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결정짓는 2개의 축, 사람(Person)과 상황(Sit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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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을 결정짓는 2개의 축, 사람(Person)과 상황(Situation)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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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사회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 김아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828쪽

 

인간의 행동은 수수께끼 그 자체다. 폐지 줍는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부하는가 하면, 처음 보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이들도 있다. 매사에 빈틈없던 사람이 이상한 종교에 심취하고, 벌레 한 마리에 벌벌 떨던 사람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반적인 사회심리학 개론서들은 특정 태도나 행동을 판단할 때 성장 환경이나 집단의 규범, 문화 같은 외적 요소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동의 비밀을 밝힘으로써 세상을 보다 정확하고 균형 있게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깊고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여러 논제를 사람(Person)과 상황(Situation), 상호작용(Interaction)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방대한 이론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 받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이처럼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인간관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저자들은 사회심리학의 역사부터 핵심 이론과 연구, 인물 중심의 다양한 사례에 이르기까지 사회심리학의 모든 것을 망라하며, 나아가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 같은 심리학의 영역뿐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경영학 등 심리학 바깥의 학문까지도 아우르고 있어, 여러 학문을 연결하는 통섭 학문으로서 사회심리학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한다.

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개인과 사회적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3~13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주요 논점을 살핀다. 이를테면 남들의 호감을 사는 법(4장), 입장의 변화를 부르는 설득 메커니즘(5장), 성적 매력 어필과 짝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8장), 도움 행동과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9장, 10장), 집단의 속성과 유능한 리더의 조건(12장) 등이다. 관계 맺기부터 결혼과 섹스, 설득과 협상, 이타성과 공격성, 차별과 편견, 집단생활과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각 장에서 다뤄지는 14가지 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여기에 더해 본문 중간마다 배치된 [BOX]에서는 여러 실험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이 덜 불공평한 학급 분위기를 만들고, 부부 생활을 지속하도록 돕고, 폭력을 줄이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본다. 이외에도 건강과 교육, 경영, 정치 같은 영역과 사회심리학 내 주요 논점의 연관성을 살피고 있어, 사회심리학의 원리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필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아상 관리부터 관계 맺기, 설득, 동조와 복종, 이타적 행위, 차별과 폭력, 집단생활 등의 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다양한 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연구 자료도 탄탄하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주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정반대로 바뀐다는 걸 밝힌 ‘솔로몬 아시의 동조 실험’, 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질 수 있음을 입증한 ‘필립 짐바르도의 공격성 실험’, 권위 앞에서는 한없이 비정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이라는 걸 밝힌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얼마나 타인에게 영향 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밖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인지적으로 타당하다는 걸 입증한 기본적 ‘귀인 오류’,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하는 물건을 사게 되는 원리를 밝힌 ‘균형 이론’, ‘평균 이상의 시민’이라는 언급만으로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인 ‘꼬리표 붙이기 전략’ 등, 우리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던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된다.

20세기 초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은 사회심리학은 전쟁과 경제난, 국가 간 갈등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며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왔다. 공격성, 편견, 자기도취적 이기심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흑인들을 향한 KKK의 잔혹한 린치, 여러 나라들의 무분별한 자원 남획 등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을 밝혀낸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 세기가 지난 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건넨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심리학이 인간의 허점을 파헤치고 병리적 행동들을 합리화하는 음습한 학문은 아니다. 본문에서 저자들도 언급했듯이, 사회심리학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실질적 잠재력 또한 상당하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더 행복해지는지, 그리고 영웅적 행동, 친절, 사랑의 출현을 촉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과 그들이 모여 이룬 사회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거의 모든 궁금증과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람과 상황, 자신과 타인, 설득의 과정, 관계 맺기와 우정, 사랑 등,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관심사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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