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코로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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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코로나가 흐른다
  • 강경태 신라대·정치학
  • 승인 2021.11.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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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세계 기후관측 역사상 7월이 147년 만에 가장 더웠다고 한다. 7월 마지막 주쯤 갑자기 감기 기운이 돌고 온몸이 쑤시면서 물에 빠진 한지처럼 기운이 빠져 축 늘어졌다. 한여름에 무슨 감기인가 싶어 병원에서 조제약을 타다 먹었다.

며칠이 지나 8월 2일 아침이 되니 쑤신 대도 없고 몸이 한결 가벼웠지만, 당일 별로 할 일도 없고 시간이 남아 동네 보건소에 가서 PCR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다음날 “양성입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데, 보건소 직원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온다. 최초 약을 사 먹을 때가 코로나 징조가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그로부터 최소한 2일전부터 누구와 만났는지, 어디에 갔었는지 소상히 진술하라고 한다.

상대방 직원은 GPS, 신용카드와 핸드폰 사용내역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다 가진 무시한 사람이다. 기억을 더듬고 핸드폰 달력을 뒤져보면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 과정이 이틀 동안 약 6시간 이상 걸렸다. 30명 정도 만나고 대구도 방문했는데, 개인적인 만남, 마트 출입, 식당 식사, 단체 미팅 등 수많은 인연들을 다 밝혀내야 한다. 굳이 거짓말 한다라기보다는 말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좀 줄이고 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이것이 코로나 환자가 겪는 첫 번째 비애다.

다음날 경증환자용 생활관으로 사용되는 부산시 인재개발원 기숙사에 도착했다. 잠시 뒤 폐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간호사가 지금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면서 당장 부산의료원으로 이동해야 된다고 한다.

내부 공기가 외부로 일체 빠져 나가지 못하게 압력을 제어하는 음압실 병동으로 입실되었다. 소음이 24시간 난다. 출입문과 창문은 이중이다. 바늘 하나 찌를 틈이 없는 완전 밀폐공간이다. 4명이 같이 사용한다. 선택이 없다. 나아서 나갈 때까지 기약 없이 버텨야 한다.

호흡이 곤란하여 가장 큰 2L짜리 산소호흡기를 달아준다. 한달 안 먹어도 살아남지만 호흡은 3분 중지되면 끝이라고 한다. 수십 년 아무 탈 없이 잘 작동되어온 호흡이 잘 안 된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소포화도를 수시로 체크한다. 1에서 100까지 구분된 수치에서 포화도가 95가 넘어야 정상인데, 90을 못 넘긴다.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숨을 연방 깊게 쉬니까 고물차 고바위 올라가듯 90을 가까스로 넘어 겨우 95로 넘어간다. 드디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숨을 깊게 쉬는 것, 즉 일반인들이 평소처럼 숨을 가슴까지만 얕게 쉬는 게 아니라, 배에까지 깊숙이 밀어넣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식호흡이다. 사실 나는 지난 10년간 아침마다 요가하면서 복식호흡을 20분씩 해왔다. 코로나로 실전에서 복식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제대로 확실하게 배운다. 유레카! 퇴원 후 복식호흡을 더 열심히 증진하여 거의 생활화하였다. 2달 뒤 재검에서 담당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안 걸린 사람보다 폐가 더 깨끗해졌다고 한다.

복식호흡은 쉽다. 초보자들은 (1) 2~3초 들여 마시고(들숨), (2) 1~2초 산소와 이산화탄소 가스 교환을 위해 잠시 숨을 멈추고, (3) 약간 길게 4~6초간 다시 내신다(날숨). 이 세 단계가 숙달이 되면 시간을 조금씩 늘린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복식호흡의 효과는 너무나 크다. 부교감신경의 부드러운 자극으로 심박동수와 혈압이 낮아진다. 근육의 긴장이 완화되고, 뇌의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스트레스가 크게 완화된다. 들숨과 날숨 과정에서 아랫배가 들락거려 체지방이 빠진다. 복식호흡은 무엇보다 온몸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여 면역력을 절대적으로 강화시켜준다. 코로나 위기에 우리 모두 하루 5분씩 생활화하면 좋겠다!


강경태 신라대·정치학

신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분야는 정치학방법론으로 주로 선거 및 정당정치가 관심분야다.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국제신문 매니페스토교수평가단장, 21세기정치학회 회장 및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토론 프레이밍: 역대 15회 미대통령 연설문에서 살펴본 진보파의 토론/선거 승리방안』(역서), 『정치학으로의 산책』(공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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