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비친 세상 속,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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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비친 세상 속,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0.12 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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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 조현준 지음 | 채륜 | 216쪽

 

페미니즘 역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쯤 흘러왔는가?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 역사를 살펴보는 이 책은 페미니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흐름을 정리한다. 또한 지금의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쳐 흘러왔고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해 굽이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구의 페미니즘은 크게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를 제1의 물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제2의 물결 그리고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제3의 물결로 단계를 구분한다.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역사다. 반면 한국 페미니즘 역사는 반세기가 조금 넘는다. 완전히 합의된 결론에 다다른 건 아니지만 대략 1970년대부터 2000년대를 제1의 물결,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를 제2의 물결로 본다. 한국은 해방과 함께 여성의 참정권을 얻었기 때문에 참정권 투쟁을 하던 서구 제1의 물결 단계가 생략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 페미니즘 제1의 물결이 지식인을 중심으로 위에서 시작된 운동이라면 제2의 물결은 대중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페미니즘을 대중적으로 재도약하게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지만 반대로 여러 집단에서의 성 평등 인식, 젠더 평등 지수는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남성은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는 범죄적 시선에 분노했고 여성은 교육받은 이론과는 달리 개선되지 않은 현실의 불평등에 분노했다. 차별은 차별을 부르고 혐오는 혐오를 부른다.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 이슈에 피로 혹은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보편적 평등을 지향한다. 따라서 본원적 의미의 페미니즘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의 젠더 갈등을 해결할 힌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남녀 이분법이 아닌 인간이라는 보편성 말이다. 남성과 여성의 권리와 의무를 분리하고 각각 다른 권리와 의무를 지는 ‘이원적 평등’보다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보편적 평등’을 생각할 때다.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이 책은 입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매개체로 영화를 사용했다. 페미니즘의 큰 흐름을 물결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물결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영화 속에 한 걸음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다. 잘 알려진 작품들이라 쉽게 접근 가능하며, 서사에 녹아든 시대별 여성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 물결의 특성을 대표할 만한 영미 영화 네 편, 한국 영화 네 편을 분석하는 구성을 취했기에, 서구와 한국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페미니즘을 정의하고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를 상기하여 오해와 편견을 풀고자 한다. 2장에서는 영미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각 물결 단계에 맞는 영미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3장에서는 한국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2장과 마찬가지로 각 물결 단계에 맞는 한국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영미의 페미니즘이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수용되었는지도 살핀다. 4장에서는 앞 장에서 알아본 페미니즘 물결을 통해 한국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지향했던 근본적 가치를 되새기며 젠더 갈등을 완화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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