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진화...음악의 신대륙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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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진화...음악의 신대륙으로 떠나보자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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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오늘의 클래식: 40인의 작곡가와 떠나는 현대음악 여행(개정증보판) | 김성현 지음 | 아트북스 | 544쪽

 

대부분이 현대음악은 그저 어렵고 불편한 음악 장르로 여기며 일상과 꽤나 먼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음악에 대해 "서양 고전음악이라는 클래식 음악의 사전적 의미 때문에 종종 비인기 장르 중에서도 비인기 장르로 취급받는다"며 "좋게 말해 ‘별미’지만, 나쁘게 말하면 ‘섭취 불가 판정’이 떨어지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왜 모든 클래식 음악 입문서와 음반 가이드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에서 끝나는 걸까? 그 뒤로는 정녕 새로운 걸작이 없는 걸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켜왔다. 클래식 음악도 그렇다. 과거 모차르트와 베토벤, 바흐와 쇼팽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해왔다면, 이제는 동시대 작곡가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로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저자는 ‘고전’의 아름다움을 계승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맞서고 부수고, 새롭게 다지는 일 또한 ‘현대’ 예술의 진보적 성취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새로운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현대음악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모를 때 좌표가 되어줄 ‘현대음악 안내서’다.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음악과 그들의 삶을 소개한 이 책은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일생이 현대음악을 매개로 모였다 흩어지며 각 작곡가들의 예술적 특성과 의미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스트라빈스키부터 한국의 진은숙까지, 총 40명의 작곡가들의 성장과 작품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격랑의 시대 속에서 각자의 음악을 발전시킨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뤘다. 3장, 9장, 11장은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자크부터 뉴욕으로 향했던 말러, 코플런드, 거슈윈, 아이브스 등 미국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4장은 나치의 광풍이 휘몰아친 시기에 국경을 넘나들어야만 했던 힌데미트, 바일, 아이슬러에 대해 소개했다. 5장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유럽 음악의 지평을 넓힌 드뷔시, 메시앙, 불레즈 등 프랑스 작곡가들에 대해 다뤘다.

6장에서는 영국 작곡가인 상인 계층 출신의 엘가, 불가지론자였던 본윌리엄스, 동성애자인 브리튼의 삶을 그렸다. 10장은 동유럽 현대음악의 중심지로 발돋움한 시마노프스키와 루토스와프스키, 펜데레츠키 등 폴란드 작곡가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13장은 브라질의 국민 음악가 빌라로부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대중음악 양식인 ‘쇼루’를 받아들여 브라질 전통 민요를 채집하고 자신의 음악적 자산으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남미는 21세기 월드뮤직의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마지막 14장은 한·중·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한 명씩을 소개했다.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으로 유명한 중국의 탄둔은 동양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현대음악을 발표했으며, 일본의 다케미쓰 도루는 서양음악의 급진성과 동양음악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음악을 내놓았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발표한 한국의 진은숙은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역임은 물론, 아르스 노바 등 한국을 넘어 세계 현대음악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음악사를 살펴보면 20세기 음악의 역사가 20세기 정치사, 문화사와 결을 같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한다. 구대륙 유럽이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힘을 잃고, 신대륙 미국이 동력을 얻는 모습이나 아시아와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이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는 등 현대음악사와 현대사를 나란히 펼쳐놓고 보면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10년 만의 개정 작업을 통해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마친 이 책은 변화하는 세상과 발맞춰 진화하는 현대음악을 상세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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