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진입…25년 뒤, 국내 대학 절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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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진입…25년 뒤, 국내 대학 절반 사라진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2.16 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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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뒤 현재 385곳 중 190곳만 살아남을 듯
- 위기의 대학…25년 뒤 생존율 75% 넘는 곳 서울·세종 뿐
- 경남·울산·전남은 생존율 20% 안팎…“비수도권 생존경쟁 더 치열할 듯”
- 서울대·보건사회硏 보고서…"수도권 편중 조정 절실"

 

전국 대학노조 부산경남본부 소속 동아대 등 6개 대학 노조원들이 지난달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대 붕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KBS뉴스 캡처)

출생아 수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25년 뒤인 2046년에는 지방대학이 ‘죽음의 계곡’에 진입하면서 50% 이상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등 수도권 청년인구 편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간 세수 격차와 사회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인구변동과 미래전망: 지방대학 분야’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지난 10월 6일 서울역 인근 대우재단 빌딩에서 ‘미래전망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고, 이 포럼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국내 2·4년제 대학 385곳 중 2042~2046년에는 49.3%인 190곳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올해 331개 대학 중 146곳(44.1%)만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17개 시·도 중 대학 생존율이 70% 이상인 곳은 서울(81.5%) 세종(75.0%), 인천(70%) 등 세 곳뿐이다. 대구·광주·경기·충북·충남 생존율은 50%대다.

나머지 지역의 대학 생존율은 50%를 밑돈다. 부산은 23개 대학 중 16개가 사라지고, 7곳만 살아남아 생존율 30.4%가 예상됐다. 울산은 5곳 중 1곳(생존율 20%), 경남은 23곳 중 5곳(생존율 21.7%)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강원(43.5%), 대전(41.2%), 경북(37.1%), 전북(30.0%), 전남(19.0%) 등의 생존율은 낮은 편이다.

2022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의 대학 생존율은 올라가지만 부산·대구처럼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생존율은 떨어진다. 특히 전남·경남·경북 같은 기초 자치단체의 대학은 위기를 겪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변동요인(2022~2046년)과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2022~2046년), 대학알리미의 신입생 충원 현황(2019~2021년)을 근거로 이 같은 전망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년 단위로 나눴을 때 2022~2026년 연간 출생아 수는 경기도(9만4000명), 서울시(5만7800명), 경남도(1만9600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나 2027년 이후에는 경남도가 아닌, 인천시가 전체 출생아 수 3위를 기록했다. 또 2042~2046년 연간 출생아 수는 경기 8만4600명, 서울 5만1600명, 인천 1만6600명, 경남 1만6000명, 부산 1만3800명, 충남 1만3200명, 대구 1만600명 등으로 크게 떨어진다. 2022~2026년 가장 높은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지역은 경기도이며, 그 다음은 서울시였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경남도를 제외하고 출생아 수가 수도권에 비해 매우 낮았다.

 

2022~2026년 수도권에서 전체 출생아의 50%가, 2042~2046년에는 55%가 태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지방 대학이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이 교수는 또 지방대 학생 수 감소는 등록금 감소→비정규직 교직원 증가→낮은 교육의 질→학생 경쟁력 감소→수도권 대학 진학수요 증가 같은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 격차에 따른 인구 유출이 지역간 청년세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청년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갈수록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고, 인구 유출로 지방세 수입이 줄어드는 지역들의 수도권 의존도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

이 교수는 “이제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로 진입했다”면서 “결국 대학 붕괴는 지역 소멸과 국가경쟁력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대학 발전을 위한 중장기 지원책을 구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방 학생과 수도권 일자리를 연계하는 정부 정책과 함께 권역별 산업 특성화로 생산연령인구의 지방 유입을 유도하고 지방대 재정 지원을 통해 교육 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포럼 책임자인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역시 "인구와 자본, 산업의 수도권 편중에 대한 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란 지적과 함께 “지방 청년들이 그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인생 전반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방에 있는 대학도 살려야 한다”며 “지방 거점 대학이든 특성화 대학이든 지역의 특색과 상황에 걸맞은 대학들을 지자체와 함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년이 지방에 살더라도 충분한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산업과 일자리를 공급해주면 된다는 기성세대의 안이한 인식을 버리고 청년 스스로 실험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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