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잃은 시대에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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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잃은 시대에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류의근 신라대·철학
  • 승인 2021.11.15 01: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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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신의 죽음과 삶의 의미』 (줄리언 영 지음, 류의근 옮김, 필로소픽, 460쪽, 2021.09)

 

역서 『신의 죽음과 삶의 의미』를 지은 원저자 줄리언 영은 유럽 대륙 철학 특히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와 같은 비관주의적, 허무주의적 철학적 세계관에 매우 밝은 철학자이다. 이 역서는 서구 사상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서양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통람하는 개괄서이다. 하지만 개괄서 치고는 인생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철학의 주요 문제를 다루는 학술서이기도 하고 서양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이해하는 교양서이기도 하다. 철학을 소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책은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프리즘으로 삼아서 철학자의 프로필과 사상의 정수를 핵심적으로 소개하는 독특한 서술 양식을 채택하고 있다. 저자는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철학 사상을 삶의 의미라는 주제 하에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며 일관성을 견지하는 비판적 사고방식으로 분석하고 설명하고 평결한다.
 
철학을 소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쓰인 서양 철학사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서양 철학사 전반에 걸쳐서 13명의 주요 철학자들의 근본 사상을 삶의 의미 문제를 축으로 무슨 대답을 제시하는지를 조사하고 그 하나하나에 대해 비평까지 제시하며 더욱이나 그 비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조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고 마침내 저자 자신의 답도 내놓는다. 

이 책은 삶의 의미 문제를 한 번은 고민해 본 사람 또는 알고 싶은 사람, 자신의 미래 진로와 방향을 꿈꾸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먼저 살다 간 삶의 스승들이 세계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일별하고 그들이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이라고 여긴 것을 아는 일은 현대를 사는 개개인에게도 조언을 줄 것이며 저마다의 주체적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삶의 의미 문제에 관한 철학 카운슬링의 효과도 제공한다. 다만 심리적 접근과 컨설팅보다는 철학적 논리와 언어 분석과 세계관적 접근으로 컨설팅한다고 하겠다. 

본 역서는 13명의 메이저 철학자들이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해 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제시하는 17개의 답을 전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세속 사회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형이상학적, 초월적 삶의 의미 추구를 개설(槪說)하는 것이 얼마나 실제적이고, 현실에 비추어 얼마나 귀를 기울일 만한 소리일 수 있을지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다수의 삶의 의미론은 한갓된 정신적 연습이나 관념론적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철학적 유산을 지금 훈련하는 것은 약탈적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빵만으로 살아가는 세속적 삶을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신이 지배하던 시대부터 허무의 심연에 빠진 현대 사회까지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양 철학에서 인생의 의미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플라톤에서 데리다까지 철학자들이 고찰한 삶의 의미를 통해 그들의 철학 사상을 읽는다.

 

삶의 의미 문제에 대한 철학의 대답들은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인간의 초월성 추구 욕망에 따른 산물이다. 약탈적 자본주의는 이러한 인간 본성을 약화시키고 흐릿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소비 욕구를 자극해서 정작 필요한 인간적 초월 추구의 싹을 자른다. 자본과 물질이 절대 권력을 가질수록 이러한 의미 추구는 희소한 것이자 사적인 것으로 남겨질 것이다. 따라서 만일에 삶의 의미 문제가 가치가 있는 보편성을 띠려면 이를 보편화하는 고민과 이를 위한 사회적 투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물질적 세속적 삶을 최대 가치라고 믿고 생활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삶의 형식을 따라 사는 것은 아니며 그런 선택을 거부하는 삶의 형이상학을 사는 일반인도 도저하게 있기 때문이다. 

줄리언 영의 삶의 의미론은 한마디로 말하면 전통적으로 신적 존재와 같은 초월자, 절대자에게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근대정신의 발흥과 더불어 인류 역사가 걸어왔던 세속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속화의 시대에 삶의 의미라고 간주될 만한, 그러나 여전히 보편성을 띨 수 있는 삶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후보자로 하이데거가 제시하는 삶의 의미 규정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현대에 와서 전통적 형이상학에 의거한 거대 서사적 삶의 의미는 시효를 다했다는 판단이 대세이지만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은 아직도 현대인들에게 근대의 자연 침탈의 기술 공학적 사유를 비판하고 존재 사유라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통한 삶의 의미 추구는 가능하다는 것을 저자는 확신한다. 저자가 규명하는 하이데거의 삶의 의미는 자연의 경외와 세계의 신성과 그 경험을 숙고하는 존재 사유이다. 하이데거는 이를 인류의 공동체적 과제라고 주장하고 인류 공동체가 이 과제를 공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이것이 인류가 이미 그 안에 피투되어 있는 유산이라고 믿고 인류의 유산에 충실히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하이데거의 존재 신비와 사유에 따르면 삶의 의미는 인간은 세계의 착취자가 아니라 세계의 목자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인간이 세계에서 존재하는 올바른 방식이고 존재해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그는 이 삶의 의미는 인간 존재 자체의 본질에 속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구성하는 과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러한 하이데거의 존재 형이상학에서 근대 이후 니체의 신의 죽음 선고 이래 붕괴되어 왔던 삶의 보편적 의미 비슷한 것 또는 그 대신일 수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쨌든 이 책을 일독하는 것은 일반 독자용이든 그룹 스터디 대상이든 강의 교재용이든 간에 독자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자극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묻는 반성을 촉발하고 자신의 정신적 삶을 되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 줄 것이다.  

끝으로, 이 역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군짓이 될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지 말고 그 실제적 유용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 책을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에 따라 실행에 옮겨 보기를 기대한다. 이 사용법은 이 책을 읽는, 삶의 의미에 관심이 있는 독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 요체는 대학 논술고사처럼 17개의 삶의 의미에 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작성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할 수도 있고 집단으로 할 수도 있다. 개인이 사용하면 독서 노트나 소감문으로 남고 그룹 토론에서 사용하면 토론이 풍성해지고 관점을 다각화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용 매뉴얼은 형편과 처지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하거나 변형될 수 있다. 이를테면 단계의 수나 성격 그리고 글의 분량은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적의하게 조정될 수 있다. 

ㅇ 1단계 요약하기: 
장별로 논의된 개별 철학자의 삶의 의미론 하나하나를 제3자에게 전달해줄 요량으로 자기 나름으로 500자 내외로 요약한다. 

ㅇ 2단계 적용하기: 
개별 철학자의 삶의 의미론에서 배운 것(지성), 느낀 것(정서)이 무엇인지 를 적고 이를 자신의 삶의 변화나 사회 발전을 위해 어디에 또는 어떻게 적용할지(의지)를 300자 내외로 기록한다.

ㅇ 3단계 비판하기: 
개별 철학자의 ‘삶의 의미론’ 이해를 토대로 수용과 거부, 긍정과 부정, 장점과 단점, 찬성과 반대 등으로 삐딱하게 따지고 딴지를 건 후 자신의 대안적 삶의 의미를 500자 내외로 제시한다. 

ㅇ 4단계 평결하기: 
개별 철학자들이 저마다 규정한 삶의 의미를 역자해제 도표처럼 간명한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하고 그에 대한 한 줄 평을 별표 개수(다섯 개 만점)로 나타내며 그 사유를 50자 내외로 적는다. 

ㅇ 5단계 후일담화: 
개별 철학자의 삶의 의미론에 대해 1-4단계를 실행한 후에 가지게 된 자신의 소감과 소회를 자유롭게 발언하는 50자 내외로 적는 뒤풀이 자리이다.

 

류의근 신라대·철학

경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 캠퍼스 교환교수를 지냈고 신라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퇴임했다. 저서로는 《비판적 사고의 이론과 실천》,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 《현대사회와 기독교의 대응》, 편서로는 《비판적 사고와 철학논술 교육》, 《인문학의 길찾기》, 역서로는 《예수와 철학》, 《하나님 나라의 권력 투쟁》, 《제국에 저항하는 성경》, 《자본주의 경제의 구원》, 논문으로는 〈주체의 사망과 부활〉, 〈반제국적 주체성: 예수〉, 〈지젝과 기독교〉 등이 있다. 현재는 정치현상학, 철학과 제국, 기독교와 제국, 성경과 해방을 주제로 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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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인바라기 2021-11-15 11:03:47
삶의 의미를 찾는 이에게 필요한 책일것 같군요

예비철학인 2021-11-15 10:51:56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이 필독해야할 내용이네요

철학자녀 2021-11-15 10:50:59
좋은 내용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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