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향방은 애그리비즈니스와 생태적 농업 간의 싸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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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향방은 애그리비즈니스와 생태적 농업 간의 싸움에 달려 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0.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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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역학자들: 코로나19의 기원과 맑스주의 역학자의 지도 | 롭 월러스 지음 | 구정은·이지선 옮김 | 너머북스 | 308쪽

 

코로나 변종의 잠재적 치명성을 예고했던 진화생물학자이자 역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가 향후 몇 세대의 운명이 걸린 갈림길에 서 있다며 단순한 방역이나 백신만으로는 앞으로 계속해서 닥칠 글로벌 전염병들에 맞설 수 없다며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한다.

저자는 2002년 중국 광둥의 사스, 2013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모두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치명상을 가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은 박쥐 동굴을 이 질병의 시발점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그곳은 기원 찾기의 종착점일 뿐이라 한다. 문제의 근원은 신자유주의 문명의 야생지역 파괴와 공장형 축산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이고, 코로나19 팬데믹의 향방은 애그리비즈니스와 생태적 농업 간의 싸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작년 1월 자신의 코로나19 투병 경험을 시작으로 해서 7월까지 쓴 글과 인터뷰를 모은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부르고야 만 애그리비즈니스의 실체, 그리고 무기력할 뿐 아니라 나쁘기까지 한 역학자들의 실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저자는 역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볼 뿐 병원체가 등장하는 더 큰 인과관계를 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지난 10년 동안 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내겠다면서도 조사해 보기 꺼렸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 핵심을 짚으며 진실에 접근한다. 맑스주의 역학자의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기 위한 지도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이주’ 현상이다. 야생지역이 파괴된 결과 많은 야생종이 자취를 감췄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들도 있는데 박쥐, 거위, 천산갑, 쥐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을 숙주로 삼은 병원균이 오랜 서식지를 넘어 야생동물에게서 가축과 인간의 세상으로 넘쳐난(스필오버) 결과 종간 감염이 빈번해지고 병원체가 다양해졌다. 그 뒤에는 거대 농축산업이 있다.

저자는 유전자 단계부터 사료 선정, 생장, 운반까지 단기간 안에 이윤을 극대화한 공장형 축산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면역학적 ‘방화벽’을 걷어낸 것과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공장형 축산에서 가축을 키우는 방식이 향후 수십억 명의 목숨을 빼앗을 병원체를 선택하는 과정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지난 2년을 거치면서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의문이 모두 해소되었을까? 저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현재 주류 과학계의 입장은 야생 박쥐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필드(야생) 기원설인데 월러스도 이 가설에 동의한다. 모든 정황을 고려했을 때 저자는 코로나19가 이미 수년 전부터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전염됐고, 다만 우한에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하도록 변이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기원으로 야생먹거리 시장을 거론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이다. 저자는 애그리비즈니스가 산업적 먹거리 생산은 물론 박쥐나 사향고양이 등 야생 식량 시장까지 지원해온 바로 그 자본에 의해 병원체의 종간 접촉면이 넓혀지며 새로운 전염병의 동학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발병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역학을 만들어낸 세계의 정치, 경제적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무시하는 것으로, 절대적 지리가 아닌 ‘관계적 지리’를 고려하면 감염병의 핫스팟은 뉴욕, 런던, 홍콩 등 세계 자본의 원천 같은 곳이라 역설한다.

한편 저자는 이른바 우한의 ‘실험실 기원설’도 주요하게 검토한다. 중국 혐오론과 숱한 음모론의 무대로 우한을 비롯한 중국 곳곳의 연구소가 거론되는데 정작 미국이 이 연구소들의 자금줄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코로나19에 관한 역학조사가 아직 충분치 않다고 한다. 필드 기원설이든 실험실 기원설이든 오늘날 농축산업의 실태, 야생 지역을 침범하는 문제, 공장형 생산, 더 많은 사람을 죽일 균주를 사실상 선별하는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감염병 팬데믹에 맞서 현실적으로는 이웃끼리 도울 수 있는 모임을 조직하고, 세계의 모든 사람이 무상으로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항바이러스제와 의료품을 특허 없이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하고, 실업과 의료 급여 등 경제적 지원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나아가 자본에 의한 세계화가 아닌 반자본주의 진영의 국제주의이며, 기업을 위한 가축 전염병 연구가 아닌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가 가야 할 방향임을 주창한다.

지금도 병원체가 종간 장벽을 넘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역사적 맥락에서 애그리비즈니스에 의한 전염병의 진화가 어떠한지 등의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을 방기한 채 백신 개발로 자본의 이익을 도모하고 글로벌사우스 세계를 다시 종속하는 신자유주의 세계의 전략적 대응에서 백신이야말로 구조적 원인과 개입의 방향을 가리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그는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좌파’ 지식인과 동료 학자, 심지어 대안적인 농업을 주장해 온 운동가 등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의 칼을 전방위로 휘두른다.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 쓴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 전체를 마비시켜 나가는 과정을 생생히 해설하는 가운데 단순 방역과 백신 처방 이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은 감염병의 진짜 세계를 밝히는데 특별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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