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국민학교 6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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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국민학교 6학년 1반
  •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12.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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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생활에세이]

 

나는 부산의 초량국민학교를 다니다가 4학년 때 동신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 동신국민학교는 동대신동에 있다. 그래서 이름이 동신국민학교라는 사실을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며칠 전에야 알아챘다. 졸업하고 55년이 더 걸렸다. 대단한 감각이다.

동신국민학교는 사립이 아니고 공립 학교였는데도 명문인 경남중학교 진학률이 모든 초등학교 중에서 가장 높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다녔기 때문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하여간 경남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서울로 왔는데, 그 뒤로 어릴 적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였다.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되자 어릴 적 동무들이 보고 싶기도 하였지만, 연락이 안 되어서 잊어먹고 있다가 우연히 경남중고 동기회 모임을 알게 되어 쉰 살을 넘기고서야 참여하게 되었다. 그 뒤로 몇몇 취미 활동 모임에 참가하여 같이 놀고는 하였다. 특히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한두 운동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어릴 적 부산에서는 축구나 농구보다는 야구를 많이 하여 동창들은 야구 모임을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하고 있었다. 나도 늦게나마 합류하여 같이 하게 되었다. 매년 서울-부산 친선 경기가 열렸는데, 아무래도 부산에서 많이 하게 되었다. 서울 친구들이 부산에 가면 야구 안 하는 동무들까지 합세하여 수십 명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재미있게 어울렸다. 그런데 어느 해 모인 자리를 보니 사오십 명 중에서 동신국민학교 6학년 1반 출신이 6명이나 있었다. 그 많은 초등학교들 중에서 또 그 많은 반들 중에서 한 반에서 이렇게 많은 졸업생이 모였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중에는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친구들도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6학년 1반 친구 중 하나는 공부도 잘 하는 친구였는데, 이제 보니 운동도 곧잘 하여 야구뿐 아니라 테니스 모임에서도 같이 하게 되었다. 총동창회에서 주최하는 기별 야구 대회와 테니스 대회에 정기적으로 같이 참여하였는데, 그 친구도 사실은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35년 만에 처음 보게 된 친구였다. 

참으로 인연이란 것이 묘하여 수십 년간 떨어져 있던 동무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물론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동창회, 운동 시합 등의 계기를 통한 것이다. 어릴 때 특별히 친하게 지내지 않았더라도 그런 계기가 만들어지고 자주 만나게 되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하여 만나지는 않는다.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라 특별히 같이 하는 일 없이 그저 식사나 담소만을 위해서는 잘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늙어 외로워지는 남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한 동창생 역시 야구 모임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가 전화를 걸어 와 서울 올라올 일이 있으니 테니스를 같이 하자 하여 우리 아파트 코트에서 하게 되었다. 다른 동창 두 명도 그 친구가 불렀는데, 그 중 하나는 50년 만에 만나는 친구였다. 그 친구의 국민학교 시절 별명은 얼굴이 넓어서 제주도였고, 그 친구를 부른 다른 동창은 그 친구의 사촌이었는데 별명이 영감이었다. 내 별명은 돌콩 또는 이름을 본 딴 멍멍이였다. 다른 한 친구의 별명은 생각나지 않는다. 모두 동신국민학교 6학년 1반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동신국민학교가 동신국민학교인 까닭은 그것이 동대신동에 있어서이다. 아닌가?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글문화연대 대표 등을 지냈으며, 한국정치학회 학술상, 외솔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담론에서 실천으로: 한국적 정치학의 모색』, 『단일 사회 한국: 그 빛과 그림자』, 『이게 도무지 뭣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정치사』, 『한국 정치의 성격』, 『정치란 무엇인가: 김영명 교수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수필집 『봄날은 간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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