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 일본 육군의 탄생부터 몰락까지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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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일본 육군의 탄생부터 몰락까지를 담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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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역설의 군대 :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 | 도베 료이치 지음 | 윤현명·이승혁 옮김 | 소명출판 | 371쪽

 

이 책은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 육군이 탄생할 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일본 육군이 무너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세계적으로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격변의 시기인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일본 육군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근대화를 이끌었다. 이때 일본은 대규모 공업화를 위한 규격화된 인재를 원했고,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징병제를 요구했다.

이에 일본 육군은 장병들에게 규격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상당한 반발을 무릅쓰고 신분제로 편성된 군 인력을 정리했다. 또 무기 산업 육성을 통해 공업 발전을 선도하고 합리적·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건설·유지했다. 그 결과 일본 육군은 방대한 조직으로 발전하며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승리를 주도했다. 이것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던 초기 일본 육군의 모습이다.

그러나 성공에 도취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일본 육군은 점차 완고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갔다.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진행된 전쟁 방식의 변화, 범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하면 정치적 중립을 방패삼아 정부의 통제로부터 조직을 독립시켰다. 나아가 국가 방위를 내세워 국정 전반의 각종 문제에 개입했다. 정치적 중립을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할 군인이 오히려 최대의 정치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러한 일본 육군의 대외 강경책은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졌다. 온전히 육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육군이 각 전쟁의 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전쟁은 일본 육군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일본 육군의 군사력은 점차 무너져 갔다. 이런 가운데서도 육군은 대외 강경책, 결사 항전, 정신주의 등을 끝까지 고집하며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 않았고 군대로서, 조직으로서 광신적인 행태마저 보였다.

일본 육군의 폭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천황이 정식으로 항복한 이후에야 멈췄다. 그 뒤로 일본 육군은 해체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결국 초기에 변화와 혁신을 선도했던 일본 육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고하고 이기적인 조직으로 바뀌었으며, 나중에는 가장 과격하고 광신적인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일본 육군에 대한 극적인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냈다. 일본 육군이 광신주의와 함께 무너지는 과정의 핵심에 천황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세밀히 보여준다. 일본 육군이 주도한 제국주의에 큰 피해를 입었던 대한민국에 번역됨으로써, 일본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과오를 짚어내 우리 스스로 경계할 타산지석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군대는 본래 합리적이어야 하지만 근대화와 성장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된 일본 육군은 그 도전에 대응하는 사이 조금씩 변하게 된 것"이라며 "근대화와 성장이 비합리성과 광신주의를 낳았다고 한다면 이것도 일본군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비합리적인 ‘전쟁’이라는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조직인 '군대'가 전쟁 상황에 내몰리면 군인 개개인이 종종 비합리적인 행위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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