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이해한 미중 디지털 안보경쟁
상태바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이해한 미중 디지털 안보경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1.30 0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미중 패권경쟁 사이의 한국 | 김상배·이중구·신성호·송태은·이승주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44쪽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야기하는 문제가 양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 변화하면 국가안보의 문제로 비화된다는 진단 아래,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안보경쟁을 논한다.

미래의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드러지는 양상은 기술변수와 안보 문제의 만남이다. 디지털 안보는 초기에는 ‘개인 안전’이나 ‘기관 보안’ 정도로만 이해되는 기술 안보 문제였을지라도, 오프라인 공간의 무역이나 금융과 같은 경제 안보와 만나고, 더 나아가 사이버 공간의 데이터 안보와 만나면 그 폭발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오늘날 디지털 안보는 지정학적인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안보의 세 가지 창발 과정, 즉 양질전화, 이슈연계, 지정학적 임계점으로 각 부를 나누어, 대표적인 이슈 영역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 양상을 살펴보고,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고찰한다.

 

이 책에서 주로 원용한 시각은 ‘복합지정학’이다.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이해한 미중 디지털 안보경쟁은, 좁은 의미의 자원경쟁이나 기술경쟁을 넘어서 표준경쟁 또는 플랫폼 경쟁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미중경쟁과 더 넓게는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맥락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위해 사이버전·전자전 영역, 사이버심리전, 군사정보·데이터 안보 영역에서 두 국가의 경쟁 양상을 파악했다. 

사이버전·전자전 영역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무선통신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향후 사이버전과 전자전의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미중이 어떻게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통합 운용하고 있는지 전략을 분석한다. 사이버심리전 영역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위 조작 정보를 유포하는 심리전을 전개한 데 대해 미국과 유럽이 어떤 대응 태세를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앞으로 사이버심리전은 서구권 민주주의와 러시아·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 간 정치적 우위 확보를 위한 전술적 수단으로 빈번하게 이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군사정보·데이터 안보의 측면에서는,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보우세를 점하기 위한 양국의 전략을 살펴보고, 각각의 정보 영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정보전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특히 한국의 데이터 안보를 위해서는 국제레짐과의 협력 등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함을 강조한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앞서 가고 중국이 그 뒤를 바짝 쫓는 모양새지만, 중국의 빠른 성장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 우주개발, 드론 산업, 자율무기체계와 같은 첨단기술 영역에도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기술 분야에서의 양국의 전략도 면밀히 탐구했다.

미중경쟁의 복합적인 성격은 수출 통제와 동맹외교 강화로 이어진다. 수출 통제의 측면에서는, 전략경쟁이 미국과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다자 레짐의 한계를 검토하고,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전략을 기반으로 한 수출 통제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다. 동맹외교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주는 ‘디지털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 이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유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규범을 마련하는 문제에 각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도 주목했다. 미국과 일본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전과 유통을 강조하면서도, 국외 이전에 있어서는 제한을 두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데이터 현지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이전 및 데이터 현지화 이슈는 자국의 입장에서는 데이터 확보를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타국에 대해서는 데이터 이전과 유치를 제한해야 하는 이중성이 있는 문제임을 지적하며, 이에 유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