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평등하게, 차별 없는 세상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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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평등하게, 차별 없는 세상이 되려면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2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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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제 | 이나경 옮김 | 블랙피쉬 | 188쪽

 

유리 천장, 인종 차별적 발언, 성소수자의 권리, 젠더 감수성 부족, 차별 금지법….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로 이런 문구들을 접하며 사는 우리는 자연스레 의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시대의 권리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자유를 누리며 다 같이 평등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2021년에도 계속되는 이 질문과 고민을 수십 년 동안 세상에 물었던 사람이 있다. 전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이다.

그녀는 대법관으로서,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부당한 차별을 겪어본 여성으로서 모든 이에게 ‘동등한 법의 보호’를 적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던 사람이다. 약자를 위해 변론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동료들의 잘못을 지적함에 서슴지 않았다. 물론 늘 긴즈버그의 뜻대로만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건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녀는 변함없이 주장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개인이라고.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법조인으로서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긴즈버그의 노력과 신념이 담긴 판결문, 의견서 등을 발췌해 담았다. 1971년 성차별적 법을 철폐한 판례가 없던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리드 대 리드’ 사건의 항소인 의견서부터 미국 재판사에 길이 남을 ‘미국 대 버지니아’ 재판의 판결문,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해 지속된 투표권법 규정을 없애려던 ‘셸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의 소수 의견 등 총 13개 사건의 기록을 담았다.

평생의 신념과 원칙을 논리 정연하게 풀어낸 긴즈버그의 문장들은 수 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읽는 사람 안에서 숨을 쉰다. 인간의 보편적 평등과 소수의 권리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해제를 맡은 코리 브렛슈나이더는 긴즈버그가 관여했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성평등과 임신과 출산의 자유, 선거권과 시민권 등 총 세 가지 분류에 맞는 주요 사건을 추렸다. 그에 관한 긴즈버그의 글 중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함께 읽었으면 하는 부분을 가감없이 발췌했다. 또 독자들을 위한 각 사건의 개요 설명과 긴즈버그의 글을 보충하는 해설을 덧붙였다.

 

“‘여성의 권리’라는 말은 약간 문제가 있어요. 그건 인간의 권리입니다.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는 모든 인간의 권리입니다.”

 

긴즈버그는 오랜 시간 누구보다 차별 받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썼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성평등에 관한 사건들이 많다. 임신 중지의 권한에 대한 재판과 일터에서 임신으로 인해 부당하게 처우 받는 여성의 사례,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문제를 다룬 재판 등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여러 이슈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긴즈버그의 목소리는 비단 여성만을 위해 울린 것은 아니었다. 지역 사회의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장애인, 백인보다 월등히 적은 숫자로 소방관에 채용되는 소수 인종의 현실, 투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의 존폐 위기 등 긴즈버그는 현실 속 약자가 누구든 그들의 편이었다. 다양한 목소리에 힘이 실릴 때야말로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긴즈버그는 그 8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당연히 모든 사건에 대한 판결이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긴즈버그의 ‘소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담겨 있다.

소수 의견은 재판에서 과반수의 의견이 되지 못한 의견, 즉 다수의 의견에 포함되지 않아 폐기된, 최종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긴즈버그는 소수 의견을 통해 자신이 속한 대법원과 자신의 동료들을 솔직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 조목조목 반기를 든다. 해당 사건에서는 무시되었을지라도, 그것이 훗날 일어날 어떤 사건, 다른 상황에서는 다수 의견이 될 수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별에 대한 ‘레드베터 대 굳이어타이어’ 재판에서 긴즈버그가 제출한 소수 의견은 2년 후 공정 임금법을 통과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긴즈버그가 평생을 통해 꿈꾼 세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던 만큼, 그가 남긴 의견들은 앞으로도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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