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이자 위대한 계몽주의 지식인 케인스…평화와 예술을 사랑한 지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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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이자 위대한 계몽주의 지식인 케인스…평화와 예술을 사랑한 지성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1.30 0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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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메이너드 케인스: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 재커리 D. 카터 지음 | 김성아 옮김 | 홍춘욱 감수 | 로크미디어 | 876쪽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될 무렵, 어느 한 젊은 학자가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런던으로 떠났다. 당시 잉글랜드에는 역사상 가장 지독한 금융 위기가 터진 지 5일 째가 되는 날이었고, 유럽을 휩쓸어버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였다. 영국은 전쟁과 경제 위기로 촉발된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했다. 젊은 학자는 이러한 위기와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안하였다. 영국은 젊은 학자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런던을 위기에서 탈출하게 만든 젊은 학자는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무명의 학자에서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경제학자이자 위대한 계몽주의 지식인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인생과 그의 사상을 낱낱이 풀어낸 지적 전기이다.

베테랑 저널리스트 재커리 D. 카터는 이 책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개인적인 삶과 학문적, 문화적, 정치적 활동을 절묘하게 엮어낸다. 흔히 케인스는 뛰어난 경제학자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카터는 케인스가 탁월한 반권위주의 사상가였으며, 예술과 사상이 전쟁과 결핍을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평생을 바쳤던 인물이었음을 그의 생애를 통해 소개한다. 도덕 철학자, 정치 이론가, 정치가이기도 했던 케인스는 예술가와 지성인의 안식처인 런던 블룸즈버리 그룹에서부터 유럽과 미국 두 대륙의 주식 시장 붕괴, 뉴햄프셔 브레튼우즈에서의 협상, 런던의 호화로운 코벤트 가든에서 열린 발레 공연, 베르사유 조약이 이루어진 파리 회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순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처럼 카터는 케인스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단순히 경제학자로 국한될 인물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은 전 세계에 심각한 경제적 후퇴와 붕괴를 일으켰다. 케인스는 당시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만약 재무부가 낡은 병에 지폐를 가득 채워서 폐광 깊숙이 묻고 쓰레기 더미로 덮은 다음, 이후 성숙한 자유방임주의 원칙에 따라 민간 기업에 그것을 다시 파내라고 하면, 더 이상 실업은 없어지고 그 파급효과로 공동체의 실질 소득과 재산이 실제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오늘날에도 케인스의 말은 통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던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경제부양책을 활용하였고,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와 같은 정책을 사용 중이다.

케인스는 어떻게 이러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 그는 전쟁과 평화의 철학자이자, 예술과 문화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공공정책 분야에 첫발을 내딛으며 대단한 업적을 이루기 시작한 케인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성인 중 하나로 손꼽히기 시작하며 수많은 역사적 순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역사적 현장에서 경제학자가 아닌 계몽주의 지식인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처럼 이 책은 경제학자로서의 케인스의 면모만이 아니라 평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지성인 케인스의 면모도 훌륭히 묘사하고 있다.

케인스의 사상은 미국에서 급성장하게 된 경제학의 토대가 되어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나아가게 도왔다. 그러나 케인스의 사상을 이어받은 케인스주의자들은 기득권층에 맞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지적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이는 냉전이라는 광범위한 정치적 투쟁의 도화선을 지피게 되었다. 결국 케인스의 사상은 투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케인스가 평생을 바친 일들은 손실되었다. 케인스는 평화와 전쟁의 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과 경제학, 윤리학을 하나의 문제로 고민한 계몽주의의 마지막 지식인이었다. 그가 평생을 바친 일은 더 많은 조세나 정부의 지출 조절하는 일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는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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