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의 시대, 공학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인문학 연구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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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의 시대, 공학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인문학 연구의 가능성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1.15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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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학으로 인문학 읽기: 디지털 인문학 연구와 교육 | 이재연·이종웅·선보민·김용수·권보연 지음 | 세창미디어 | 188쪽

 

디지털 인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연구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교육하는 걸까?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은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새롭게 구축한 아카이브를 대상으로 전산분석을 행하는 인문학 연구의 총칭이라 할 수 있다. 분과학문 내에서 수행하던 정량분석이나 전산분석 방식을 그 경계를 넘어 적용하고, 새로운 연구대상을 발굴하면서 생긴 학문적 현상이다.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은 국문학, 영문학, 중문학, 역사학, 문헌학과 같은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에서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인문학에서 볼 때도 공학에서 볼 때도 아직 낯설다. 인문학자에게는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필요한 전산 도구나 기술이 생소하고, 공학자에게는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인문학적 문제가 낯설다. 공학으로 인문학을 읽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2020년 8월 UNIST(울산과학기술원) 인문학부 창의인문 교육 및 연구센터와 디지털 인문학 인큐베이터의 주최로 개최된 디지털 인문학 워크숍은 〈디지털 인문학 ― 어떤 공학도를 키워 내야 할까?〉라는 주제로 다양한 연구성과와 교육 방법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이 책은 워크숍에서 발표된 논문과 새로운 논문을 모아, 총 네 장으로 주제를 정리하였다. 앞선 두 장에서는 디지털 인문학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뒤이은 두 장에서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1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수행한 인공지능 자동번역 시스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성과를 소개한다. 2장은 한국 근대문학 초창기에 등장했던 주요 동인 〈창조〉, 〈폐허〉, 〈백조〉의 형성에 있어 여성 문인들의 위치와 역할이 어떠했는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여 살펴본다. 3장은 한림대학교의 여러 영미문학 수업을 통해 진행된 디지털 도구와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실험의 사례를 소개한다. 4장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연세대학교 인문융합교육원에서 문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디자인〉 교육의 사례를 소개한다. 기업연계형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자,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적 지식을 현실의 삶과 합치시키는 교육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디지털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질문이 놓여 있다고 한다. 대용량 자료를 발굴하여 AI 코딩이나 머신러닝같이 기술적으로 발전된 수업을 개발하는 것이 공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길일까? 단지 복잡한 코딩을 수반하는 수업을 개설하는 것만으로 인문학 연구에 심도를 더할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우리가 상상 속만 하던 미래가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사용자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음악을 추천해 주고, 갈 만한 장소나 맛집 리스트를 자동생성하는 창의적인 AI 어시스턴트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래와 변화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과 공학의 소통, “공학으로 인문학 읽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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