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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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잡이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0.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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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524쪽

 

때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문학작품처럼, 때로는 마음을 울리는 종교 경전처럼, 때로는 심오한 철학 시처럼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철학의 집약체요 정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구성과 전개 그리고 구사되는 언어가 여느 철학서와는 사뭇 다르다. 논증도 없고 논리적 전개도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전문 개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글 곳곳에서 만나는 상징, 비유, 패러디와 저자의 독특한 문체도 이 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래서 흔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라고 하면 니체 사상의 주제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정동호 충북대 명예교수는 니체가 써 내려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성과 흐름에 맞춰 니체와 보조를 같이하면서, 함께 책을 읽어나가듯 해설해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방식이 환유와 비유를 넘나들며 수수께끼와도 같은 가르침을 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의 가시 돋친 언행 뒤에 숨어 있는 니체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상에 다가가는 데 가장 적절한 길잡이가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 해설서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작품에 대한 것으로, 니체 철학의 전체 개요와 작품의 집필 과정, 역사에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의 행적에 대한 소개를 담았다. ‘길잡이를 위한 길잡이’로 쓰인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이 해설서의 본론에 해당하는 작품 해설로서,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에 대한 간결한 정리와 해설을 담았다. 이야기는 나이 서른에 고향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 10년 세월을 명상으로 보낸 차라투스트라가 산속에서 깨달은 지혜를 세상에 전하고자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차라투스트라가 산속에서 깨달은 지혜는 다음과 같다. 신은 죽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 뿌리를 두고 인간의 삶을 채찍질해온 지금까지의 신앙과 형이상학, 그리고 도덕은 파기되어야 한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신의 섭리가 아니라 힘(에너지)과 힘의 운동이고, 이 운동으로 모든 것은 영원히 회귀하게 되어 있다. 끝으로 신이 없는 세상에서 본래의 삶을 살되 먼저 인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 오늘의 인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 곧 위버멘쉬(Ubermensch)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니체 사상의 핵심 주제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만의 고유한 문체와 이야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니체 사상의 배경이 되는 철학, 종교, 문학, 신화, 과학이론 등을 넘나들며 서로의 유기적 관계를 재조명한다. 특히 니체의 다른 저서들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연결고리를 찾아 설명하면서 니체 사상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넓혀주고, 니체가 패러디한 성서의 내용을 교차로 인용하거나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 횔덜린의 소설 등 그동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비교되던 작품들을 설명하면서 차라투스트라가 펼치는 가르침 뒤에 숨어 있는 위트와 비수 같은 표현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다윈의 진화론이나 마이어의 에너지 보존 법칙 같은 과학이론, 자연과 우주 운행의 원리를 바라보는 니체의 시각을 설명하면서 그가 펼친 ‘영원회귀의 논리’, ‘힘에의 의지’ 사상에 한 걸음 다가서도록 돕는다.

또한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불교, 차라투스트라교 등에 대한 종교적 배경을 아우르며 이원론의 전통을 뛰어넘으려 했던 니체의 관점에 다가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담긴 니체의 사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당시 역사적·문화적·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 내용을 오롯이 충실하게 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독서를 위한 간단한 팁도 소개한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때 그 난해한 부분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차라투스트라의 도발적인 언사에 열광하거나 분노할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등등 오랫동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깨달은 노학자의 독서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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