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인건비를 교원 인건비로 편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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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인건비를 교원 인건비로 편입하라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2.0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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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 확보 시위 중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회원

〈사립대 강사처우개선비 관련 성명서〉


강사 인건비를 교원 인건비로 편입하라


강사 처우 개선비는 결국 264억으로 통과되었다.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의 428억은 좌절되었다. 강사법이 시행된 후 지난 3년간 지원되던 강사 처우 개선비가 내년부터는 70%에서 50%로 줄어든다. 우리 노조는 그동안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100% 지원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와 국회는 오히려 50%로 축소하였다.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강사의 고용 축소라는 우려했던 결과를 낳을 것인가? 사실, 그동안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강사를 줄여 왔다. 속된 말로 자를만큼 잘랐다. 강사들이 담당하던 강좌들은 전임교원에게 떠넘겼다. 대학이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학술연구인데, 대학은 강사를 줄이기 위해 겸·초빙교원과 기타교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여 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년부터 강사 처우 개선비가 줄어든다고 해서 딱히 더 자를 강사가 남아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정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것인데, 정부가 그 조건으로 내건 것이 “적정 규모화”이다. 재정을 지원받는 대신 적정 규모로 정원을 감축하라는 것이다.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 정원을 줄일까? 정부에서 이미 답을 제시했다. 대학의 유지충원율을 점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대학은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의 정원을 감축할 것이고, 그 학과들은 인문사회예술계열이 될 것이고, 대학의 강사들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곳이 바로 이들 학과이다. 그리고 대학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학이 망할 대학인지는 그 대학에 강사가 있는가를 보면 된다. 강사는 학문후속세대라 불리며, 또 대학에서 가장 싼 인력이기도 하다. 그런 강사들조차 고용하지 못하는 대학은 내일은커녕 사실은 오늘도 없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대학이다. 누가 대학을 죽이고 있는가? 대학을 살리자고 강사법이 시행되었다. 강사의 고용을 안정시켜 학문을 발전시키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자고 시행되었다. 그런데 그 강사법을 정부와 대학이 앞장서 흔들고 있다. 

고등교육법에는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현재 대학 강사들은 방학 기간 전부가 아니라 겨우 4주 동안만 받고 있다. 대학 강사들은 교육공무원이 아니면서도 정년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 중 극소수만 퇴직금 지급 대상자다. 대다수 대학 강사들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강제로 퇴직을 당한 뒤에는 퇴직금조차 없다. 공무원연금이니 사학연금이니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은 퇴직을 하는 순간 이 사회의 극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강사 처우 개선비는 이 최소한의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의 70%가량을 부담하는 정책이었다. 고등교육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정책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이들에게 지원되던 처우 개선비를 현행 70%에서 50%로 축소하였다. 
 
강사 처우 개선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한교조는 해마다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이 한심한 일들을 되풀이할 것인가? 교육부가 나서라. 국회 입법처도 나서라. 강사의 인건비는 정부의 인건비 항목 중 상용임금에 들어가는데, 상용임금은 사업비로 편성되어 있고 투자성 경비로 간주된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에서 극명히 드러났듯이, 강사의 인건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등 대학 강사가 대학 내에서 받는 숱한 차별도 여기서 비롯된다. 강사 인건비는 기재부의 지침에 종속되어 있는 사업비 항목에서 탈피해야 한다. 강사 인건비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 인건비로 하여 보수 인건비로 편입되어야 한다.

대학 강사는 엄연히 고등교육법상 교원이다. 강사의 처우개선 재정을 기재부의 사업비로 편성하는 일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사립대에 지원할 수 없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해라. 기재부는 자신들이 그럼으로써 고등교육기관을 일개 사기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가? 아무리 대학이 기업화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도리어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와 국회의 맹성을 촉구한다.


2021년  12월  7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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