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인간학이 추구하는 실천적 사용이란 행복에 관한 인간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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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인간학이 추구하는 실천적 사용이란 행복에 관한 인간학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2.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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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 | 임마누엘 칸트 지음 | 홍우람·이진오 옮김 | 한길사 | 356쪽

 

한국칸트학회 기획 칸트전집 12권, 칸트의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이하 『인간학』)은 ‘철학적’ 인간학에 대한 글이 아니다. 제목이 주지하듯 “경험적 관점에서 인간을 규명하고 삶에 유용한 지침을 마련하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쓰인 인간학이다. 이러한 실용적인 지혜를 칸트는 “세계지”라고 명명한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신의 지식을 발휘할 궁극적 대상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 자신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자신이 강의한 인간학 과목 강의록을 정리해 1798년 『인간학』을 출판한다. 칸트의 대표적 저서인 『순수이성비판』에 관한 강의는 하나도 없는 반면, 『인간학』은 칸트가 교수로 취임하고 은퇴할 때까지 20여 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강의로 개설되었다.

그의 실천적 지혜에 대한 탐구는 1757년의 자연지리학 강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강의 공고문에서 칸트는 “자기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유래하는 인간의 경향성, 인간의 선입견과 사유방식”을 다루며 그것이 “인간이 자신에 대해 더 친숙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303쪽). 칸트에게 “세계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두 영역으로 구별되며 자연지리학이 자연에 대한 세계지를 제공한다면 인간학은 인간에 대한 세계지를 제공”했다(304쪽).

비판철학에 앞선 자연지리학 강좌에서부터 칸트의 실용적 기획과 인간에 대한 경험적 탐구는 그의 주요한 철학적 과제로 움텄다. 이는 칸트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비판철학만이 아닌 그의 인간학적 기획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실용적 인간학이 추구하는 실천적 사용이란… 행복에 관한 인간학이다. …윤리학의 경험적 부분으로서 도덕적 명령의 경험적 적용을 모색하는 도덕적 인간학이 아니다. …행복의 실현이라는 목적에 따라 인간에 대한 지식의 습득과 그 지식의 경험적 적용을 모색하는 ‘영리의 학’이다.”_309쪽

칸트의 인간학은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서 익히 떠올리는 ‘철인’, 즉 철학적 인간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인간학』은 ‘교수론’과 ‘성격론’ 두 부분으로 나뉜다. ‘교수론’이 심리적 능력을 소유하는 인간 일반을 설명한다면 ‘성격론’은 그런 인간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고유함을 만들어내고 개인과 집단으로 구분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때 ‘성격론’은 ‘교수론’에서 설명된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을 구체적인 현상의 차원에서 적용해보는 것이다.

‘실용적’인 면에서 본 구체적 현상 속의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이 책의 목적은 그동안 칸트철학에서 인간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칸트 연구자가 천착하는 칸트의 대표 저작은 비판철학과 선험철학이었기 때문에 대중적이고 경험적인 『인간학』은 오랫동안 주목받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칸트철학의 방법론은 비판적이었을지라도 그 내용은 ‘인간적’이었다.

경험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이지만 칸트의 인간학이 결코 도덕성에 대한 논의를 결여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도덕적 인간에 기여하는 바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인간의 사명에 대한 실용적 인간학의 요점과 인간 형성의 성격론은 다음과 같다. 즉 인간은 하나의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 사회 안에서 기술과 학문들로 자신을 개화하고, 문명화하고, 도덕화하도록 그의 이성에 의해 정해져 있다. 그가 행복이라고 칭하는 안락함과 풍족한 생활의 선동에 수동적으로 자기를 맡기려는 동물적 성향이 아무리 크더라도, 오히려 능동적으로는 그의 자연본성의 질박함으로 그를 에워싼 장애들과 싸우면서 자신을 인간의 품격에 맞게 만들어간다.”_283쪽

칸트의 또 다른 강의록인 『교육론』에서도 그는 인간의 인간됨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교육의 목표로서의 인격 형성을 말한다. 칸트에게 인간은 구체적인 개별 현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도덕적 가치 또한 겸비할 수 있는 존재다. 결국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하려 했던 칸트의 비판철학은 『인간학』에서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된다. 나아가 인간됨의 과정이 교육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교육은 단독자가 아닌 상호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칸트철학의 실마리 또한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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