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計劃沒有變化快"(계획은 변화만큼 빠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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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計劃沒有變化快"(계획은 변화만큼 빠르지 못하다)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
  • 승인 2021.10.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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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66)_ 천고마비의 계절에 유목문화를 생각하다(2)

 

"計劃沒有變化快"
(계획은 변화만큼 빠르지 못하다)

   

사람의 운명은 알 수가 없다. 살아봐야 어렴풋이 운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의 출신을 알면 사람 팔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 제국을 건국하고 세상의 절반을 호령한 칭기즈칸도 풍운아였다. 몽골제국의 대칸으로 추대되기 전 칭기즈칸의 小名은 테무진(Temujin)이었다. 

송나라(南宋)의 팽대아(彭大雅), 서정(徐霆)이 이종(理宗)의 명에 따라 몽고에 갔을 때(1233~1234)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한 견문록으로, 칭기즈 칸 시대의 풍속, 역사, 제도 따위를 기록한 『흑달사략(黑韃事略)』(1237)에는 칭기즈칸이 성길사황제(成吉思皇帝)로, 테무진은 특몰진(忒沒真)으로 전사되어 있고, 사서마다 첩목진(帖木眞), 특목진(特穆津) 등 이표기가 다양하다.

『흑달사략(黑韃事略)』에 따르면, 흑달(黑韃)은 국호(國號)를 대몽고(大蒙古)라고 했다. 검은 달단족이 오랫동안 얕잡아보던 몽고족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할 형편이 되자 자진해서 스스로를 몽고라 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몽고의 위세에 의존했다. 이들이 사는 사막(沙漠) 땅에 몽고라는 이름의 산 즉 몽고산(蒙古山)이 있는데, 달단의 언어인 달어(韃語)로 은(銀)을 몽고(蒙古)라 한다고 흑달사략은 말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어 서로 싸우거나 걸핏하면 노략질을 일삼는 초원 유목민 사회에서 자식이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는 흔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주변인들의 괄세와 핍박을 피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칸 중의 칸으로 우뚝 선 팍스 몽골리카의 위인은 칭기즈칸이다. 한어로 성길사한(成吉思汗)으로 적고 칭기즈칸으로 읽는 이 칭호의 의미는 ‘바다’ 즉 텡기즈와 같이 위대한 ‘군주’ 칸이다. 몽골어로 ‘大洋’은 뎅기즈다. 적어도 14세기 중엽 이븐 바투타가 동방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펴낼 때까지는 바다와 같이 광대하고 깊은 군주의 칭호는 텡기즈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칭기즈로 음운변화가 일어난다. 

치경 마찰음 /ㄷ/, /ㅌ/이 경구개 마찰음 /ㅈ/, /ㅊ/으로 변하는 현상을 이른바 구개음화라고 한다. 학자들이 하는 일이 대개 뻔한 일에 전문용어를 붙이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일상적 화행위 내지 경험이랄 수 있는 일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기술하고 현상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붙인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규칙이나 이론이 탄생한다. 

중세 한국어에서의 어두 자음 ㄷ은 현대 한국어에서는 ㅈ으로 변했다. 지금은 중국이지만 세종대왕 때는 딍궉이었다. 음운변화는 지역 간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남북 간 음운변화에 차이가 있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서는 남한과 달리 뎡거장, 뎐깃불이 쓰였다. 어두 ㄹ음의 탈락현상은 북한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李舜臣, 理髮所, 里長을 우리는 이순신, 이발소, 이장이라 하고, 북한 주민들은 리순신, 리발소, 리장이라고 한다.

의미를 구별 짓는 소리의 최소 단위를 音素라고 한다. 물론 이 소리는 구체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 소리다. 이와 대비해 실제적인 음성으로서의 소리는 異音이라 하며 하나의 음소에 음성적 유사성을 갖는 한 개 이상의 이음이 존재한다. 이 이음들을 하나로 뭉뚱그린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類音이 음소인 것이다. 어휘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음소의 차이가 의미상 변별적 기능을 할 때 이를 우리는 최소 대립쌍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구조가 같은 두 개 어휘의 의미 차이가 오직 하나의 음소의 다름에 기인하는 경우 이 두 개 어휘를 최소 대립쌍이라고 한다. 음소를 여러 소리의 원형이라고 한다면 의미를 구별 짓는 소리의 최소 단위인 음소의 결합체는 단어 즉 어휘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단어의 음성 실현이 시공간적 차이 또는 개인차에 의해 달라질 때 우리는 이를 음성 변이(phonetic variations)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알렉산더 대왕이 통솔하는 인도 침공군이 히말라야 산자락을 흐르는 급류를 보고 마침 근방에 사는 유목원주민에게 강의 이름을 묻는다. 별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쌍방 간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알게 된 이름은 고대 범어 Sindhu였다. 페르시아 상인은 Hindu로 들었다. 원지명은 Xindhu였다. *x > s > h > 그리스로 들어간 Hindu가 영어에 이르러서는 Indo, India, Indus가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말에서 쓰이는 인도, 인더스 강, 인더스 문명이 기실은 신두라는 강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지의 불완전함으로 Sindhu는 Sindh라고도 표기된다. 언어라는 강물은 이렇게 굽이굽이 돌아 흐르며 비슷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소리를 창조해낸다. 이방인의 출몰도 그렇지만 집 앞을 흐르는 강물을 뭐라고 부르느냐는 예상치 않은 질문에 대한 현지인의 대답 ‘신두’는 우문현답이었다. 저걸 ‘(강)물’이라고 하는데요. 신두는 고대 범어로 ‘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the Sindhu River의 의미는 강강이 되어 의미중첩의 대표적 사례가 된다.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도 다 사막사막이라는 우스꽝스런 의미구조를 지니고 있다. 

 

총장 3,180km에 달하는 인더스 강의 발원지는 티베트 서부 히말라야 산악 지역이다. 인도 잠무-카시미르 주 라다크를 거쳐 현재는 파키스탄 영토인 길기트로 흘러들어가 종당에는 항구도시 카라치 인근의 아라비아 해에 아낌없이 온 몸을 던지는 성스런 강 인더스를 라다크에서 만난 날 오늘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사실 히말라야 산중에는 언제나 거센 바람이 분다. 그날 금강경을 옮겨 적은 오색 다르촉을 강을 가로지르는 나무 교각에 걸었다. 다르촉(darchog)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風幡)’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경전을 필사했다 해서 경번(經幡)이라고도 한다. 불교 전래 이전의 티베트 전통 신앙인 본교에서부터 유래하였다. 온 누리에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소박한 기도의 한 형태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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