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법률문장 개선과 원격의료 확대 -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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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법률문장 개선과 원격의료 확대 -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 이야기
  • 하태영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21.11.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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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1951년 9월 25일 국민의료법이 제정되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의료시설 복구와 전시 국민에 대한 의료대책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12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보건의료는 선진국에게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국민의료법은 1962년 의료법으로 전면 개정되었고, 이후 70년 동안 71차례 개정되었다. 

제정 의료법은 많은 부분에서 일본 의료법을 번역하였다. 제헌 국회는 의료인을 ‘의료업자’로 표현했다. 그리고 『~고, ~데, ~만, ~서, ~면, ~나, ~와, ~데, ~로, ~자』로 연결된 문장구조를 답습하였다. 법률문장은 민주주의의 초석임에도,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은 ‘올바르면서 알기 쉽게 표현하는 방법’에 너무 소홀했다. 

큰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쳤다. 2007년 4월 11일 의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법조문을 전체 한글로 바꾸었다. 개정이유를 보면, “법적 간결성·함축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법 문장의 표기를 한글화하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며 복잡한 문장은 체계를 정리하여 쉽고 간결하게 다듬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도 대국민 약속과 거리가 멀다. 네 문장을 한 문장으로 연결한 장문이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 법조문을 살펴보자. 원격의료(遠隔醫療·Tele-medicine)는 20년 전 정보통신기술(ICT)이 확산되면서 2002년 3월 30일 제20차 개정에서 도입되었다. 개정이유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의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지식 또는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제도를 도입함이다(의료법 제30조의2 신설).” 의료인 사이 의료지원 방안으로 입법하였다.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는 법률문장도 문제이고, ‘원격지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부분도 문제이다. 법률문장론과 원격의료 쟁점을 나누어서 하나씩 검토하고자 한다. 

현행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 원격의료 합법화 조문이다. 제4항의 경우 법률문장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 

필자가 수정한 개선방안이다. 주어와 목적어와 동사를 명확히 하였다. 더 읽기 쉽게 다듬었다.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행위이다. ICT를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현지 의료인에게 양질의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지원하는 의료를 말한다. 쉽게 말해 甲의료기관과 乙의료기관이 협력하여 甲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수행한다. 

원격의료는 많은 장점이 있다. 의료사각지대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러 가지 단점도 있다. 원격의료 활성화가 진료의 결여로 이어지고, 부실의료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원격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 원격진료실을 갖추고, 방문 환자에 대한 원격진단을 다른 의료기관에 허용하는 의료행위이다. 시설과 장비가 보완되면, 적극적으로 원격의료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병원과 환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새벽부터 환자와 환자 가족이 서울 소재 병원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다. 

현재 원격의료에서 중요한 쟁점은 의료인이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를 벗어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의료행위이다. 현행 의료법은 허용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2015년 5월, 상임위원회에서 상정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 시작이다. 대형병원을 배 불리기 위한 것이다.” 의료계와 야당 반대가 너무 심했다.

그러나 방문 진료를 통해 초진을 받은 환자에게 향후 비대면 원격진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진·만성질환자 등 원격의료로 인한 위험이 적은 경우이다. 일정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이상돈·김나경, 의료법강의, 제4판, 법문사, 2020, 74~79면). 환자의 나이·병명·신체활동·주거지역·진료 기간을 고려하여 합법화 할 수 있다. 유럽·미국·일본·중국은 원격의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먼저 섬 등 외지에 사는 주민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였다. 의료과오 문제는 의료행위자인 의사의 책임이고, 의료쇼핑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결할 몫이다. 모든 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2시간 이동, 30분 대기, 5분 진료는 그만해야 한다. 

지역 의료현실과 지역 병원 경영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간편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은 대한민국 의료생태계를 생각하면서 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격의료와 방문의료(왕진의료 활성화·신청병원·신청요일 지정)를 체계화하여 의료역량을 효율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도시 지역에 편중된 의료시설·노인인구 증가·만성질환자 증가를 뻔히 보면서 70년 전 사고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 로봇이 수술하는 세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혁신과 삶의 질의 개선이다. 의료분야도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노인 시대·질병 시대·감염병 시대를 대비하여 의료환경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시대가 많은 교훈을 주었다. 원격의료·왕진의료·의료수가를 함께 깊이 논의해야 한다. 진료환자 수에 대해 의료수가를 차등하는 제도를 더 정밀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의료쇼핑과 원정 의료로 줄줄 새고 있는 의료비용을 절약하면, 더 나은 길이 있을 것이다. 독일은 의료쇼핑을 차단하는 제도를 매년 개선하고 있다.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 조문을 보았듯이, 의료법 법률문장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읽기 쉽게 정비해야 한다. 규범과 벌칙도 관련 조문에 함께 규정해야 한다. 2007년 4월 11일 국회가 국민에게 약속한 입법 혁명은 계속해야 한다. 국가를 위한 의료법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의료법이기 때문이다. 입법 혁명이란 입법 주인이 국민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료인이 전화로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한 사건(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 [의료법위반]) 은 더 이상 의료법 위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의료인이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를 벗어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6도309 판결 [의료법위반])는 폐기해야 한다.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는 법률 개정으로 명확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다. 

 

하태영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형법

독일 할레대학교(Halle Universität)에서 법학 박사학위(Dr. jur)를 받았다. 경남대 법대 교수를 거쳐 현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법무부 형사소송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남북법령연구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변호사시험, 행정고시, 입법고시 출제위원, 한국 비교형사법학회 회장, 영남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회 제10기 입법지원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Belastende Rechtsprechungsänderungen und die positive Generalprävention》, 《독일통일 현장 12년》, 《형사철학과 형사정책》, 《형법각칙 개정 연구-환경범죄》, 《하마의 下品 1·2》, 《의료법》, 《생명윤리법》, 《사회상규》, 《형법조문강화》, 《형사법종합연습》, 《공수처법》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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