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영역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정리한 최초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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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영역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정리한 최초의 책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2.1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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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철학 | 글렌 파슨스 지음 | 이성민 옮김 | b(도서출판비) | 253쪽 | 원제: The Philosophy of Design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이론서들은 많이 있지만 그 영역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정리한 책은 이 책이 최초이다. 이 책 이전까지는 가령 “예술철학”과 동등한 의미에서 “디자인철학”이라 불리는 영역이 없었다. 저자는 미학, 윤리학, 인식론, 형이상학, 기술철학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또 모더니즘 운동의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디자인과 관련한 철학적 작업을 한데 모아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오늘날 디자인은 널리 퍼져 있고 명망도 있어서 철학이 디자인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드라진다. 실로 ‘예술의 종언’이라는 풍문이 최근 떠도는 가운데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디자인은 문화적 중요성에 있어서 예술을 퇴색시켰다.”고 말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디자인철학의 강조점에 모더니즘의 기능성을 놓고 있다.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건 자본주의라고 부르건 근대의 개시와 더불어서 이 세상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가운데 역사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혁명들이다. 모더니스트들은 좀 다른 곳을 보았다. 물론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디자인 실천에는 세상의 각종 문제들이 어쩔 수 없이 얽혀들게 되어 있다. 모더니즘은 기능에 대한 강조를 통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파슨스가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능에 대한 강조의 궁극적 결과가 아니라 그것의 함축이다. 기능에 대한 강조는 디자인에 얽혀드는 세상의 다차원적 문제들에 대한 외면이 아니라 해결로서 제시된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문제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학의 이름으로든, 윤리나 도덕의 이름으로든, 환경의 이름으로든. 디자인 실천을 고립된 실천으로 바라보지 않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모더니즘 정신을 이어가면서, 파슨스는 이 문제들을 새로운 이론적 자원을 통해 다시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러고는, 문제의 복잡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현실적 판단들과 제안들을 선사한다. (「옮긴이 후기」에서)

이 책의 1장에서는 디자인 이론가들과 철학자들이 제공한 “디자인”의 정의들을 검토함으로써 주제를 초점에 가져다 놓는다. 저자는 그렉 뱀퍼드가 제공한 정의를 기반으로 삼으면서, 주된 역사적 뿌리를 산업혁명에 둔 특정한 종류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디자인 개념을 지지한다. 2장에서는 디자인을 특징짓는 문제해결 유형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한 가지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확인한다. 3장은 이어지는 맥락에서 모더니즘을 소개한다. 일차적으로는 역사적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철학적 노력으로서이다. 이어서 그 문제에 대한 모더니즘적 응답이 디자인에서 중심적인 다양한 쟁점들을 논의하는 시금석임을 주장한다.

4장에서는 디자인의 표현적 차원을 혹독하게 삭감하려는 모더니스트의 시도를 검토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디자인과 물질문화 일반의 의미에 대한 현대적 생각과 연결하여 놓는다. 5장에서는 모더니즘의 중심 개념, 즉 기능 개념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 개념을 해명하려고 하는 두 가지 철학적 이론을 논의한다. 6장은 아름다움과 미학의 문제로, 기능과 아름다움 사이에는 필수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하는 모더니즘적 관념으로 방향을 돌린다. 끝으로 7장은 디자인의 윤리적 측면으로 방향을 돌린다. 여기에는 디자인과 소비자주의의 관계, 디자인이 윤리적 틀에 미치는 영향, 윤리적 디자인을 위해 가능한 방법론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우리 자신의 철학적인 디자인 탐구를 위해 모더니즘적 생각의 유산에 대한 논평으로 결론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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