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력·탈중화주의·해석의 문학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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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력·탈중화주의·해석의 문학사를 위하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11.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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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김원중 단국대 교수(한문교육과)_ 『문학사와 권력, 권력의 문학사』 (휴머니스트, 240쪽, 2021.09)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대표적인 동양고전 강연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김원중 단국대 교수가 최근 중국 문학사 이론서 <문학사와 권력, 권력의 문학사>(휴머니스트 刊)를 상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동양고전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섬세히 복원하는 작업에 매진해온 그의 이번 저서는 중국 문학사의 중화주의 담론을 조망한 독보적 연구서다. 부제가 ‘중국 문학사 서술 시각에 관한 담론’으로 김 교수는 이념화된 지금까지의 중국 문학사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객관적 문학사의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답변을 시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문학사를 서술할 수 있을까? 중국 문학의 전통과 현대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고, 어떻게 화이 공존의 문학사를 서술할 수 있을까? 새로운 중국 문학사 서술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그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김 교수를 이메일로 만났다.

 

 

▶ 왜 ‘문학사와 권력’인가?

이 책은 그간 중국에서 발간된 중국문학사를 논의대상으로 삼았는데, 사실상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으로 발전한 중국사의 흐름 속에서, 중국의 주요 문학사의 서술 시각이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1949년을 기점으로 하여 이전과 이후의 확연한 구분을 보이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문학사 서술이 이념화・권력화・교재화된 양상에 관한 서설적 논의가 담긴 작업으로 이해하면 무방하다. 특히 이념이나 의도에 의한 강제된 기술보다 문학 그 자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으로 쓴 문학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저자는 문학사서술의 객관성에 주목하면서 문학사 서술을 어떤 방향에서 하는 것이 서술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검토했다. 화이 공존이라는 역사적 상황의 추이 속에서도 중화사상에 대한 지나친 경도는 중국 문학사의 기술 방향의 왜곡으로 귀착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해석의 문학사관이 필요하며 어떤 이념의 잣대나 교재의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에 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주요 문학사를 검토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런 제목을 단 것이다.

 

▶ 책의 구성은?
 
방대한 주제를 분량이 적은 책으로 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간단히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문학사 서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문학사 서술의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탈중화주의 문학사의 존재 가능성을 점검했다. 2장에서는 탈권력의 문학사를 위한 점검 사안은 어디에 있는지, 또 한족 중심의 문학사 서술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화이 공존의 문학사 서술은 가능한지를 점검했다. 3장에서는 초기의 대표적인 중국 문학사의 서술 시각과 1920~1930년대의 몇몇 문학사의 시각을 점검했다. 4장에서는 1949년 이후 출간된 중국 문학사들의 이념 지향과 교재 지향 문제를 중점적으로 점검했으며, 이 과정에서 1949년 이전과 이후의 서술 방식이 확연하게 차이 난 점을 부각해서 검토했다.

 

▶ 왜 이런 제목을 붙였고, 왜 썼는가?

탈권력의 문학사와 탈중화주의 문학사, 해석의 문학사가 되기 위한 논의의 시발점이 이 책이다. 물론 ‘문학사와 권력’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필자는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가지고 논의했는데, 물론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측면이 강하지만, 문학사 서술 방식에 관한 다양한 논의의 점검을 통해 그동안 출간된 우리의 중국 문학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자 했다.

 

▶ 저자가 보는 문학사관과 문학사 서술이 왜 중요한가?

문학사는 단순히 과거 문학 발달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고 문학 현상에 관한 해석 행위의 출발점이요, 문학사 자료의 취사와 작품 평가를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시대적인 순서에 따라 작품과 문학적 사건을 기계적으로 열거하는 서술 방식에 완전한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사관이 다르면 저마다 관심 있는 문학 현상이나 서술하는 문학적 사실도 달라지게 되고, 문학사의 면모 또한 이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문학사 서술에서의 객관성도 문학적 사실을 다루는 문학사가의 가치 기준과 의미 부여에 의한 객관성의 확보가 관건이 되며, 과거와 미래 사이의 일관된 연관성을 확립할 때만 의미와 객관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 어떤 방식의 문학사 서술이어야 하는가?

이 책에서 다룬 것은 중국본토에서 서술된 주요 문학사의 사관에 국한된 것이므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문화적 우월주의가 강하고 화이관이 뚜렷한 중국의 문학사 기술 방식이 과연 얼마나 공정한 잣대를 제시하는가 하는 점이 어느 정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단지 문학의 관념은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마다 다르므로 문학사의 편찬자 역시 역사를 존중하여 역사적 안목에 따라 발전된 시각을 적용해야만 하며, 그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는 문학 관념에 의거하여 당시의 문학 현상과 문학적 사실을 써야만 한다. 적어도 문학사가 각 역사적 시기의 문학 발전에 부합되는 당시 대다수가 받아들인 문학 관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만 하며, 그것은 오늘의 입장에서 보아도 현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기본인식이 전제되어 하지 않을까? 거듭 말하지만, 문학사서술의 잣대나 기준 정립이 중요한데, 본인 전공의 한계로 말미암아 객관성 있는 문학사 서술은 근본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국내로 시야를 돌리면 수십 년간 문학사를 연구해온 김학주 교수의 업적을 쉽게 넘어서기는 힘들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저자 김원중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과 중국 문철연구소 방문학자 및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 건양대 중문과 교수, 대통령직속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인문학회·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6권, 민음사)를 개인으로서 완역했다. 그 외 『삼국유사』를 비롯해 『논어』, 『명심보감』, 『당시』, 『격몽요결』 등 20여 권의 고전을 번역했으며, 『한문 해석 사전』(편저), 『중국 문학 이론의 세계』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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