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시대의 ‘지성인’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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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시대의 ‘지성인’을 키우자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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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제50차 총회가 막을 내렸다. 올해는 ‘상호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주제로 청소년 환경 운동가를 포함한 세계 주요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번 포럼의 큰 이슈는 '경제'가 아닌 '환경'이었다.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도 기후변화에 즉각 대응해야 함이 강조되었다.

오늘과 같이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세계 지도급 인사들이 매년 모여 지구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세계경제포럼은 갈수록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 포럼의 성과 자체도 중요하지만, 매년 글로벌 차원의 도전적 화두를 찾아내며, 인류의 미래를 적극 대비하기 위한 전 지구적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에서 모아지는 지혜와 뜻이 결국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시대는 대부분의 모든 일들이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전염 공포는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심각한 우환이 되었다. 일자리, 양극화를 비롯해 기후변화, 미세먼지, 환경, 재난, 에너지, 질병, 식량 등 일상과 연결된 일들이 지구촌 전체의 이슈인 것이다. 정치, 경제, 국방, 문화, 교육, 보건, 복지 등 모든 영역이 우리끼리만 해결해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모습을 보면, 주된 관심이 우리 내부 문제들로 국한되어 있다. 특히 미래보다는 과거와 오늘의 이슈들에 매몰되어 있고, 모든 영역이 ‘정치화’되며, ‘옳음’과 ‘그름’의 경계조차 애매해진 혼란 속에, 국가보다는 집단 이기적, 소시민적 사고에 빠져 있다. 국가 차원은 물론 각 기관 단위별로도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더 나아가 지구촌 인류를 향한 비전, 전략보다는 오늘의 각자도생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기업인들이 참여하여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와 5G, 인공지능과 같은 차세대 혁신 기술을 통해 공공의 이익과 인류 번영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며,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크게 인정받는 모습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며 상호 신뢰하고 존중하는 환경에서 국가의 경쟁력과 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에 고급 인재를 배출하고 지적 자산을 창출하는 대학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을 함양시키고,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며,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대학인들이 우리 사회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국민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하도록 할지를 고민케 하는 일이다.

시대의 잘못을 읽을 줄 알고 당당히 비판하며, 사회의 보편적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집단이나 권력에 맞서기도 하고, 또한 인공지능 로봇시대에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지키며 데이터의 왜곡, 빅 부라더의 횡포 등을 막아내는 ‘지성인’을 배출하는 일이다. 이는 바로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재를 키우며, 철학이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길이다. 국가와 지구촌의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의 대학이 비록 10여년 동결된 등록금, 입학생 급감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져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매달리게 되어 단기적인 양적 지표 관리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지만, 대학인들은 그 권위와 가치를 세우는 일에 더욱 의지를 키워야 한다. 새 학기부터라도 새 시대를 책임질 인재상을 세우고, 철학과 용기가 있는 지성인, 지도자 양성에 관심을 높이자. 대한민국의 건강함과 생존, 번영이 이에 달렸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특임교수로 대한수학회 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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