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문제 해결은 시민의 힘을 필요로 한다
상태바
위험 문제 해결은 시민의 힘을 필요로 한다
  • 김영욱 이화여대·커뮤니케이션학
  • 승인 2021.12.26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책을 말하다_ 『위험불통사회: 위험과 과학의 민주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접근』 (김영욱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408쪽, 2021.11)

 

우리사회에서 위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불통에 가깝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험을 대하는 가부장적인 태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 문제는 정부나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위험 문제를 키우고, 위험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위험에 대한 판단에서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중요하지만, 위험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현대 사회의 위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러났듯이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서 누구도 위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지속 가능한 명제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정부나 전문가를 포함해서 일부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위험에 취약한 시스템을 함께 바꾸어 가야 하는데, 이것은 개별적인 위험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도 필요해진다. 

 

이 책은 위험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현재의 위험 관련한 논의에서 어떤 점들이 잘못 되었는가를 위험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주제 별로 나누어 분석하고 내포된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한 반성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위험 주체들이 공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함께, 이기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위험 문제 해결에 합리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위험 진단에 대한 동의를 만들어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총의를 모으는 일은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이 책은 위험불통사회의 원인을 최근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발전 과정과 연결시켜서 설명하고,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위험불통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구성되었다. 우선 서론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각 위험 주체들이 어떤 식으로 이기적인 행위를 하는지 설명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10개 챕터에서 주제별로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문제점과 개선방법을 풀어내고, 결론을 통해서 모든 시민들이 합심해서 위험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 정리한다. 총 10개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주제 챕터는 코로나19, 미세먼지, 백신접종,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예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 문제의 심각성을 실제로 보여주고, 기본적인 이론과 최근의 연구논문을 종합하여 보다 면밀하고 분석적으로 상황을 진단한 다음, 이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적시하는 것으로 구성하였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10개 챕터가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는 구조로 집필하였으며, 각 챕터의 내용은 풍부한 사례와 함께, 관련된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씀으로써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 “위험은 주관적으로 구성된다”에서는 현대사회 위험이 가지는 주관적인 속성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실제로 위험이 비이성적으로 인식되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제2장 “위험은 사회적으로 확산된다”에서는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위험과 반대로 오히려 축소되는 위험을 비교해서 제시하면서 위험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요소와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본다. 제3장 “위험은 커뮤니케이션 문제이다”에서는 성공하는 커뮤니케이션과 실패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실제 사례를 통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제시한다.

 

제4장 “위험에 대한 전문가 의존은 허구이고 과학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 전문가 의존 문제의 심각성을 밝히면서 과학 논의를 민주화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다. 제5장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 효과는 자의적이다”와 제6장 “위험 수치 표현이 위험에 대한 오해를 부른다”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실제 메시지 표현 부분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과 위험 수치 인용의 문제점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제7장 “위험은 불확실하며 막으려는 행위가 오히려 위험으로 되돌아온다”에서는 최근 위험 논의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위험의 재귀성에 대한 논의를 가습기살균제사태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논의하고, 불확실한 위험사회에 구조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논의한다. 제8장 “위험은 상업적으로 이용된다”에서는 “의심의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위험의 상업화 문제와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을 통해 의료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다. 제9장 “위험은 대부분 언론에서 시작되고 증폭된다”에서는 위험보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짚고, 가짜뉴스를 포함해서 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제10장 “위험은 정치성향으로 윤색된다”에서는 위험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성향과 정치권의 영향력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정파성과 음모론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서술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모두 종합하여 시민이 중심이 되어 위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중심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코로나19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를 집어삼키는 위험 문제가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이미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문제에 대처하는 각 사회 주체들의 대응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정부, 공무원, 의사, 전문가, 언론 등의 위험 대처 실패가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대한 몰이해에 있다고 보고, 위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위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위험에 대한 불통은 의사결정에서 전문가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뿐 아니라, 위험 인식에서 주관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을 무시하는 행위, 위험 문제에서 공중의 참여가 필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등이 광범위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위험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김영욱 이화여대·커뮤니케이션학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협상연구소 풀브라이트교환교수를 역임했다. 단독 저서로 『위기관리의 이해』, 『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위험 커뮤니케이션』, 『갈등 해소와 대체적 분쟁 해결』 등이 있다. 또한 『한국사회의 소통 위기』 외 다수의 국내외 공저 및 번역서가 있다. 현재는  광범위한 위험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