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사상의 철학적·실천적 진화를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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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사상의 철학적·실천적 진화를 탐구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9.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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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마르크스의 혁명 이론 | 미카엘 뢰비 지음 | 황정규 옮김 | 두 번째테제 | 352쪽

 

이 책은 저자 미카엘 뢰비가 쓴 마르크스 사상 해설서이다. 저자는 애초에 철학을 공부하고 저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 마르크스가 어떤 경로를 거쳐 이제는 그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는 거대한 사상을 기초했는지를, 그 역사 사회적인 배경부터 철학적 바탕까지 망라하여 치밀하게 탐구한다.

마르크스가 내어놓은 근대 사회에 관한 혁명 이론은 당대 그가 했던 활동들과 떼어 놓고 평가할 수 없으며, 그가 처음 현실 사회와 만나기 시작한 독일에서부터 이후 유럽 곳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 사상의 형성 과정을 탐구하면서, 저자는 중요하지만 종종 무시되곤 하는 핵심을 추출해낸다.

마르크스는 당대 자신이 몸담고 있던 독일 문필가들의 철학 조류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면서, 프랑스와 영국에서 분출하던 노동자 운동과 만났고, 이후 이들과 교류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속에서, 다양한 실천과 해석, 충돌 속에서도 변치 않은 핵심, 노동자의 자기 해방이라는 핵심을 정리하게 되었다. 노동자의 자기 해방과 실천철학은 이후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루카치, 트로츠키, 체 게바라까지 이어지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의 계보에서도 중심 위치에 자리잡게 된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모든 착취와 억압에서 해방되어 전면적인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인간 해방을 지향했다. 이때 노동자는 자신의 해방을 통해 이러한 보편적 인간 해방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해방을 실천하는 것 역시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행하는 것이라고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부르주아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높은 곳에 존재하는 구원자” 신화를 비판한다. 자신이 겪는 억압과 사회 부조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외부에 있는 다른 집단이나 개인이 그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믿음과 태도야말로 이러한 신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산주의 운동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던 1840년대에는, 다양한 분파들이 공산주의와 노동자들의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막 시작한 자본주의의 폭압은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오고 있었다. 마르크스가 치열하게 비판하고 논쟁하는, 공상적이라고 평가받는 많은 운동 조직과 사상가들 또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사상을 펼쳐 나갔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비판하고 경합하는 이러한 사상들과 운동들 가운데에서 외부의 구원자, 해방자를 갈구하는 모습을 발견하며, 그렇기에 마르크스가 이러한 운동과 단절할 수밖에 없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1843년에서 1844년까지는 “혁명이 철학자의 머리에서 시작한다”고 믿었으나, 1844년 6월에 일어난 슐레지엔 직조공 봉기는 그에게 독일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 질서에 반대하여 들고일어나기 위해 굳이 철학자들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1845년 마르크스는 유명한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를 썼는데,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를 일러 “새로운 세계관의 천재적인 맹아”라고 올바르게 규정했다. 독일 관념론과 프랑스 유물론을 모두 대신한 이 실천철학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혁명적 실천 과정에서 민중이 자신의 의식뿐 아니라 물질적 조건까지도 모두 변혁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청년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자신의 혁명 이론을 피억압 계급들의 자기 해방으로 정식화하게 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프롤레타리아트는 기성 부르주아 질서를 전복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스스로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 그의 실천철학과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자기 해방에 대한 헌신 사이에는 변증법적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혁명 이론은 어떠한 형태의 “대리주의”와도 모순된다. 대리주의는 피억압 계급이 누군가 위대한 지도자나 자칭 혁명적 엘리트에 의해 “위로부터” 해방된다고 본다.

마르크스는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산주의자 교신위원회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이렇게 같은 생각을 갖는 동지들을 규합하며 분출하던 해방의 운동들을 잘 포착한 치계적인 사상과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노동자의 자기 해방 운동으로부터 과학적 사회주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를 “마르크스주의의 유효성은 바로 그것의 본성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론이라는 점에 근거한다.”(16쪽), “마르크스는 이러한 경험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특징을 포착하여 다소 막연하고 단편적이었던 공산주의와 자기 해방의 경향을 일관된 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현실 운동을 포착하여 표현해낼 수 있었다.”(46쪽)라고 말한다.

이 책은 역사 유물론에 입각하여 청년 마르크스의 지적 형성과 마르크스주의 혁명 이론의 전개와 발전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흔히 알려져 있는 사건들보다는 그동안 중요치 않게 여겨져 왔던 노동자 운동의 여러 사례들이 마르크스 사상 형성에 끼친 영향들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어, 독자들에게 스탈린주의로 가려진 마르크스주의 운동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마르크스가 청년이었던 시절에 펼쳐졌던 유럽 노동자 운동 및 여러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가들의 명과 암도 다시금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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