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등교육체제의 특성과 미래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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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등교육체제의 특성과 미래 대응 방안
  • 염민호 전남대
  • 승인 2021.10.11 1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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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현안보고서]_ 정책분석 편

 

한국의 고등교육체제는 사회문제(지역격차, 노동격차)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그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으로서 이해당사자 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체제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고등교육체제의 구성요인(목적, 지배 구조, 예산 구조, 성과지표)을 구분하여 그 의미를 맥락에 맞춰 해석하고, 각 요인이 체제작동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자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최근 <한국 고등교육체제의 특성과 미래 대응 방안>라는 제목의 교육현안보고서 2021년 5호를 발간했다(작성자: 염민호 전남대 교수).

       염민호 전남대 교수

보고서는 우리 고등교육체제에 대해 목적 구성의 모호함이 초래한 이중성은 구조중심의 고등교육체제를 강화했으며, 지배 구조의 관료적 특성은 고등교육체제의 실용적이고 실질적 변화에 걸림돌이며, 고등교육 참여자의 비판의식을 무력화한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사업비 중심의 예산 구조는 교육부의 사업지침에 대한 맹목적 순응과 성과지표 관리에 따른 과다한 행정비용의 지출을 초래했으며, 성과지표를 통한 고등교육기관 관리는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과 논란을 야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정책 제언으로 첫째, 국가수준과 고등교육기관 수준에서 고등교육(기관)의 목적을 더 치밀하게 규정하고, 목적 구성에는 각 고등교육기관이 처한 사회적 맥락과 학생 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둘째, 교육부가 가진 절대적 권한을 분산하여 지방정부와 고등교육기관으로 넘기고, 고등교육기관이 그 자체로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기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셋째, 고등교육체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재정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적자금 집행방식을 교부금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으며, 마지막으로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 성과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며, 성과관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행정비용 절감을 위해 성과지표의 활용을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 서론

▶ 이 보고서의 주제어로 고등교육체제를 가져온 이유 두 가지: 

• 첫째, 2000년대 초반에 원하는 사람은 거의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편고등교육체제에 들어선 한국에서 고등교육체제의 의미와 그 구성요인에 대한 명료한 정의의 부실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효율적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음. 
• 둘째, 고등교육체제의 구성과 변화에 관한 대부분의 담론이 특정집단(정부, 고등교육기관, 언론,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되어 유통되고 이들 집단의 영향력은 국가수준의 고등교육정책개발, 고등교육기관의 구성 및 운영 그리고 성과관리에 직접 반영되고 있음.

▶ 한국의 고등교육체제는 지구적 보편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국적 특성을 보여줌: 

• 지구적 보편성은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식 고등교육체제를 한국에 이식하여 적용한 결과로 현재 고등교육기관의 구성(2년제 전문대학, 4년제 일반대학, 대학원, 단과대학, 학과 등)과 운영방식(지배 구조, 교육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음. 
• 한국적 특성은 고등교육체제가 경제번영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하기 보다는 사회문제(지역격차, 노동격차)의 원인이 됨. 지역격차는 수도권 중심의 고등교육기관 구성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장애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함. 노동격차는 서열화된 고등교육기관이 졸업생들의 사회진출과 경력개발 과정에서 차별을 강화한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함.

■ 고등교육체제를 구성하는 핵심요인에 대한 정의 

▶ 고등교육의 정의 

• 고등교육이라는 용어의 정의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학위의 목적에 적합하도록 구성된 다양한 유형과 내용의 교육활동임(<표 1> 참조). 

▶ 고등교육체제와 그 핵심요인에 대한 정의 

• 고등교육체제는 특정 사회가 기대하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등교육의 목적, 법령, 운영방식 등의 요인을 포함하는 사회질서 유지방식이라고 규정할 수 있음(<표 2> 참조).

■ 한국 고등교육체제의 특성에 나타난 문제와 그 대안

▶ 목적 구성의 모호함이 초래한 이중성과 그 대안 

• 현안 
- 고등교육체제는 거기에 포함된 관련기관과 그 구성원의 생각/행동/언어를 이끌거나 지배하는 모종의 목적을 분명하게 포함하고 있음. 
- 조직으로서 교육부와 고등교육기관은 국가수준의 고등교육체제 또는 단위수준의 고등교육체제를 유지하는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목적의 현실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고등교육체제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이해의 바탕임.

• 문제 
- 첫째, 국가수준에서 법령으로 규정한 목적의 내용이 고등교육기관의 학칙에 규정된 목적 구성에 포함된 내용과 거의 비슷하며, 모든 기관의 목적 구성에 들어가는 용어는 거시적이고 추상적임. 
- 둘째, 모호한 목적 구성에 대응하여 정부수준에서 구성한 다양한 내용의 또 다른 목적 구성은 고등교육체제에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고등교육체제의 실용적/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음. 

• 대안 
- 첫째, 국가수준과 기관수준에서 고등교육의 의미와 고등교육기관의 목적을 더 치밀하게 규정해야 함. 고등교육의 각 하위영역(학사/석사/박사학위)에 맞춰 그 목적과 그에 적합한 활동을 더 구체적으로 정교하게 제시해야 함. 
- 둘째, 고등교육체제의 목적 구성에서 교육부 주도의 일방향적 접근보다는 교육활동주체(교수, 학생)의 참여를 더 존중하는 쌍방향적 접근이 필요함. 목적 구성에는 각 고등교육기관이 처한 사회적 맥락과 학생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실용적/실질적 접근이 필요함. 

▶ 지배 구조의 관료적 특징이 초래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대응 

• 현안 
- 교육제도의 법정주의에 근거한 고등교육 지배 구조는 국가권력이 고등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서 단순하게 표현하면 국가주도의 관료제임. 
- 관료제 유형은 국가가 고등교육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고등교육기관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교육부가 권한행사의 법적권위를 기반으로 고등교육체제의 효율적 운영을 추구하는 근거가 됨. 

• 문제 
- 첫째, 국가수준의 고등교육체제 개혁이 지닌 큰 위험과 부담 때문에 고등교육체제의 실질적 변화가 힘듦.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부에 집중된 권력과 고등교육기관의 구성이 사립대학중심으로 편재되어 있음. 
- 둘째, 국가주도 관료제 지배 구조는 고등교육기관의 자생적 발전의지와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핵심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의 창의력을 극도로 제한함. 결과는 중앙정부가 제시한 성과지표의 충족에만 관심을 갖는 수동적 문화의 재생산이며, 현실에 안주하는 비판의식의 결핍임. 

• 대안 
- 첫째, 현재 교육부가 가진 절대적 권한을 분산하여 지방정부와 고등교육기관으로 넘기는 것임. 지방정부가 고등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고, 지방정부가 자체 판단에 근거하여 적절한 예산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을 확대해야 함. 

- 둘째, 고등교육기관이 그 자체로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중앙정부는 그 과정에서 신뢰에 기반한 의도적 인내를 보여줘야 함. 국립대학교법과 사립대학교법 제정이 필요함. 

▶ 예산 구조에서 비롯된 사적가치 강화에 대한 대안 

• 현안 
- 국가보다 (민간)개인 부담이 더 많은 고등교육의 예산 구조는 고등교육의 성취여하를 개인의 몫으로 전가하는 좋은 수단이며, 그 결과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근거한 개인(민간)의 요구와 권리주장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지역격차와 노동격차를 재생산하는 기제가 됨. 지역격차는 수도권소재 대학에 대한 과도한 입학경쟁률과 수도권소재 대학에 대한 편파적 재정투자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의 장애가 됨. 노동격차는 수도권소재 주요대학과 특수목적대학에서의 고등교육이수결과가 개인의 노동시장(지위/수입) 진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 
- 고등교육부분에 대한 교육부 예산 구조를 보면 사업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들 사업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근거하여 공적자금을 집행하고, 그 성과의 효율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음. 

• 문제 
- 첫째, 교육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제시한 사업의 궁극적 목적과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단위기관 간의 괴리가 큼. 괴리는 재정압박을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 대학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사업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음. 대학과 사업참여자(교수/학생)는 성과영역의 분류와 구체적 프로그램의 운영방식 및 그 품질 간 관계의 적절성에 의혹을 제기함. 
- 둘째, 성과관리에 들어가는 과다한 행정비용과 성과지표의 적실성에 대한 의문 존재함. 단위대학은 대부분 경쟁평가를 통해 사업을 수주하고 결과보고에 필요한 성과지표를 관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감. 이런 식의 예산집행에 소요되는 행정비용과 정력의 낭비 또는 비효율성을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함. 

• 대안 
- 첫째, 고등교육체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재정투자가 필요함. 인식전환은 고등교육의 공적가치[공공성(교육기본법 제9조)]를 최대한 존중하고 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전향적 접근에서 시작. 만약 고등교육의 공적가치(공공성)를 중시하면, 사적가치(개인의 이익/지위)의 극대화를 위한 선발수단 혹은 경쟁수단으로서 고등교육과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인식은 분명하게 변화될 것임. 
- 둘째, 공적자금의 집행방식인데,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여 현재와 같은 사업비 중심의 예산 구조를 교부금 중심으로 바꿔야 함. 만약 고등교육예산 구조를 교부금 중심으로 구성하거나, 재정지원방식을 경쟁수주가 아니라 최소 5년 기준의 총액지원과 자율편성예산제도로 전환하여 총괄성과 관리방식을 활용한다면 그동안 확인된 문제를 단위대학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것임. 

▶ 성과지표의 근본적 한계와 그 대안 

• 현안 
- 고등교육관련 성과지표는 상대적으로 목적이 명료한 사기업체의 성과지표와는 달리 그 지표활용이 고등교육기관의 (품)질평가, 서열평가, 재정지원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간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개념임. 성과지표 개발과 그 활용에 있어 지배적 담론(정책/이론/공적논의)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보면, 담론생산의 주체가 정부, 국제기구, 언론 그리고 성과평가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임. 

• 문제 
- 첫째, 고등교육의 특성상 본질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활동에 대해 성과지표를 활용하여 측정하려고 함. 애초 성과평가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조직에 적절한 것인데 교육부는 ‘돈’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그 성과를 ‘돈’, ‘수’, ‘양’으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함. 
- 둘째, 성과지표 중심의 고등교육체제개혁이 초래한 역기능은 고등교육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인식변화를 들 수 있는데, 교육과 연구에서 중시하는 자율성과 창조성 대신에 타율성과 순응성에 길들여짐. 

• 대안 
- 첫째, 고등교육기관의 성과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함. 고등교육기관의 성과에 작용하는 요인이 가변적이고 복잡하며, 그 성과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예: 입학에서 졸업까지)이 존재하기 때문임.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존중하여 성과지표를 구성해야 함. 또한 성과지표 측정을 위한 기간을 1년 단위의 평가보다는 최소 4년~5년으로 확장해야 함. 
- 둘째, 성과지표의 활용을 제한해야 함. 예를 들어, 교육부 고등교육예산 중 10% 미만을 성과관리의 대상으로 삼고, 특별한 활동(교육/연구/사회공헌)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낸 곳에 대해서만 성과급/장려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음. 나머지 분야는 그동안 고등교육기관이 축적하고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가능한 한 자체평가와 동료평가를 존중하고,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감독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점을 둬야 함. 

■ 결론

▶ 고등교육체제를 구성하는 핵심어/개념이 지닌 중요성 확인: 

• 고등교육체제 구성에 들어가는 용어의 정의와 관련정책을 포함하는 담론 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권력과 지식 간의 관계 그리고 권력의 작동방식(특히 위계를 통한 상호감시와 성과지표를 통한 규격화)을 보여주기 때문임. 

▶ 고등교육체제의 구성요인 분석을 통해 권력관계의 구성과 작동의 의미를 성찰함: 

• 국가를 대신한 교육부와 고등교육기관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개인수준의 역량개발을 통한 사회적 이동(소득창출/지위신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경제발전과 사회정의 실현에 구체적 기여를 인정받을 수 없다면, 현재와 같은 고등교육체제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함. 

▶ 미래 고등교육체제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협약의 재구성에 대한 검토 기회: 

• 한국은 고등교육체제 구성에 사적가치를 존중하고 있으며, 이는 고등교육체제의 작동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정적 증거는 지역격차, 노동격차, 그리고 성과경쟁이 초래한 고등교육기관의 관료화와 무기력임. 고등교육체제의 가치기반을 사적가치에서 공적가치로 전환해야 할 때가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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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21-10-14 18:40:58
이렇게 좋은 글이 왜 대문이나 '주요기사', '당신만 안 본 뉴스' 등의 목록에 실리지 않았는가 싶네요. 이 글의 출처가 (교육부와 더불어 '대학기본역량진단' 논란의 주범인)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교육부의 해체 내지 발본적 권한 분산은 그 이데올로기 공급 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해체 내지 발본적 구조조정과 동반해서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이번 역량진단 논란을 목도하면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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