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예계·팬덤 정풍운동…우월·우환 의식과 강국 향한 초조함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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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예계·팬덤 정풍운동…우월·우환 의식과 강국 향한 초조함에서 비롯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9.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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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토론회]_ 동북아역사재단 〈한·중 문화충돌 원인과 해결 방안 모색〉

 

                                       출처=자유아시아방송(RFA) RebelPepper의 만평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9월 24일(금) 재단 대회의실에서 “한·중 문화충돌 원인과 해결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학술회의는 최근 한중 간에 심화되고 있는 문화충돌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2부로 나눠 진행된 학술회의의 제1부는 ‘세계화와 동아시아의 문화충돌’이라는 주제로, 세계화와 문화충돌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화 충돌양상을 살펴보고, 그 다음 동아시아, 중국, 시진핑 정부로 범위를 좁혀가며, 현재 한중 간 문화충돌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첫 번째 발표자는 임동욱 광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세계화와 문화제국주의: 문화 소비, 문화교류와 문화충돌의 이중주”를 주제로 발제했으며, 두 번째로 박정수 전 한양대학교 연구교수가 “중국 민족주의와 동아시아 문화 갈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윤경우 국민대학교 교수가 “중국의 ‘한류’ 수용과 저항 태도”에 대해 발제를 했으며, 마지막으로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시진핑 정부의 문화정책과 한중의 문화충돌”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제2부는 ‘한중의 문화충돌과 문화 읽기’라는 주제로, 한중 간에 발생한 문화충돌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문화충돌의 시작인 강릉 단오제, 중국 중추절의 한국 추석 기원론, 고려에서 송으로 수출된 고려의 부채, 한중 간의 문화기원 논쟁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를 펼쳤다. 세부 발표로는 박영환 동국대학교 교수가 “한중 문화교류와 충돌, 단오절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이어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중추절의 신라 기원설과 문화 발명권”에 대해서 발표했다. 세 번째로는 구도영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한·중 문화 교류사에서 고려·조선 접선(摺扇)의 의미”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혁희 강원대학교 교수가 “글로벌 시대 민족정체성의 경합과 문화유산-한중간 문화유산의 기원논쟁과 문화다양성·지속가능성을 위한 제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 제1부 각 발제자의 발표 내용 중 주요 부분을 요약 정리했다.

■ 제1부: 세계화와 동아시아의 문화충돌

▶ 제1발표: 임동욱 광주대학교 명예교수 – <세계화와 문화제국주의: 문화 소비, 문화교류와 문화충돌의 이중주’>

임동욱 교수는 세계화가 전면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화교류와 문화충돌을 단순한 문화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문화상품의 이동과 교환이라는 관점에서 볼 것을 제안한다.

현대 제국주의의 하나인 문화 제국주의는 지식, 정보, 인지,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 제국주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영역이 문화제국주의이며, 이 문화제국을 선도하는 것이 세계적 미디어 기업이다. 이들의 목적은 커다란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념이나 가치체계보다는 이익 창출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문화의 교류를 논의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문화교류가 충돌이냐 흡수냐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상품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냐 아니냐의 여부이다. 상품의 교환에는 항상 자본의 논리가 들어있다. 자본(가)의 첫째 목적을 그것이 문화적 상품이든 아니든 간에 이익을 내는 것이고, 그 상품에 문화적 가치, 이념적 가치가 담겨 있느냐의 여부는 부차적 관심사다. 

임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에 의한 문화상품의 통제를 주목한다. 중국정부는 중국의 국가 이념에 반하는 문화상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한편으론 문화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중국의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지만, 다른 한편으론 중국의 문화상품이 다른 나라로 흘러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는 문화시장을 통제하면서 이중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문화시장에 대한 통제는 중국의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문화상품에 대한 역외 수출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문화상품에 대한 통제와 함께 그 문화상품에 담겨 있는 중국의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도 이젠 바뀌고 있다. 고전적 제국주의에서는 국가가 영토 확장을 위해 앞장서서 군사력과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면, 현대 제국주의는 국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세계적 기업들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제국주의 전쟁에서는 국가의 정치력과 외교력이 더 중요하다고 임 교수는 설명한다. 고전적 제국주의에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군사력을 행사했다면, 현대 제국주의에서 국가는 무역 확장이나 경제기반의 조성을 위한 국제기구의 장악, 국제법 마련 등에 주력한다. 군사력은 경제적 기반과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결국 현재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와 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이유도 세계시장 확보를 위한 판매와 유통 거점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문화제국주의

▶ 제2발표: 박정수 전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 <중국 민족주의와 동아시아 문화 갈등>

박정수 교수는 주류 서구학자들과 같이 한국과 중국 간의 문화 갈등의 원인을 중국 민족주의의 부상에서 찾고자 한다. 하지만 중국 민족주의가 본래 공격적이었다는 서구학자들의 주류 관점과는 다르다. 오히려 중국 민족주의가 다분히 방어적이었다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에 그는 동의한다. 

박 교수는 1990년대부터 중국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민족주의 역시 외부로 자신의 힘을 투사하려는 대외 지향적인 목적보다는 국가 통합과 유지라는 대내 지향적인 목적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 민족주의의 방어적인 속성이 오히려 주변국들 간의 문화 갈등을 심화시키고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에 의하면 중국은 제국처럼 국가와 민족의 간극이 크다. 그간 중국의 통합을 이끌었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그 힘을 상실한 이상 간격을 메울 새로운 통합 이데올로기로서 민족주의의 부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중화민족 만들기’는 내적으로는 소수 민족들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외적으로는 동아시아 주변국들과의 문화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홍위병적 대중 민족주의는 문화 갈등의 속도와 범위를 급속히 확대시킬 수 있는 휘발성마저 가지고 있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중국 민족주의가 중국의 통합과 통일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민족주의는 다분히 방어적이다. 방어적이기에 중국으로서는 더 운신의 폭이 적다. 그만큼 더 절대화되고, 위기에 직면할수록 더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소수 민족 분규가 심화되면 될수록 보다 강력하고 인위적인 ‘중화민족 만들기’를 추진할 수 있고, 그러면 당연히 주변국과의 갈등 역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교수는 중국에게만 온전히 그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민족주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일 3국은 문화의 경계 짓기에도 익숙하다. 따라서 그는 중국이 바뀔 수 없다면 우리라도 인식의 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문화 공존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이 꼭 동아시아 문화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국가 문화 중심에서 동아시아 지역 문화로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가 모방을 바탕으로 하듯 새로운 문화가 기존 문화의 교류와 융합에서 나온다고 했을 때 동아시아 문화의 경계 짓기는 동아시아 문화의 퇴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소모적인 감정 대립만 가져올 뿐이다. 박 교수는 역사 왜곡의 문제는 학계의 연구에 맡기고, 중국의 역사 대응에 굳이 감정적으로 같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한다. 우리의 문화 인식이 바뀌면 그만큼 덜 감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제3발표: 윤경우 국민대학교 교수 – <중국의 ‘한류’ 수용과 저항 태도>

윤경우 교수는 “중국 정부는 여전히 외국 문화 상품 수입에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국 내에서 열풍을 일으킬 때면 어김없이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이유로 제동을 건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국내외 유명 연예인과 팬덤을 향해 규제의 칼날을 세우는 원인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이중성을 꼽은 윤 교수는 또 “극도의 배타적 행태를 보이는 중국의 내면에는 오랜 세월 동아시아 패권을 누려온 중화사상에서 발로한 우월의식, 아편전쟁 이후 역사적 굴욕 경험에서 비롯된 우환의식이라는 두 가지 모순된 의식이 자리한다”며 “여기에 중화민족 부흥을 향해 21세기 강국의 꿈을 키우는 과정에서 생겨난 초조함이 한데 섞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강박관념과 불안한 욕구로 인해 중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외부의 태도에 대해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것이 사이버 공간에서 확산되는 중국 민족주의의 특징이며 사이버상에서 표출되는 반한(反韓) 정서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 아이돌 팬클럽을 정조준하는 중국 정부의 정화운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함께 잘 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화두로 내걸고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터넷 감독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달 초 팬덤 문화를 정화하겠다며 아이돌 팬클럽을 단속해 15만 건 이상의 글과 사진·영상을 삭제하고 계정 4,000여 개를 폐쇄 또는 일시 정지시켰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의 아이돌 추종 문화는 한국이 근원’이라며 정화운동 대상으로 한국 아이돌을 지목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외국 문화 수용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한 윤 교수는 “한국 연예인들이 무질서한 팬덤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의 이면에는 아이돌 팬클럽이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를 독점해 중국 정부 정책 노선의 선전이 가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새로운 규제로 한국 콘텐츠를 비롯한 외국 문화 진입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자국 문화의 해외 진출은 공격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국 대외 문화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또 하나의 패권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제4발표: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시진핑 정부의 문화정책과 한중의 문화충돌>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 사회주의와 전통문화는 동일체’, ‘서구 문화와 민주주의는 동일체’라는 논리를 통해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확산하면서 서구 문화와 자본주의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해, 2004년에서 20015년까지 중국은 한국을 ‘문화도둑’ 혹은 문화침략자라 하여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한국을 ‘문화속국’이라 하여 공세적으로 태도가 변했다. 중국인들은 주변 국가에서 중국과 유사한 문화가 발견되면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중 문화충돌 1단계는 전통의 문화 관념이 주요 원인이었다. 한중 문화충돌 2단계는 시진핑 정부의 문화정책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 시진핑 정부에서는 문화자신과 문화강국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자신은 자국 내 서구화 세력, 즉 민주주의 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문화강국은 시 주석의 외교적 제안인 인류운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것으로, 핵심은 중국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다. 이들 두 문화정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전 세계에 전파하자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이 유독 한국을 향해 문화 공격을 많이 한다며, 그 이유로 첫째, 고대 한국은 스스로 문화를 발명할 능력이 없었다는 전통적 관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문화도둑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이런 전통의 문화 관념이 현재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김 연구위원이 제시한 세 번째 이유는 중국 문화정책이 외부사회로 투사된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문화 부흥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젊은이들은 자문화 우월주의와 문화패권주의적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타문화를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문화교류가 많았던 한국은 주요 타깃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중국 한류 팬 애국주의 대열 투항도 원인으로 짚었다.

끝으로 김 연구위원은 한국 언론에서 종종 사용하고 있는 ‘문화공정’이란 용어는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에서는 동북공정에 빗대어 문화공정이란 용어를 종종 사용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 고대사를 겨냥하고 실시한 역사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파공정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문화공정이란 용어는 쉽게 동북공정을 연상시켜 현재 한중 간의 문화충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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