초기 독감증상 중에 어느 것이라도 기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뽕잎차, 국화차, 도라지차, 박하차, 생강차, 프로폴리스, 모과차나 또는 계피차, 쌍화차, 캐모마일, 엘더플라워 등을 적절히 골라 사용할 수 있겠다. 실내 공기를 환기하고 에어러졸로 만들어 분무하거나 기호에 따라 족욕을 하는 것도 좋다. 그래도 증세가 심해지거나 호흡곤란까지 생긴다면 의료기관에 방문하여야 하는데, 한의학은 예방단계 및 발병 초기부터 ICU에 이르기 전까지의 치료방법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의 긴 역사 과정에서도 역병은 의학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왔다. 특히 명나라 말엽의 우여우커는 당시에 유행했던 대규모의 전염병을 온역(溫疫)、병을 일으키는 특정한 병원체를 여기(戾氣, 異氣)라 규정하고, 전염경로는 공기를 통한 천수(天受)와 접촉을 통한 전염(傳染)으로 구별하였으며, 독성이 커서 남녀노소와 체질의 강약을 막론하고 일정한 부위에 똑같이 걸린다고 하여 이미 현대 감염병학 이론과 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청대에 많은 전염병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치료경험이 더해져 진단과 치료법도 정교해졌다. 게다가 여러 의서를 보면 예방용으로 마시는 제제나 공기소독에 해당하는 훈법, 기타 세욕법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송대의 셀렙 소동파에 관련된 다소 복잡한 일화가 있다. 당시 역병이 크게 돌았을 때 차오쥔이란 사람의 성산자(聖散子)가 대단한 효과가 있었는데, 처방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직접 써보니 역시 효과가 컸다. 하지만 역병에 죽는 사람이 많아서 하는 수 없이 당대 명의인 팡안창에게 주어 공개를 부탁하였다. 이 처방은 부자가 든 약이라 한역(寒疫)에만 써야 하고 병명분류도 그렇게 되어 있었으나, 자세한 사용법이 없이 동파의 서문을 옮겨 놓아 오용으로 인한 약화사고가 많았다. 그러자 쭈꽁, 천옌 등이 이를 비판하면서 비로소 용도를 바로잡게 되었고, 조선에선 허준을 거쳐 순조 때 이기양과 정약용 등이 역병을 구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였다고 하는데,(목민심서 애민 관질) 갈팡질팡하면서도 치열했던 노력의 일단을 보여준다. 2003년 중국에서는 SARS 초기에 성과가 미진할 때 중의사도 진료현장에 투입되어 양의사와 함께 퇴치노력을 기울였고, 부정제역탕(扶正除疫湯) 제제를 5만 명에게 사용하여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혹여 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지금도 <동의보감>을 공부하고 있으니 조선시대 사용하던 약이나 이론을 가지고 지금의 중증급성 감염병을 치료하겠다고 감히 덤빈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한약제제도 부작용이 있으면 의사와 약사에게 문의하게 되어 있고, 한의학이 과학적인지 여부의 심판도 의사협회장이 하는 상황(의협신문 7. 25. 한의학, 과학심판대에 올려야 할 때)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어떤 의대에서도, 어떤 교수도 한의학을 가르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한의사들은 대학교육에서 양의학의 기초적인 개념과 이론들을 공부하여 서로의 장단점과 병용 혹은 병용해선 안 되는 상황을 대체로 알고 있으며, 한방병원에서는 양방과 협진하면서도 국가적인 의료재난에는 아쉽게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야기가 다소 옆길로 샜지만, 현재 한의대 학부과정에 감염병론에 해당하는 상한론과 온병학이 포함되어 있고, 미생물학과 면역학, 약리학 등을 학습하기 때문에, 한의사도 국가적인 전염병 사태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기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인 및 감시대상자의 무증상기부터 의심환자, 확진환자, 유증상자 등을 대상으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에 더하여 적극적으로 인체의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예방조치와 투약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중증악화를 줄이고 치료성과도 틀림없이 향상될 것이다. 예방조치라 해도 개인별 병리진행과정은 기저질환과 생활환경, 체질적 차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유형별로 상세한 매뉴얼이 작성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환자 혹은 감시대상이 많아질수록, 임상현장에서 병의 공통성과 인체의 개별성을 감안하여 처방을 제공하는 소요시간, 경제적 비용과 편의성 등도 당국자가 고려할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런 여러 측면들을 감안하여 격리환자나 감시대상자가 적절한 시기에 또 하나의 효과적인 옵션을 선택하고 나아가 협진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건당국을 위해서도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지규용 동의대학교·한의학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있다. 대한동의병리학회 회장, 동의대학교 한의학연구소장과 한방바이오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사는 한의학이 예전에 누렸던 정상과학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과 한의학 이론의 일반화다. 저서와 역서로는 『격치고역해』, 『새로운 한의학 터닦기』, 『상한론정해』, 『현대상한론』, 『한방병리학』, 『동양철학과 한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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