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산하기관, 성희롱·직장내 괴롭힘 등 고질적인 비위행위들 여전히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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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산하기관, 성희롱·직장내 괴롭힘 등 고질적인 비위행위들 여전히 만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0.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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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 출연연·ICT진흥원 등…직장 내 괴롭힘, 폭언, 횡령, 성희롱 등 비위도 다양
- 성비위 만연…자녀 입시 관여 사례도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과 과기정통부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들이 연구비 횡령과 외유성 출장, 부실학회 참가 등의 비위 행위들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폭언과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 폭행 등 강력 범죄도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연구소는 한 해 27조원 가까이 되는 공공 연구개발(R&D) 예산의 주요 집행기관이다.

             김영식 의원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2021.8월까지 출연연(26곳)·ICT진흥원(5곳) 등 과기부 산하기관들의 경고 및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징계 건수가 2649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중징계(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건수는 약 70건으로 나타나는 등 고질적 비위행위들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출연연 26곳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577건)은 주의·경고를 포함한 전체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한국한의학연구원(302건), 한국원자력연구원(295건)은 경고 이상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임 원장의 폭언·폭행, 채용비리 등 각종 비위행위로 과기부 특별감사가 실시되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만 감봉 1건, 견책 1건, 경고 33건 등 총 76건으로 조사되었고, 기관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특정인 채용특혜 제공, 정규직채용 절차 미준수, 장비구매 계약업무 처리 부적정, 외부강의 신고 누락 등 여전히 조직 내부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책임급 직원은 직무관계자와 사적 거래를 하다 적발돼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이곳은 법인카드 사용 후 출장비 미정산, 외부강의 미신고, 부실학회 참석, 출퇴근 대리신청 등으로 반복 적발된 사례가 수백 건에 달했지만 모두 주의나 경고를 받고 넘어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3급 직원은 근무일 점심시간에 술을 들여와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해임 1건, 강등 3건, 정직 10건, 감봉 16건, 견책 30건, 경고 194건, 주의 41건으로 조사되었다. 위반내역은 폐기물 무단 처리, 성희롱 등을 비롯하여 올해 8월 음주운전만 2건이 적발되어 각각 감봉 3월, 감봉 1월의 처분을 내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급 직원 A는 지속적 욕설과 폭언, 폭행 등을 일삼다 올 들어 해임됐다. 같은 곳 선임급 직원 B는 미국 샌디에이고 출장 중 대부분 여행을 다니다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직원 C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심한 모욕적 언행을 하다가 올 들어 3개월 정직 처리됐다.

이 밖에도 천문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3월 선임연구원이 SNS앱을 이용하여 성매매를 한 사실이 유성경찰서에 적발되었다. 해당 연구원은 상대 여성이 뒤늦게 미성년자인것을 밝혔다고 해명했지만, 최종 미성년자 성매매 행위 및 권유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매매 방지강의 수강 40시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천문연 징계위원회는 해당 연구원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이 아닌 당연퇴직 처분을 결정하여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직원 D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골프 접대 등 지속적 향응을 받다 적발됐다. 같은 곳의 한 직원은 물품 구매 수량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다 걸려 감봉 3개월에 처해졌고, 다른 직원은 동료에게 모욕적 언행을 반복하다 강등 조치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20년~2021년 연이어 성희롱이 발생하였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행정위원 E는 뇌물수수 혐의로 파면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경우 부서 내 선임자가 부하직원에게 전화와 문자로 만날 것을 종용하고 지속적 연락과 관심을 보이는 등의 수차례 성희롱 행위에 대해 감봉 처분을 내렸다.
 
4대 과기원 중 한국과학기술원은 면직 2건, 정직 8건, 강급 4건, 감봉 12건, 견책 9건, 경고 58건, 주의 109건으로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다. 주요 위반사항은 부실학회 참가, 회의비·연구비·출장비·운영비 등 집행 부적정, 승인 없이 영리기업 설립·운영, 타업행위 금지 위반 등으로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는 전 입학정책기획팀장 주모씨가 ‘아빠 찬스’를 쓰다 중징계를 받았다. 주씨는 2020년 석·박사 통합과정 입시에 지원한 자녀의 전형 서류를 수차례 열람하고 합격 여부, 종합 등급 등 평가 결과가 담긴 공문서를 여섯 차례 이상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주씨는 자녀 입시 지원을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으나, 같은 팀 직원 오모씨가 주씨를 결재라인에 재차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또 2021년 전기 대학원 입시에선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를 거꾸로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주씨는 강등, 오씨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한편, 5개 ICT진흥원(정보통신기관) 중 한국지능사회정보원이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고, 위반 내역도 심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임 2건, 정직 1건, 감봉 4건, 견책 7건, 경고 162건,  주의 121건으로 주로 1~3급 고위직들의 위반이 많았으며, 올해의 경우 외부강의 신고의무 위반, 가족수당 등 중복수령, 정규직 채용절차 미준수를 비롯하여 2019년과 2021년에는 성희롱으로 각각 해임,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김영식 의원은 “출연연 및 ICT진흥원 등은 각 기술분야 대표 공공연구기관으로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기관·직원들의 일탈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다른 기관들까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연구기관의 특성상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성인지 감수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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