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일한 종교는 지나간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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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일한 종교는 지나간 ‘과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0.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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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중국 이야기: 친중과 혐중을 넘어, ‘진짜 중국’ 제대로 알기 | 소준섭 지음 | 태학사 | 408쪽

 

중국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중국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각종 고전과 이와 관련된 인물, 서양과 일본에 침탈당한 근대사,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의 흐름 등 상당히 파편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주관적 해석과 허구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의 유일한 종교는 지나간 ‘과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부터 현대 중국의 모습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중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전통의 토대 위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인들, 그리고 중국 사회는 풍부한 기록을 바탕으로 2천 년 전 공자, 항우, 유방, 유비 등의 인물과 그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그 토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천 년 전에 쓰여진 사마천의 『사기』가 또다시 2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기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중국의 사상적 기반이 되어 온 조형자들(공자, 노자, 진시황, 사마천 등)로부터 왕조 순환의 역사, 상업 중시 경향, 이백과 두보, 명청 시대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를 지나 미국과 함께 G2의 자리에 서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거대한 흐름을 이 책에 담아내고자 했다.

“사람들은 단지 자기 재능에 따라 역량을 극대화하여 자기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값이 저렴한 물건은 어떤 사람들이 나타나 값이 비싼 곳으로 그 물건을 가져가 팔려고 하고, (중략) 이렇게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생업에 힘쓰고 자기 일에 즐겁게 종사하여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듯이 밤낮으로 정지하지 않으며 물건은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가서 찾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가지고 와서 무역을 한다.” ― 『사기』「화식열전」 중에서

마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연상시키는 이 문장이 2천 년 전 중국의 고전에 담겨 있다. 전통적인 사농공상에 반기를 든 중국의 정신적 조형자 사마천. 중국 역사에서 그만이 상업에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화상(華商)이 있다. 또한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중국 기업들이 함께한다. 상업이라는 용어 자체도 장사 수완이 좋았던 상(商)이라는 지역명에서 유래한다. 청나라의 전성기였던 건륭제 시기(18세기 중·후반) 청나라의 제조업 총생산량은 당시 유럽 전체의 제조업 총생산량보다 5%가 많았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기에 현대 중국의 면면에도 이러한 상업 정신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이처럼 중국의 개혁개방을 서구의 자본주의를 답습하는 것으로 단편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중국의 역사를 통해 그들의 상업 정신과 함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전란과 정치적 불안 없이 20~30년 정도만 유지되면 반드시 번성해 왔다. 비록 최근세사에서 중국의 부정적인 면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오늘날 중국이 보여 주는 각종 ‘굴기’의 모습은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온 역사적 저력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압도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패권국가로서 군림해 온 미국이, 그들이 자랑하던 자유와 인권, 외교, 경제 그리고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위기의식을 느끼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다시금 세계의 중심에 접근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적 저력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최근의 국제 정세하에서 신의와 명분 그리고 문화적 융성함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했던 과거 중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정치적 안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근의 중국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군사력 이외의 여러 방면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의 힘을 길러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호 공존의 동북아 역학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하는 우리의 오랜 과제의 해답을 이 책은 역사를 통해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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