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독서 행동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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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독서 행동 변화
  •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승인 2021.10.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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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독서의 달’인 지난 9월 말, 코로나19 상황을 전후로 하여 국민의 읽기 및 독서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10세 이상 국민 3,000명을 지난 8월에 온라인으로 조사한 <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가 그것이다. 코로나19 전후의 다양한 읽기 매체 이용 및 독서 생활의 변화, 향후 독서 활성화를 위한 시민 의견 조사가 주요 내용이다. 조사 보고서 전문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홈페이지의 자료실 및 도서문화재단씨앗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리 국민의 읽기 활동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이상 국민 10명 중 7명(71.2%) 정도는 코로나19 이후 ‘인터넷정보 읽기’가 증가한 점이 두드러진다. 다양한 읽기 매체 중에서 인터넷정보를 비롯해 인터넷신문, 웹툰, 웹진, 웹소설, 전자책 등 디지털 매체 읽기는 크게 늘었다. 반면, 종이신문과 종이잡지 등 종이 매체 읽기는 상대적으로 감소율이 컸다. 다만, 종이책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이용 증가(21.8%)가 감소(12.0%)보다 약 10% 포인트 더 많아 독자층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의 절반(48.8%) 정도는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읽기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읽기와 관련한 비용 지출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과반수(57.6%)였으나 ‘증가했다’(27.6%)가 ‘감소했다’(14.8%)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다.

참고로, 대학생의 경우 웹툰(인터넷만화) 이용 증가가 58.6%로 전체 평균(37.1%)보다 훨씬 높았고, 인터넷서점 이용 증가(49.1%)가 전체 평균(39.1%)보다 높았다. 읽기 시간 및 읽기 관련 비용 지출 증가율은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학습/공부를 위한 읽기는 증가율(17.2%)과 감소율(6.9%) 모두 전체 평균치(증가율 28.3%, 감소율 14.6%)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팬데믹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며 외부 활동 시간이 줄고 ‘집콕’(집에서 지내기)이 증가한 가운데 디지털 매체 읽기가 늘고, 각종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며 비대면 독서 활동은 상당히 활성화되었다. 즉 인터넷서점 이용, 유튜브의 책 관련 영상 이용, 인터넷 독서 정보 이용, 오디오북 이용, 전자도서관 이용, 온라인 책·독서 모임 등 독서와 관련된 비대면 온라인 활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서점 매장 방문이나 공공도서관 이용 같은 대면 오프라인 활동은 감소율이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서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는 것을 밝혀낸 점이다. 독서의 5가지 효용성 항목(여가 활용, 우울감 해소, 고립감 저하, 실용적 도움, 새로운 생각과 계획에 도움)에 대해 각 항목별로 응답자 10명 중 약 4명꼴로 ‘독서가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고, 4명은 ‘보통’, 2명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독서의 효용성에 대한 체감도는 독서량이 많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를 100점 만점 환산 점수로 보면, 5개 항목 모두 평균 50점대로 집계되었다(‘여가시간 활용에 도움’ 54.3점 등). 다만,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은 독서의 효용성 체감이 평균 60점대, 책 읽기를 기피하는 사람은 평균 30점대의 효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독서 효용성 체감도에서 약 2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그 긍정적 효과를 크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평소에 독서 습관이 있었던 사람은 이전보다 더 읽고, 읽지 않던 사람은 여전히 책을 멀리하는 ‘독자·비독자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환경에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10명 중 2~3명꼴로 독서 활동이 심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상황에서 ‘미뤄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게 되었다’(30.3%),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28.1%), ‘책에 집중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졌다’(25.4%), ‘분량이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21.7%)의 비율 순으로 독서 활동의 강화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이는 독서 습관이 있는 일부 애독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독서 선호도가 낮은 사람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읽기 및 독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서 선호도가 낮은 사람은 ‘책을 읽고 감동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32.1%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의 응답률(83.6%)에 비해 매우 낮았다. 또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 책(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는 비율도 18.3% 정도로, 독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의 응답률(70.1%)보다 훨씬 낮았다. 살면서 책 읽기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쌓이지 않은 사람에게 독서 습관이 생길 리가 없고, 여가시간이 많이 주어진다 한들 책을 손에 들 까닭이 없는 것이다. 매체 이용 행위 중에서 이용자의 수동성이 강한 영상 매체 이용에 비해, 각종 읽기나 독서 행동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능동성과 이용 의지가 요구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 및 직업과 계층별로 사회 양극화를 촉진시켰는데, 읽기 활동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전에 없던 현상을 새롭게 만들었다기보다는, 비대면 활동을 최대치로 키우고 대면 활동은 극단적으로 줄였다. 읽기 및 독서 활동에서도, 점차 증가하던 온라인·디지털 이용 활동과 비대면 경제를 ‘화살을 당긴 것처럼’ 가속화시켰다.  

독서는 물론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사회적인 읽기 환경의 조성이나 독서 모임과 같은 ‘함께 읽기’의 참여 여부에 따라 삶 속에서 독서의 존재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기는 부모나 양육자의 그림책 읽어주기를 계기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평생 독자가 되는 자양을 얻는 일이다. 초중고의 ‘아침 독서’나 병영의 ‘독서 점호’는 함께 읽는 시간의 공유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동아리는 책을 읽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키우는 매개가 된다.   

지금까지 책을 멀리하거나 많이 읽지 못했던 사람도 책 읽기의 즐거움과 감동, 치유, 행복감 등 긍정적 독서 경험이 축적되도록 사회적 환경 조성과 독서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회적 노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독서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독서 양극화 해소 노력이 사회적 양극화를 줄이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책이 주는 가치와 효용성을 함께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곧 문화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로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 일본출판학회 정회원이다. 대학에서 출판문화론 등을 강의한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서울도서관 네트워크 위원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출판산업사』를 썼고, 옮긴 책으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책』, 『책의 소리를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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