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짜리 목숨’ 강원대 한국어강사…부당해고 소송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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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짜리 목숨’ 강원대 한국어강사…부당해고 소송 장기화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10.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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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노조, ‘한국어 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과 정부 책임 요구’ 기자회견
- 강원대 1·2심 모두 패소했음에도…‘대한민국’이름으로 대법까지 상고
- “정부지침 역행하는 강원대의 무리한 소송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가 나서야 할 때”

 

전국대학노동조합은 한글날을 앞두고 10월 8일(금) 한국어 교육의 세계적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대학 한국어 교원들의 사회적 지위 보장과 교육부 등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 이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백만 명을 넘어섰으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 수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정부에서는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려는 취지에서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마련하고 해외에 세종학당을 설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각 대학 해외 유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전담해 오고 있는 전국 3,000여 한국어 강사들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고 처우 역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전담할 정부 부처 역시 모호해 관련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학 한국어 교원의 주무부처는 교육부가 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부는 주무부처로서 향후 교육부 내에 담당 부서를 배정하고 전국 대학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에 대한 종합적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편, 강원대학교는 국립대학교로서 한국어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강사들을 부당해고 하고 장기 소송전을 이어오며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년여간 8차례에 걸쳐 한국어강사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음에도 강원대는 뒤늦게 한국어 3급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어강사 A씨와 B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해 하루아침에 해고자 신분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노동위원회의의 구제신청으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강원대는 굴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여러차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근로계약이 갱신될 거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강원대의 계약종료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결정했다. 

강원대는 법원의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강원대는 정당한 법적 권한 행사를 이유로 최근 대법원 상고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교육위원회 윤영덕 의원은 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강원대가 한국어강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소송의 원고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열악한 지위의 한국어 강사를 상대로 장기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3년간 이어지고 있는 기나긴 소송으로 인해 당사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덕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역행하는 강원대의 소송 무리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교육부장관이 나서야 한다”며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기간 전체가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강원대 또한 소송을 취하하고 교육부와 함께 전체 한국어강사의 고용안정과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소송은 원고 대한민국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강의를 이어 온 한국어 강사들은 강원대와 대한민국의 장기 소송전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이 힘든 조건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소송을 이어가기보다는 현 시점에서 책임있게 소송을 취하하고 강원대부터라도 솔선수범해서 학내 전체 한국어 강사들의 고용 안정과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를 당사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대학을 포함한 공공기관 전체의 공무직에 대한 고용보장 이후의 처우개선 논의가 공무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노동계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강원대의 상황은 이러한 정부의 시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렇듯 한글날이 되어도 한국어강사들은 마냥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열악한 현실이 바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대학노조는 한국어교원이 처해 있는 열악한 처우의 개선과 함께 한국어교육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가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어교원 문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575돌 한글날입니다.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렇게 뜻 깊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우리는 한국어교원입니다.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 동영상을 클릭하고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은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에 신음합니다. 우리 한국어교원은 요구합니다. 정부는 노동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어교원의 현실을 개선하십시오. 대학은 한국어교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십시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거리에서, 미디어에서 한국어를 말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마주칩니다.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고 그중 15만 명은 외국인 유학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온라인 과정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까지 합하면 한국어 학습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우리는 한국어교원입니다.

이번 한글날에도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어의 위상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신문과 방송에 넘쳐날 것입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작년 한해 21만 명을 넘었고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82개국 234곳에 설립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어의 위상은 높아지고 한국어 학습자는 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실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우리 한국어교원의 비참한 노동 현실은 ‘국가’와 ‘헌신’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왔습니다. 

강원대에서는 한국어교원 조합원에 대해 수차례 부당해고를 자행했으며 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세대 지부에서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144일째 피켓팅을 비롯한 가두 선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대학의 행태입니다. 임금을 체불하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4대 보험 적용에서 배제시키고,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강요합니다. 코로나19로 강의가 줄어들면서 많은 한국어교원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힘겹게 버팁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학생들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부는 노동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어교원의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한국어 관련 정책은 한국어 교육 기관과 한국어교원 자격 소지자 수를 늘리는 등의 양적 성장에 치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한국어교원의 노동 현실에는 무관심합니다. 이처럼 현장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전제하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한국어 교육 정책은 속에서부터 썩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한국어교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임해야 합니다.

대학은 한국어교원의 노동 환경 개선과 고용 안정을 보장하십시오. 대학은 한국어교원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용과 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도 생계를 걱정하면서 일해야 하는 한국어교원들에게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높이도록 요구하는 대학의 태도는 파렴치합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영난의 책임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결국 우리 한국어교원이 떠맡았습니다. 부당 해고를 하지 말라고, 임금을 제대로 달라고,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상식에 기반해 있습니다.

이에 오늘 우리는 스스로 앞장서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 대학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한국어교원의 노동 조건을 전수 조사하라!

2. 한국어교원의 정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라!

3. 한국어교원의 고용 안정과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라!

4. 한국어교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

 

2021년 10월 8일, 제575돌 한글날에 앞서

 

한국어교원 조합원 일동

 

백선기 전국대학노동조합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한국어 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과 정부 책임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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