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살펴본 미중 관계 변화 양상: 2015-2021
상태바
빅데이터로 살펴본 미중 관계 변화 양상: 2015-2021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1.22 0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PI 정책포럼] No. 2021-02

 

사진: 나무위키

냉전 종식 이후 1990년대 세계는 미국 단일패권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경제 및 군사력 규모에서 미국과 견줄 수 있는 나라는 없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맡으며 자유라는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 자유시장경제라는 경제질서의 전 세계적 확산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미국은 깊은 수렁에 빠졌으며 막대한 양의 전비를 지출하게 되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면서 또 한번 국가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GDP(Gross Domestic Product)의 100%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으며 미국의 경제상황은 더더욱 안좋은 상황으로 들어섰다.

한편,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제상황이 계속해서 빠르게 악화하는 와중에 중국의 경제는 빠른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성장하였으며 미국과 견줄 정도의 세계최대무역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피해 없이 극복하였으며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또한 성공적으로 방역함으로써 그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이처럼 중국경제는 2000년대 들어 미국과 매우 다른 경제성과를 보여왔다. 그 결과 중국은 앞으로 몇 년 혹은 몇십 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GDP 측면에서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21세기 들어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온 중국의 부상이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서구학자들을 중심으로 대두한 중국위협론(China threat argument)에 의하면 중국은 성장함에 따라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며 기존 미국중심 국제질서의 변화 및 재편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현 국제정치 및 경제체제의 지속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규모 차이가 작아짐에 따라 두 국가 사이의 관계에는 변화가 있었는가. 국제정치이론 가운데 세력균형이론(balance of power theory)에 의하면 강대국 간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면 국가간 전쟁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 누구도 자신의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에 의하면 힘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두 강대국 간의 전쟁 가능성은 높아진다. 두 국가 간의 패권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처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상호의존하는 상황에서 두 강대국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 미국과 중국 경제 역시 높은 수준의 상호의존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성장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 패권국인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맥락에서 제주평화연구원(JPI)은 빅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두 국가 간의 관계를 측정한 보고서 <빅데이터로 살펴본 미중 관계 변화 양상: 2015-2021>(작성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GDELT(Global Database of Events, Location, and Tone) 2.0이 제공하는 골드스타인 척도(Goldstein Scale) 데이터를 이용하여 지난 약 6년 6개월간 (2015.03.01~2021.09.10) 미중 관계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미중관계의 변화추세에 대해 살펴봤다. 

빅데이터 분석결과, 골드스타인 척도를 통해 살펴본 미중관계는 연구대상 기간동안 긍정적이었던 기간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중 정부 간에 발생한 사건들 가운데 언어 협력(VERBAL COOPERATION)이 가장 많은 사건유형을 기록하였다. 이는 두 강대국 간의 관계가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2017년을 전후로 미중 정부간 발생한 전체 사건에서 언어 협력이 자치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한 반면 언어 갈등(VERBAL CONFLICT) 사건량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연구대상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은 예상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점차 부정적인 양상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의 대미 행동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부정적
인 경우가 더 많았다. 

보고서는 이처럼 “중국이 점점 미국에 대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고 미중 갈등이 점차 심화된다면 이는 두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이에 한국은 변화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맞춰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한국에 이득이 될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 <그림 1>과 <그림 2>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중 관계는 양국의 모든 행위자의 행동을 포함하였을 때는 2020년 중반 외에는 부정적이지 않았다(골드스타인 척도 월평균값이 2020년 중반을 제외하고는 0.0에서 2.0 사이에 형성됨). 하지만 두 국가 정부 간의 관계는 골드스타인 척도 월평균값 변동폭이 더 컸다(-2.0에서 3.0). 특히 중국 정부의 대 미국 정부 행동이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정부 행동보다 부정적인 기간이 많았으며, 골드스타인 척도 월평균값이 0.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중국이 미국보다 많았다. 이는 중국의 행동이 미국의 행동보다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 또한, <그림 9>와 <그림 10>에도 나타나듯이, 중국 정부의 대 미국 정부 행동이 부정적인 경우가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정부 행동이 부정적인 경우보다 많았음을 알 수 있다.

▶ 미중 양국 정부 간의 관계는 연구대상 기간 중 2020년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이는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 홍콩보안법 관련 갈등, 남중국해 갈등, 그리고 무역분쟁, 중국이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미국의 우려 등 다양한 갈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 미중 간의 경제력, 군사비 지출 격차 감소가 곧바로 갈등의 증가, 미중 관계 악화 추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미중 모든 행위자 간, 그리고 미중 정부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 가운데 여전히 언어 협력이 가장 많다는 점이 그 구체적인 증거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의 대미 행동이 미국의 대중 행동보다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는 점은 향후 중국이 미국에 대해 더욱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게 될 수도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판단된다.

▶ 이러한 예측대로 중국이 점점 미국에 대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고 미중 갈등이 점차 심화된다면 이는 두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동맹관계를 내세우며 한국이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보다 큰 역할을 해주기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상대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제적으로 한국을 압박, 한국이 중국과 정치외교적으로 더 가까워 지기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한국은 변화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맞춰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한국에 이득이 될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이 보고서의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은 GDELT는 언론기사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으므로 이 보고서에 나타난 미중 관계 변화 추세는 언론기사를 통해 드러난 관계라고 봐야 하며, 미중 간의 사건량 변화 추세는 단지 언론보도량의 변화인지 실제로 두 국가 간에 발생한 사건량의 변화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중 정부간 발생한 사건량이 2015, 2016, 2017년을 거치면서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이 경우 사건량은 많지만 골드스타인 척도 월평균 값이 낮은 달과, 사건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골드스타인 척도 월평균 값이 높은 달을 비교할 시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두 국가 간의 관계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에 연구자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두 국가 간의 관계를 측정하려 시도하였다는 데 장점이 있다.

다만 GDELT에 머신코딩을 통해 분류, 분석, 코딩 된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GDELT가 각 언론기사의 내용을 머신코딩할때 사용하는) CAMEO 분류 체계는 각 사건을 QuadClass에 따라 언어 협력(Verbal Cooperation), 행동 협력(Material Cooperation), 언어 갈등(Verbal Conflict), 행동 갈등(Material Conflict)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각 사건을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문화 등 이슈별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두 국가가 어느 분야에서 협력하고 갈등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한양대 평화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The Impact of the US and China on ROK-DPRK Relations, 1993-2019: An Empirical Analysis using Event Data (Asian Survey, forthcoming) 등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