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평등연구소 "한국, 서유럽처럼 부유하지만 소득·부 불평등 훨씬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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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평등연구소 "한국, 서유럽처럼 부유하지만 소득·부 불평등 훨씬 심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12.08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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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장으로 국가간 격차 줄었지만 국가안 격차 커져
- 현대의 불평등 제국주의 절정기와 비슷
- 성별 불평등 큰 개선 없어…탄소배출도 불균형 심각
- 한국, 서유럽처럼 부유하지만 소득 불평등 심각

 

전 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富)의 76%를 소유한 반면, 하위 50% 손에 쥐어진 자산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의 불평등은 제국주의 절정기인 약 10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며, 부의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의 76% 소유···'불평등은 정치적 선택 결과'
상위 10%가 전체 소득 50% 버는 동안 하위 50%는 8%에 그쳐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7일(현지시간) 소득, 부, 성별, 탄소 배출 등의 분야에서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연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뤼카 샹셀, 토마 피케티, 에마뉘엘 새즈, 가브리엘 쥐크만 등 프랑스 경제학자들을 주축으로 100명이 넘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연구원들이 이번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4년 동안 통계기관, 세무 당국, 대학, 국제기구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간, 국가 안에서의 불평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측정했다. 각국 정부는 매년 경제 성장률을 발표할 뿐 도대체 누가 돈을 벌었고 누가 돈을 벌지 못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10%가 전 세계 소득의 52%를 버는 동안 가난한 절반(50%)의 사람들은 전체 소득의 8.5%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가장 부유한 10%가 1년 동안 8만7,200유로(약 1억2,000만원)를 벌 때 가난한 50%는 2,800유로(약 373만원)를 벌어 31배 넘는 차이가 났다. 2021년 한 해 평균 구매력평가(PPP) 기준 성인 평균 소득은 1만6,700유로(약 2천200만원)였다.

보유 자산의 격차는 더 컸다. 상위 10%의 평균 자산은 55만900유로(약 7억3,000만원)였지만, 하위 50%의 자산은 평균 2,900유로(약 386만원)로 190배 차이를 보였다. 성인 평균 자산은 7만2,900유로(약 9,700만원)였다.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큰 지역은 중동·북아프리카(MENA)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8%를 차지했으며,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의 소득격차는 27배 차이가 났다. 평등한 유럽은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36%였으며,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의 소득격차는 9배 차이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3%를, 중남미에서는 55%를 차지했다.

국가의 전체적인 부의 수준과 국민의 소득의 불평등은 큰 연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가 평균 소득이라는 척도만으로 해당 국가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 스웨덴은 모두 소득 측면에서 부유한 나라로 분류되나 미국은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고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평등했다는 것이다.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도 브라질, 인도는 불평등이 아주 심각했지만 말레이시아, 우루과이는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정도가 낮았다.

보고서는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이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곳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다른 형태로 규제 완화 및 자유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상승은 획일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요컨대 이러한 차이를 봤을 때 불평등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보고서 주요 저자인 뤼카 샹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가 개입하면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샹셀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부유한 나라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빈곤의 증가를 억제한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가난과 싸움에서 국가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국가간 격차 줄었지만 내부 불평등은 심화…性불평등 개선 더뎌

소득 상위 10위와 하위 50위 사이의 격차. 색깔이 진할수록 격차가 심하다. (자료=세계 불평등 보고서)

세계적으로 국가 간 소득 격차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가 내부의 소득 격차는 커지는 흐름이다. 신흥국이 빠른 성장으로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국가 내부에서의 불평등은 여전하거나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소득 기준 상위 10% 국가와 하위 50% 국가의 평균 소득 격차를 비교해보면 1980년 53배에서 2020년 38배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가 안에서 소득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 격차는 평균 8.5배에서 15배로 거의 2배 벌어졌다. 신흥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선진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았을지언정 불평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보고서는 “오늘날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이 서구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었던 20세기 초와 가깝다”며,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되돌리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있으나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일 때 양성이 평등하다고 본다면 그 비율은 1990년 31%에서 2015∼2020년 35%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증했지만 중국에서만 여성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탄소 배출에서도 불균형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8%를 차지했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고소득 국가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주체가 있다며 탄소 배출은 단순히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서는 해설했다.

보고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선 21세기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각국 정부가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보고서는 고소득층에 누진세를 적용해 이를 다시 교육과 보건, 친환경 정책 등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20세기 초 세금을 점진적으로 늘린 덕분에 복지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서유럽만큼 부유하지만 불평등은 훨씬 심각

- 상위 10%와 하위 50% 부의 격차 '52배'
- 소득 격차도 14배…서유럽보다 2배 높아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소득 수준에 있어서 서유럽과 비교될 정도로 부유한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빈부격차는 서유럽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국의 불평등 실태를 진단했다.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3,000유로(약 3,843만원)으로 잡으면서 서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영국(3만2,700유로)·스페인(3만600유로)·이탈리아(2만9,100유로)보다는 높고, 프랑스(3만6,300유로)·독일(3만9,900유로)보다는 낮지만 유사한 수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연금과 실업보험을 반영한 세전 금액이며, PPP 기준 1유로는 한화 1165.3원으로 계산했다.

특히 한국은 2021년 기준 상위 10%가 1인당 15만3천200 유로, 약 1억7천850만 원을 벌어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인 1만600 유로, 약 1천233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1960∼1990년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불평등 문제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줄어들어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정의하는 부는 주식, 채권 같은 모든 금융자산과 주택과 같은 비금융자산,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14배, 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가 52배 나는 셈이다.

한국 성인이 보유한 부는 평균 17만9,700유로(약 2억937만원)으로 중국 평균보다 배 이상, 인도 평균보다 8배 이상 높아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했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유로(약 12억2,508만원)으로 전체 부의 58.5%를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54만원)로 5.6%를 각각 차지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14배, 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가 52배 나는 셈이다. 서유럽권 소득격차와 비교해보면 프랑스가 7배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8배, 영국 9배, 독일은 10배로 집계됐다.

성별 근로소득도 평등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국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의 점유율은 1990년 27.3%, 2000년 29.2%, 2010년 30.9%, 2020년 32.4%로 늘어났지만, 이상적인 평등인 절반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럽의 경우 여성의 근로소득 비중이 전체의 38%, 동유럽은 41%였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14.7t(CO2 환산)으로, 2019년 기준 상위 10%가 54.5t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t을 배출했습니다. 이는 부유층의 자원 소비가 그만큼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불평등연구소는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매년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는 소득 분배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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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21-12-16 12:40:29
"세계불평등연구소는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역시 프랑스에는 대학이 있고 연구가 있고 학자가 있군요.
좋은 보고서 내용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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