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차별금지법제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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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차별금지법제와 시사점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2.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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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현안분석]

 

차별은 개개인에게는 인간 존엄의 기초를 흔들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어, 차별구제와 평등보호를 두텁게 하고 차별사각지대 방지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적인 차별시정정책과 차별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불필요하다거나 차별사유나 범위 및 효과에 관련된 반대주장이 대립하여, 입법논쟁은 2007년 이래 진행 중이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국제인권규범과 발맞추어 유럽연합 차원에서 차별금지를 위한 규약 등을 마련하고 유럽 각국에서도 차별금지규범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인권재판소, 유럽사법재판소 등의 결정에 따라 각국에 차별금지규약의 실천을 강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의 차별금지규범과 발맞추어 특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차별사유와 차별유형을 상세히 하며, 차별시정과 평등증진을 위한 통합적 평등기구를 설치·운영하며 차별금지와 평등정책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개별적인 차별사유와 범위, 유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지난달 24일 「유럽 차별금지법제와 시사점」을 담은 『NARS 현안분석』 보고서(작성자: 법제사법팀 김선화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도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실현되는 국가질서를 구현하고 차별금지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체제에 대해 심도있는 입법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규범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 차별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입법논의가 사회 구성원 서로 간에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으려는 인식과 문화와 사회구조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란 제언을 내놓았다.

 

■ 유럽연합(EU)의 차별금지법제

▶ 유럽 차별금지법제와 평등보장시스템의 연혁

유럽은 각국의 법제도가 별도로 존재하고 있지만, 전체 유럽을 아우르는 인권보장체계도 갖추고 있다.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인권보장규범 및 체계의 실효성 보장체제는 개별국의 입법에 영향을 미치고 인권보장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며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
서 평등권보장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내 각 개별국의 차별금지법은 법제통합적 현상도 나타나는데, 유럽연합의 지침제정, 유럽재판소의 적극적 지침해석의 단계를 거치며 각국의 법제가 유사해지는 경향이다.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인권보장(차별금지 포함)에 관하여는 ①유럽연합(European Union), ②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및 ③유럽인권재판소(ECtHR,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유럽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1949년 「런던조약(Treaty of London)」을 체결하고, 법의 지배, 민주주의 인권과 사회발전을 신장할 목적으로 정부간 조직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를 설립하였다.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1950년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을 비준하였고 이는 1953년에 발효되었다. 이 협약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에서 유래한 근대적 인권조약 중 최초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인권협약」 제2장 제19조에 의하여 ‘유럽인권재판소((ECtHR)’가 설립되었다. 또한 「유럽인권협약」은 회원국의 시민에게만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권 내의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인권을 보장할 법적 구속력있는 의무를 부과한다(제1조). 제14조는 기본적 인권 중에서도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유럽사회권헌장(European Social Charter)」도 유럽평의회의 중요한 인권조약으로서, 1961년에 제정되고 1996년에 개정되면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였다(E조).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민족 혈통, 사회적 기원, 민족적 소수자,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의 차별근거들을 포괄하는 일괄조항을 통해서 차별로부터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유럽사회권위원회’는 「유럽사회권헌장」 준수를 감시한다. 「유럽사회권헌장 추가의정서」에 따라 사회헌장 위반 시에는 집단소송도 가능하다. 즉, 「유럽사회권헌장」을 비준한 국가를 상대로 비정부조직들은 「유럽사회권헌장」 미준수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유럽 내에서 차별금지원칙의 적용범위는 점점 확대되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용과 관련한 차별 규제에 집중되어 1957년 「로마조약」에서는 여성과 남성간 평등한 급여지급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1975년 「동등임금지침」과 1976년 「평등처우지침」이 제정되어 고용, 직업훈련 및 승진, 근로조건에서 성별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였다. 이후 차별영역과 사유가 확장되어 연금, 임신 및 법률에 의한 사회보장 등에 대해서도 규범이 마련되게 되는데, 1997년에 이르러서는 「암스테르담 조약(Amsterdam Treaty)」에 의하여 성, 인종, 종족 출신, 종교나 세계관, 장애, 연령, 성적지향 등 광범위한 차별사유를 정하고 차별행위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2000년 이후의 유럽연합 차별금지지침과 유럽회원국의 차별금지법

2000년에 들어서서는 보다 다양한 차별금지지침들이 마련되었다. 회원국에 법적인 구속력은 아니지만 정치적 의무를 부과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도 2000년 12월 7일 유럽의회 의장, 유럽이사회 의장, 유럽위원회의 의장에 의하여 공포되었다. 이 헌장은 3장에서 평등에 관하여 정하였다. 그리고 2009년 리스본 조약에 따라 법적 구속력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고용평등지침(2000/ 78/EC)」이 채택되어, 고용 영역에서 성적지향, 종교 및 신앙, 연령, 장애를 이유로 하는 차별이 금지되었다. 또한, 「인종평등지침(2000/43/EC)」에서 고용은 물론 복지체계와 사회보장,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관련하여 인종이나 민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였다. 2004년 「성평등 재화․서비스지침(2004/113/EC)」은 성차별금지를 재화와 서비스 접근에 대해서도 규정하였다. 2006년 개별 남녀동등처우지침들의 내용을 통합하여 「노동과 직무에서 남녀의 기회평등과 동등처우 원칙 실현을 위한 지침(RL 206/54/EG)」 등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지침들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차별금지법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위의 지침을 위반한 회원국에 대해서는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지침이 실효성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의 평등지침들에 따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마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별국마다 전체적인 차별금지 규범체계는 형식과 내용 등에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다만 그 내용은 유럽연합의 지침에 부합하여야 하는데, 유럽 회원국이 평등지침에 따라 법률을 마련하고 차별금지정책을 실시하지 않거나, 지침을 불충분하게 이행하거나 달리 이행하는 경우에는 제재절차가 개시된다. 유럽연합사법재판소(CJEU)는 각 회원국의 법률과 이행실태를 조사하여 차별금지조약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현재 유럽연합의 차별금지규약 및 주요 판례를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최근 10여년 내에 유럽연합의 차별금지법의 발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2009년 12월 1일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 따라 평등권과 다른 인권에 관한 유럽연합의 권한과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즉, 「리스본 조약」이 체결되어 효력을 발하면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이 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다. 「리스본 조약」은 유럽연합이 유럽연합 자체의 자격으로 유럽인권협약에 당사국으로서 가입을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유럽인권협약 제14의정서」는 이를 보완하고 있다. 두 번째는 「리스본 조약」과 유럽연합 기관들의 주요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 인권 프레임과 유엔 및 유럽평의회의 국가간 인권프레임 간에 점진적 수렴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2010년에는 유럽연합 기본권청(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유럽인권재판소(ECt HR,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공동으로 『유럽에서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안내서(교본)(Handbook on European non-discrimination law)』를 발간하였고 2018년에 개정되었다. 이 안내서는 유럽인권재판소와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판례 및 유럽사회권위원회 결정 등을 중심으로 정리하여 해설한 내용으로, 각국에서 차별금지실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유엔인권조약과 유럽의 차별금지법의 관계

유엔의 인권조약들은 유럽의 차별금지조약과 법규에도 크게 영향을 주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고문방지협약,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유럽 각국은 회원국이기도 하며 이 조약들은 모두 차별금지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특히 “유럽인권조약의 해석은 진공상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의 일반원칙과 조화되도록 해석해야 하며, 인권의 국제적 보호와 관련된 규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 유럽 각국의 차별금지법제

▶ 유럽 각국의 차별금지법 체계

2020년 12월 기준으로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은 개별적으로 국내에 평등증진 또는 차별금지를 위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 정도와 유형, 범위가 다소 다를지라도, 대체로 헌법에서 기본적 인권의 중요한 항목으로서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보호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차별문제를 총괄하여 다루는 기관도 설치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 차별금지사유: 특히 성적지향과 장애

유럽 각국의 법률에서 명시한 차별사유는 인종, 출신민족, 종교 또는 신념, 장애, 성적지향, 연령 등으로 볼 수 있다. 개별적인 차별사유 중에는 차별사유로 인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거나, 개념 또는 개념범위를 달리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이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경우 등이 있다.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서 법률로 명시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도 논쟁이 많았다.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국가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범죄시되는 등의 역사가 있으므로 이를 차별금지사유로서 법률로 정하는 것이 쉬웠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성적지향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경우로는 헝가리의 2003년 평등처우법을 들 수 있고, 터키, 리히텐슈타인도 이를 명시적으로 예시하고 있지 않다.

벨기에는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을 명시하지 않으나, ‘2013년 동성애혐오 및 성전환혐오 폭력과 맞서기 위한 연방간 계획’에서 성적지향의 정의를 언급하고 있으며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을 차별과 혐오행위로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성적지향을 명시한 경우에도 그 정의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정한 입법례와 상세히 정한 입법례 등 입법방식은 다양하다. 아이슬란드는 2004년 조사에서 국민의 87%가 동성혼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법률에서 성적지향에 대해서 매우 간략하게 ‘개인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거나 매력을 느끼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을 “이성애자,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로 정의하였다(제1.10조). 핀란드, 아일란드, 스웨덴, 영국의 법률들은 성적지향에 대해서 ‘동일한 성을 가진 자에 대한 성적지향, 반대성을 가진 자에 대한 성적지향, 양성 모두에 대해서 성적지향을 가진 경우’로 정의한다. 독일은 연방기본법에서는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모두 개인의 자율적 개성의 일부로서 언급하고 있는데, 일반 평등처우법에서는 ‘성정체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성정체성’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포괄하는 용어로 보고 있다.

이에서 더 나아가 동성간의 혼인을 합법화한 국가도 네델란드(2001), 벨기에(2003), 스페인(2005), 노르웨이(2009), 스웨덴(2009), 포르투갈(2010), 아이슬란드(2010), 덴마크(2012), 프랑스(2013), 영국(2013), 룩셈부르크(2015), 아일랜드(2015), 핀란드(2017), 몰타(2017), 독일(2017), 오스트리아(2019), 스위스(2021)가 있다. 동성간 결혼은 아니지만 시민결합(civil union)을 인정한 경우로는 2021년 현재 이탈리아, 에스토니아가 있으며, 동성파트너쉽을 인정한 국가는 체코와 헝가리가 있다.

∎ 장애

유럽연합도 2010년 12월 23일 「UN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을 인준하였으므로, 유럽 회원국들은 장애인의 교육접근성, 고용, 교통, 사회기반시설과 공공이용건물, 투표권, 정치적 참여권 개선, 모든 법적 권리의 보장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미 2006년에 유럽사법재판소는 장애에 대한 개념을 질병과 구별하여 판결한 바가 있었고, 2013년에는 또 다른 판결에서 장애의 개념 정의를 한 바가 있었다. 2013년 판결에 따르면, 장애는 “상호작용에 다양한 장벽이 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손상으로 다른 사람과 동일한 조건에서는 직업생활에 완전히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방해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법원은 이 손상은 ‘장기적’인 것이어야 하고 치료가능 또는 치료불가한 질병의 경우에 일정하게 정한 한계에 이를 때에 장애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알바니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몬테니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터키가 ‘장애’의 정의를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에서보다는 주로 사회보장입법의 맥락에서 정한 경우가 많다.

차별의 정의와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 영역이 점차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장애존재의 입증 책임과 관련하여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의규정이 개정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유럽사법재판소가 장애 문제에 대한 결정을 직업생활의 영역에 국한하여 하였지만, 불가리아, 아이슬란드, 스웨덴, 터키는 장애로 인한 차별문제를 직업활동에만 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헝가리, 영국, 알바니아, 에스토니아 등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차별사유로서 장애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장애 개념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로 판례에 의하여 개념정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는 2017년에 장애의 개념을 다소 확장하는 중요한 판례가 있었는데, 장애로 인하여 해고되어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청구인의 상태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밝혀진 질병에 의할 필요는
없고 의사나 기타 건강전문가 등의 의견을 참조하여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면 족하다고
보았다.

▶ 유럽 각국의 평등기구

유럽 회원국들 중 많은 국가들이 평등처우를 증진시킬 특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있다. 2018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인종평등지침」을 통하여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에게 보다 더 큰 독립성을 확보하고 확장된 권한과 적절한 재원을 갖추도록 하는 등 평등기
구의 기준에 대한 권고를 발한 바 있다.

이 권고에서 평등기구의 기준으로 제시된 것은 4가지이다.

첫째, 평등기구는 보다 강화된 독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회원국들은 운영구조, 예산배정, 직원 임명과 해고 절차, 이해관계충돌 예방 등을 통하여 평등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평등기구가 증거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평등기구는 법적 조력을 하여야 한다. 회원국들은 평등기구가 개인이나 집단의 고충을 처리할 수 있게 하고 법적 조력을 제공하며 피해자나 단체를 법정에서 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평등기구는 적절한 자원과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회원국들은 평등기구가 인적, 기술적, 재정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갖추고 하부구조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넷째, 평등기구는 효과적인 협력 즉, 회원국 내의 평등기구와 유럽연합 그리고 국가 간에도 적절한 의사소통이 확실히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여야 한다.

유럽연합의 「인종평등지침」 제13조에 따라 새롭게 기구를 설치한 국가는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스페인이 있다. 이미 설치되어 있던 기구에 평등처우증진 기능을 더한 경우로는 키프로스의 옴부즈만, 에스토니아의 헌법수호관 및 성평등과 평등처우 위원, 리투아니아의 평등기회옴부즈만, 몰타의 국가평등증진위원회, 슬로바키아의 국가인권센터, 크로아티아 옴부즈맨이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유럽 각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던 평등관련 기구들을 하나의 기구로 통합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 예로 프랑스가 2011년 기존에 법령들에 의하여
설치되었던 권리보호관들을 통합하여 평등기회와 차별금지위원회를 신설하였고, 2011년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법률에 의하여 인권기구가 설치되면서 기존에 있던 평등처우위원회를 대체하였다. 아일란드에서는 평등국이 인권위원회와 합쳐져서 아일란드 인권 및 평등위원회가 되었다. 스웨덴에서는 2009년 ‘평등옴부즈만’이 창설되었는데 이는 기존에 있던 4개 부분 즉 성, 출신 민족과 종교, 장애, 성적지향 차별에 대한 별도의 옴부즈만들이 통합된 것이다.

▶ 유럽 차별금지법체제의 경향과 특징

∎ 차별금지를 위한 차별시정 시스템의 체계화

유럽연합은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조약을 체결하고 공통의 지침을 제정하여 권고하고 유럽전체를 아우르는 사법시스템을 갖추고 여러 경로로 평등지침을 관철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개별국가는 이에 따라 법률을 제정하고 평등기구를 설치하여 평등증진을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차별의 유형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복합차별로 구별하고, 각 차별사유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차별금지영역에 대해서도 현실의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하게 설정하여 이를 구제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평등증진과 차별구제를 위하여 개별적 법률들이 기존에 있었다 해도 일반적ㆍ포괄적인 법률을 제정하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평등기구(차별시정기구)도 통합하고 일원화하여, 실제로 차별을 당한 피해당사자들이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리한 것과 사회 전체의 평등문제를 제대로 평가하고 시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 진행 중인 다양한 차별사유에 대한 논쟁

차별금지나 평등은 평면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 사회나 문화의 특수성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합리적인 차별인지 비합리적인 차별인지 구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사유로 대부분 명시하고 있는 ‘종교’나 ‘신념’에 대한 정의(definition)조차도 쉽지 않다. 각국의 법률이나 유럽의 지침에서조차 무엇이 종교이고 아닌지에 대해서 구별하는 개념을 쓰지 않고 있다. 규정에 명시했어도 실제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종교의 개념에 대해 내면의 신념을 말하는 “내면의 법정(forum internum)”과 공공연히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거나 선언하는 “외면의 법정(forum externum)”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정도의 개념설정을 한 바가 있다.

차별로 제기되는 문제가 다른 헌법적 가치와의 충돌이 문제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완전한 합의에 이르러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학교에 무슬림을 종교로 가진 학생이나 교사가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교칙이나 법률은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인가의 문제는
종교차별로 볼 수도 있지만,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종교중립성이라는 헌법적 원칙과의 충돌문제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독일에서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근거로 2005년까지도 베를린시의 중립법(Neutralitätsgesetz)이 공무원이나 교사는 종교적 신념이 드러나는 복장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였다. 그러나 2015년에는 연방헌법재판소가 교사에 대해서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한 사례에 대해서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이 폐지되지 않았다가 2017년 연방노동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완전히 폐지하도록 결정하였다. 체코는 2019년 대법원에서 이를 금지하는 것은 무슬림 학생에 대한 종교 차별이 된다고 하여 복장규
제를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혐오발언의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와 평등보호가 충돌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므로 차별 사유를 정하고 평등을 증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규범을 정하였다는 것만으로 현실에서 바로 평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구체적인 사건에서 이를 적용할 때에는 다층적인 가치충돌이 있을 수 있다.

∎ 타협과정과 국제적 연대

원칙적으로 인권은 소수자 인권 등을 다수가 좌우할 수 없도록 하는 분야이며, 민주적 가치 중에서도 소수자 보호의 가치가 중요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평등권 보장과 차별금지 문제에 대해서 경제적인 이유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기존의 가치체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입장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반되는 입장들에 대한 타협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고 조정이나 합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의 경우, 유럽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동성혼에 대해서도 합법화한 국가들이 꽤 많다. 대신, 성적지향 차별 법제화에 반대하는 의견과 조정 내지 절충하여, 종교기관에서 동성간의 결혼식을 집전하기를 거부하는 권리도 부여하거나 결혼식 집전의무를 면제하는 등의 방식을 병행하였다. 다른 사람의 성적지향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종교적 신념도 존중하되, 서로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소속 회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우리의 차별금지법제 논의에 대한 시사점

▶ 우리의 차별금지법제 현황

우리는 유럽과 달리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평등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체계가 존재한다. 우선 헌법에서는 전문과 헌법 제11조 등에서 평등원리와 평등권에 대하여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차별금지와 관련한 법률들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금지사유를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으로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시정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현재 대한민국의 차별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은 우선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기본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현행 평등보장 또는 차별금지 법체계는 이하와 같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된 논쟁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지향이나 사상의 자유 등도 이미 규정되어 있다. 다른 개별법에서 차별사유로 들고 있지 않은 인종, 학력, 지역, 외모 등도 차별금지사유로 열거되어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 별도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일반적으로 차별의 개념에 포함되는 간접차별과 괴롭힘, 혐오표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거나, 차별의 새로운 유형인 괴롭힘이나 혐오표현, 차별지시⋅조장, 보복행위에 대한 규제, 통일된 차별판단기준의 필요성, 차별구제수단의 보강 등을 위해 차별 영역 전반에 걸친 포괄적 차별금지법(내지 평등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차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차별금지법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기본 인권은 어떤 것도 절대적일 수 없으며 다른 기본 인권과 충돌하면 제한될 수 있어야 하며, 타인의 인격권이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차별적 표현은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있다.

▶ 유럽사례의 시사점

유럽 사례를 보면, 평등한 사회, 차별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하여 많은 논쟁과 타협을 거쳤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평등, 차별금지를 구제하는 법규범이나 구제기관과 절차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차별금지나 평등증진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고, 이를 시작점으로 하여 사회구성원들의 평등한 처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살피고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참고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차별의 유형도 변하며 개념도 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포괄적인 차별사유와 시정기구로서의 국가인권위원회 기능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로써 일종의 포괄적 차별금지규범으로 보고 보완으로 가능할지 살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 규정하기에는 체계상이나 여러 이유를 들어 부족하다고 하는 주장이 있으므로, 유럽에서 개별 차별금지법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했던 사유 등을 면밀히 살펴서 궁극적으로 차별없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역차별이나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문제 등 쟁점사항들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와 타협의 지혜도 발휘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시정기구(평등기구)로서 역할을 함에 있어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또는 다른 인권침해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또는 역량에 부치는 일인지, 현실적으로 국가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할 수 있는지 또는 별도의 차별기구를 둘 필요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개별국들이 영역별로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던 차별시정기구들을 통합한 사례와 이유도 검토해서 우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 맺음말

유럽의 차별금지시스템은 차별사유와 규제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거치면서 국가 간, 국가 내 모두 규범체계를 갖추고 차별금지와 평등보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즉, 국제인권규범과 조화를 이루며 유럽전체를 아우르는 차별금지규범체계와 이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사법시스템을 갖추고, 유럽 각국에서도 이에 따라 일반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차별구제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차별 구제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는 개별 국가만의 노력이 아니라 전체 유럽의 노력이며 더 나아가 세계적인 노력이 더해진 일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는 주장과 차별유형의 다양한 규정과 차별구제 공백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별도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각각 모두 주장되고 있다. 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비롯해서 유엔으로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권고 받은 내용을 검토하여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차별금지 법체계와 시스템을 갖추는 문제를 충실히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주어진 삶의 조건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차별시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러 기본권 침해 문제, 표현의 자유, 신념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의 침해 문제나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사항이 있는지 보호범위가 어떠한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헌법의 중요한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는 다수 또는 과반의 자유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자유가 가능할 때 자유민주주의가 충실히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특징이 있거나 목소리 작거나 또는 내지 못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다수의 횡포가 지배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의 한 이념이다. 다양한 주장과 입장이 논쟁 중이지만, 그럴수록 어떤 형식이든 가장 헌법정신에 충실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한 법제도에 대해 다양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규범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 차별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입법논의가 사회 구성원 서로 간에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으려는 인식과 문화 및 사회구조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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