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합성 재생단계 최초 규명
상태바
RNA 합성 재생단계 최초 규명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창원 명예교수(KAIST 생명과학과)와 홍성철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공동연구팀 성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

- RNA 합성 끝낸 복합체 해체하지 않고 재사용하여 새로운 합성 개시
- 분자생물학의 근간인 유전자발현의 기본적인 한 기작(機作) 규명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이 밝혀졌다. 기존에는 RNA가 완성되면 합성 복합체가 곧장 완전히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강창원 명예교수(KAIST 생명과학과)와 홍성철 교수(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공동연구팀이 유전정보(DNA)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과정의 세부단계 하나를 새로이 규명했다고 밝혔다.

▲ 전사과정의 네 단계. 지금까지는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되었다. (출처: KAIST 강창원 교수)
▲ 전사과정의 네 단계. 지금까지는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되었다. (출처: KAIST 강창원 교수)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DNA)으로부터 복사본(RNA)을 만드는 전사과정은 개시開始, 연장延長, 종결終結 세 단계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네 번째 단계, 재생再生(recycling) 단계가 새로이 추가되었다. 전사과정을 주도하는 RNA중합효소의 역할이 알려진 지 60여년 만에 RNA 합성이 끝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 RNA : 유전자로서 유전정보를 지닌 핵산인 DNA와 달리, RNA는 단백질 합성,
     유전자 발현 조절 등 여러 생체반응과 기능에 직접 참여하는 기능성 핵산이다.
   * 전사(transcription) : 유전자 발현의 첫 과정에서 DNA의 특정 구간에 맞추어 RNA가
     합성되는데, DNA 유전정보를 RNA에 그대로 옮겨 적기 때문에 전사轉寫라고 하며,
     RNA 중합효소가 DNA에 결합하여 그 정보를 읽고 그에 맞게 핵염(nucleotide)을
     모아 RNA를 합성하면서 RNA중합효소·DNA·RNA의 복합체(complex)를 유지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유전자 발현이 대부분 첫 과정인 전사반응에서 조절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 종결단계에 대한 연구는 기술적인 제약이 있었다. 특히 전사복합체가 해체될 때 중합효소, RNA, DNA가 동시에 분리되는지 또는 순차적으로 분리되는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이렇게 잔류한 중합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재개시再開始(reinitiation)라고 명명하였다.

▲ 전사과정의 재생(가운데 그림)과 재개시(오른쪽 그림)의 발견. DNA(짙은 청색)의 끝에 Cy5(빨강색)와 접착제(검정색)을 붙이고, 합성되는 RNA(옅은 청색)의 끝에 Cy3(초록색)를 붙이고 RNA 중합효소(왼손)에 의한 전사반응을 진행시키면(왼쪽 그림), 전사종결로 RNA가 방출된 후 중합효소(왼손)가 DNA 위에서 양방향으로 이동하다가(가운데 그림), 전사원점을 만나 전사를 재개시한다(오른쪽 그림). (출처: KAIST 강창원 교수)
▲ 전사과정의 재생(가운데 그림)과 재개시(오른쪽 그림)의 발견. DNA(짙은 청색)의 끝에 Cy5(빨강색)와 접착제(검정색)을 붙이고, 합성되는 RNA(옅은 청색)의 끝에 Cy3(초록색)를 붙이고 RNA 중합효소(왼손)에 의한 전사반응을 진행시키면(왼쪽 그림), 전사종결로 RNA가 방출된 후 중합효소(왼손)가 DNA 위에서 양방향으로 이동하다가(가운데 그림), 전사원점을 만나 전사를 재개시한다(오른쪽 그림). (출처: KAIST 강창원 교수)

중합효소는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DNA 위를 이동하면서 RNA를 합성하다가 완성된 RNA를 방출한다. 기존에는 RNA 방출과 동시에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온 후 다시 전사 복합체가 만들어져 전사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대부분의 경우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은 채로 이동하다가 새로 전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우리 생명체가 복잡한 전사복합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보다 경제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한 유전자에서 전사를 연속해서 수행하거나 인접한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전사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사반응은 모든 세포에서 일어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으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전사의 <재생>과 <재개시> 단계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DNA와 RNA에 형광물질을 결합시킨 후 단일분자의 형광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의 생화학·분자생물학 실험과 서울대의 생물리학 ·형광 분광학 실험 및 이론의 융합연구로서, 세균(박테리아)의 일종인 대장균의 RNA 중합효소를 가지고 수행한 것이며, 중합효소 이외 다른 단백질이 전혀 필요 없는 몇 가지 전사종결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다. 세균 RNA 중합효소가 종결인자 단백질과 더불어 전사종결을 하는 경우나, 사람과 같은 진핵생물이나 고균의 RNA 중합효소의 경우에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 좌측부터 강창원 교수, 홍성철 교수, 강우영, 하국선 박사. 사진제공=연구재단
▲ 좌측부터 강창원 교수, 홍성철 교수, 강우영, 하국선 박사. 사진제공=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23일 게재되었다. KAIST 강창원 교수는 3년 전 이 연구의 주요 결과를 이미 얻었으나 추가로 보강 실험을 수행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며 분자생물학의 근간인 유전자발현의 기본적인 기작 하나를 규명하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