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우리가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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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우리가 가야할 길
  • 서왕진 서울시립대·에너지환경정책학
  • 승인 2021.11.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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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후변화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매거진>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한때는 상상도 못 했던 막연한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와 함께 나타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악몽이 일상으로 바뀌었다.”고 경고한다. 

최근의 상황만 보더라도 미국과 유럽이 겪은 50°C에 육박하는 폭염, 꺼질 줄 모르는 캘리포니아 산불에 더해 우리가 동토로 인식하고 있는 시베리아 지역의 대형 산불, 그리고 지난해 7월 중국에서 7천만 명의 수재민과 약 3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 폭우 등 기후재난이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1992년 기후협약 체결과 1997년 교토의정서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이뤄내지 못했던 국제사회도 이러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패로 마감한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 파리협정으로 출범한 ‘신기후체제’ 역시 한동안은 큰 진전 없이 EU의 노력으로 명맥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협정에 즉각 복귀하고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는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대열에 적극 합류하면서 신기후체제는 본격적으로 작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일본도 2030년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의 합의가 비로소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18년 IPCC ‘1.5°C특별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지구평균기온을 1.5°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 “탄소중립”이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등을 통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본격 합류했다. 특히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은 구속력 있는 법제도적 시스템에 기반한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을 가능하게 했고,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상향된 2030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작업을 통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이상 감축하겠다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 실행과제가 된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은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탈탄소 산업으로의 급격한 이행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경제, 일자리, 생활양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존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이고 이는 연관 지역의 경제와 지역 주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내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는 사람과 지역 여건에 따라 불균등하게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 실천과정에서 발생하는 영향이 특정한 계층이나 지역에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 원칙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EU나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한 대비 측면에서 정부나 산업 분야 모두 매우 뒤처져있다. 온실가스 부담이 큰 제조업 비중도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다. 그러나 EU나 미국은 ‘탄소국경세’ 등의 사실상 관세장벽을 이미 가동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경제적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생존을 좌우할 형국인 것이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해서 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번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이용해 무역전쟁을 벌였을 때 전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거뜬히 이겨냈던 그 기운을 다시 되살려야 할 때이다. 


서왕진 서울시립대·에너지환경정책학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에너지환경정책, 지속가능한 도시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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