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책으로 기울어진 출판시장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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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책으로 기울어진 출판시장 트렌드
  •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승인 2021.12.19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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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2021년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었다. 어느 해보다도 번역소설 대신 국내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점도 긍정적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소설이 모두 22종 올라 지난해보다 상승세를 보였다. 동시에 22종의 경제경영서가 목록에 올랐다. 주로 재테크 도서들이다. 소설은 꿈같은 이야기요, 재테크 책은 부자의 꿈을 키워주는 책이다. 그래서 교보문고는 연말 결산에서 올해 독서시장의 키워드로 ‘꿈’을 꼽았다.   

주목되는 것은 재테크를 필두로 한 경제경영서의 약진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삶이 더욱 팍팍해진 가운데, 주식·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며 출판시장 역시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을 반영한 재테크 책의 급부상은 최근의 독서 트렌드를 상징한다. 소액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유난히 높고 재테크 관련 출판시장이 우리처럼 발달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인문서와 에세이의 비중이 그만큼 줄어든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올해 경제경영서 분야는 매출액과 점유율이 모두 지난해에 이어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26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 교보문고 연간 집계에서 경제경영서가 올해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경제경영서는 판매량 증가율이 2019년 10.7% → 2020년 27.9% → 2021년 22.1%로 2년 연속 20% 이상 성장했다. 판매액 점유율도 2019년 7.5% → 2020년 9.0% → 2021년 10.1%로 계속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판매권수 기준으로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중고학습(참고서) 분야이지만, 어른들의 생존참고서인 경제경영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경영 분야가 단행본 시장의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은 순전히 재테크 책의 선전 덕분이다. 

특히 올해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전통적인 재테크 분야 이외에도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 새로운 투자 수단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관련 도서의 판매가 열기를 띠었다. 경제경영서 내 가상화폐 분야 인기도서는 <서른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 <가상화폐 단타의 정석>, <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 <한 권으로 끝내는 코인 투자의 정석>, <생애 처음 비트코인> 등으로, 비트코인 초심자와 파이어족을 꿈꾸는 2030세대의 열망이 담겨있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합성어로서, 경제적으로 자립해 40세가 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려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메타버스 관련서는 모두 84종이나 출간되었다. 이 분야의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은 경제경영서로서 투자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eBook) 부문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이 1위에 오르고, 경제경영 분야가 100위권 내에서 가장 많은 35종을 차지하는 등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보다 집중적으로 반영되었다. 독서습관이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의 경우에도(교보문고 eBook sam 기준)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분야가 베스트셀러 30위 중 63.3%나 차지하며 코로나19 이후 실용적 독서 경향을 뒷받침했다. 

어른들의 재테크 열풍은 어린이 도서로도 이어져 <세금 내는 아이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등이 베스트셀러가 순위에 들었다.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여행>, <장난감 말고 주식 사주세요!>,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 같은 책은 물론이고, 돈 공부나 부자 수업에 관련한 책들도 즐비하다.

국민 독서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 2년 사이 문학과 인문서, 그리고 교양서의 판매는 줄고 재테크 및 실용서 판매는 확실히 증가했다. 독자들의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재테크 책은 일시적인 수요가 많아서 앞으로 출판시장의 어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재테크 책을 읽고 실제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운 마음 부자를 만드는 책들이 많이 팔리고 읽히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로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 일본출판학회 정회원이다. 대학에서 출판문화론 등을 강의한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서울도서관 네트워크 위원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출판산업사』를 썼고, 옮긴 책으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책』, 『책의 소리를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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