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거버넌스 체제는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변화의 동인은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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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거버넌스 체제는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변화의 동인은 무엇이었는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1.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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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거버넌스 체제 변동 연구 | 주재현 지음 | 윤성사 | 192쪽

 

영국은 행정학이나 비교정책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국가이다. 영국은 자유주의 이념의 발상지로서 19세기 후반기까지 시장의 우월성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국가였으나, 20세기 전반을 거치면서 어느 국가보다 먼저 시장과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복지국가로 나아감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전범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다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복지국가의 재편을 모색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을 시도함으로써 또 한 번 다른 국가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은 영국 복지국가의 전개와 정부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이 거버넌스 체제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변화의 동인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영국 거버넌스 체제의 변동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한국의 미래지향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발전시키는데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분석, 연구한 책이다.

거버넌스 체제와 복지국가의 변동과 관련해서 영국의 경험은 여타 서구 국가들보다 유익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북구권 국가들은 거버넌스 체제와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이념(사회민주주의) 측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앵글로색슨 국가들 역시 이념(자유주의) 측면에서, 그리고 유럽대륙 국가들은 종교(캐톨릭) 측면에서 한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영국은 자유주의와 국가개입주의(보편주의 지향) 간의 경쟁과 교차가 반복했던 역사적 경험을 보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사회는 이념의 변화와 병행해서 공동체의 범위가 국가 수준으로 확장되었다가 다시 지역사회 수준으로 축소되는 변화를 보였다. 20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버넌스 체제 변혁이 진행 중이고, 최근 들어서는 보편주의 지향의 국가개입주의와 자유주의 이념 간의 경합이 확대되고 있으나, 한국전쟁 후 공동체의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한국 사회는 영국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에서 거버넌스 체제(governance system)는 공공 및 민간부문의 다양한 행위자(agents)와 기관(agencies) 간의 관계 및 그들의 행동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제도적 틀을 말하며, 통치구조(governing structure) 또는 조정기제(coordinating mechanism) 등의 개념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형적인(prototypical) 거버넌스 체제에는 계층제(hierarchies), 시장(markets), 네트워크(networks)의 세 가지가 있다. ‘계층제’는 정부의 공식적 법규나 행정 명령 등을 통해서, ‘시장’은 경쟁(competition) 기제를 활용해서, 그리고 ‘네트워크’는 신뢰와 파트너십에 토대를 두고 통치와 조정이 이루어지는 거버넌스 체제를 말한다. 현실세계에서 거버넌스 체제는 원형의 형태가 아니라 혼합형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은 영국 복지국가의 전개와 정부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이 거버넌스 체제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변화의 동인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는 19세기 말에서 21세기에 이르는 영국의 정치와 행정, 그리고 거버넌스 체제의 변동에 대한 통시적인 논의와 개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제1장은 영국 복지국가의 전개와 그에 따른 거버넌스 체제의 변동 및 그 원인에 대한 일반화를 시도한다. 여기서 영국 복지국가와 거버넌스 체제 변동의 패턴이 제시되고, 변동의 주된 설명요인은 ‘외적 정책 환경의 변화’와 ‘정책 아이디어의 힘’이라는 점이 주장된다. 다음으로 제2장은 영국의 정치와 거버넌스 체제를 지칭하는 전통적인 관점인 웨스트민스터 모델의 내용을 서술한 후 1980년대 이후 점차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이 웨스트민스터 모델을 대체해가고 있는 현황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는 1980년대 이후 영국 정부별 행정 및 정책의 개혁과 거버넌스 체제의 변동에 대해 논의한다. 제3장은 Thatcher와 Major의 보수당 정부에서 시도되었던 행정개혁과 거버넌스 체제 개혁이 행정통제 강화를 통한 의회주권의 재정립을 목적으로 했으나, 행정개혁의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로 인해 그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규명하였다. 제4장은 1980년대 이후 보수당 정부와 노동당 정부가 ‘계층제’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를 각각 ‘시장’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거버넌스 체제로 변동하고자 하였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었지만, 계층제 기제가 보수당의 신공공관리 행정개혁과 노동당의 뉴 거버넌스 행정개혁의 시대를 관통해서 건재했음을 보임으로써 계층제 기제가 지니는 의의를 제기하고자 하였다.

제5장과 제6장은 ‘신노동당’ 정부가 ‘네트워크’ 기제를 활용해서 ‘연계형 정부(joined-up government)’를 모색했던 노력을 청소년복지정책과 중소기업지원정책의 두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노력은 Cameron 정부가 들어선 후 변화를 겪었지만, 공공/민간부문의 여러 기관 간 협업을 시도함에 있어 여전히 교훈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제7장은 보수당의 Cameron이 ‘큰 사회(Big Society)’라는 ‘새로운’ 이념과 지역사회(community) 중심의 시장/네트워크 혼합 거버넌스 체제를 제시함으로써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집권할 수 있었으나 세계 경제위기(the Great Recession)라는 정책 환경으로 인해 당초의 정책 프로그램을 재해석하여 신우파 이념 및 거버넌스 체제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음을 보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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