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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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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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 김해경 지음 | 정은문고 | 344쪽

 

경성에 전차가 다니고 처음 전등 불빛이 켜질 때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그야말로 낭만이 흐른다. 멋진 신사모와 신식 양장을 갖춘 ‘모던걸 모던보이’가 양산을 쓰고 등장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근대’라고 말하는 20세기 초는 일제강점기였다. 모던걸 모던보이와 더불어 도시빈민과 룸펜이 뒤섞여 공존하던 곳이 바로 공원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최초 공원은 어디일까. 한국 공원의 역사가 130년이라고는 하지만 그 흔적은 지금 찾기 힘들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시대는 시간 저편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근대공원의 등장’에서부터 ‘근대공원이 겪은 성장통’, 이후 등장한 도시문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책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즉, 이는 우리나라 공원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또, ‘일제강점기 이전에 공원을 계획했다는 사실’, ‘경성 최초의 공원’,  ‘사직단의 공원화 사업’ 등 흥미로운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이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적 구성으로 본 서울의 역사문화경관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국대 김해경 교수가 쓴 책이다. 김해경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공원의 역사와 그 속에서 ‘우리가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우리가 ‘우리 공원에서 지켜야 할 것’,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등 굵직한 메시지도 던진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인 ‘조선의 흔적 지우기’ 부분에는 근대공원의 성장에 아픔이 있다는 식의 내용이 나오는데, 저자는 이를 근대공원의 조선 배경에서 찾는다. 즉, 근대공원의 조성 배경에는 권력 집단의 이해가 반영돼 있고, 이에 한국 최초의 서양식 공원이라 불리는 각국공원은 각국의 공동 요구로 공동 조계지 사이에 위치했다는 점을 예로 든다.

또, 근대공원 복원에 오류가 있었다는 저자의 지적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책에서 저자는 해방 이후 공원에 대한 이해 부족은 전통을 빙자한 이질적인 콘셉트로 근대공원을 복원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전한다. 즉, 원형과 복원이 충돌하면서 공원의 구성 요소는 기억의 매개체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걷어내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립공원 내 복원한 독립관은 원위치가 아니며, 규모와 현판 또한 원형과 다르다 점을 예로 들며 장충단공원의 리모델링은 근대라는 역사성이 콘셉트였지만 전통을 띈 건물로 형상화됐고, 훈련원공원의 명칭은 지속성을 지녔지만 제자리에 위치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또, 특정 권력이나 이해관계가 속한 집단의 요구로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닌 기억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저자는 이념 동상이 공원의 상징성과 상관없이 들어오고 뜬금없는 기념비는 기억을 강요했다며, 탑골공원의 경우에만 3·1 운동의 상징성이 부각된 기념비가 있었고, 다른 공원에는 맥락상 관련 없는 동상과 기념비들이 도입됐다고 전한다.

저자가 책 속에 담은 이러한 우리나라 공원 관련 여러 에피소드,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익히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공원의 역사와 비밀 등에 대해 재밌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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