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여가는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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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가는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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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의 시대: 문화사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와 여가 | 김문겸·이일래·인태정 지음 | 호밀밭 | 424쪽

 

오늘날 여가의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과연 여가는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문화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여가를 탐색한다. 특히 자본주의가 인간의 필수적 활동인 여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하며, 그 결과 발생한 ‘여가 소외’와 지금 우리 시대의 다양하고 새로운 여가문화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자기계발 및 자아확장 기능이 있는 여가가 우리 삶의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라는 점에 주목하여, 여가를 통한 새로운 삶의 구성 가능성과 인간의 해방 가능성을 찾는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현대사회가 인간 삶의 중심에 여가가 자리 잡고 있는 ‘여가의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여가를 꿈꾸고 바란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마친 후의 퇴근 시간, 고단한 가사노동 후의 자유시간, 하루를 온종일 향유할 수 있는 주말 등 현대인은 여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특히 여가는 내가 바라던 삶을 온전히 실현하려는 시간에 가깝다는 점에서 단순한 휴식시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린 여가를 통해 평소에 하고 싶던 취미를 즐기고,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평소에 함께하지 못했던 그리운 가족, 연인, 친구를 만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각자 누리는 여가문화는 달라도, 우린 늘 여가를 꿈꾸고 바란다.

그런데 여가는 우리 자신을 소외시키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 술자리나 접대골프에 몰두하거나, 승진을 위해 퇴근 후 자기계발과 어학 공부에 몰두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양을 익히는 건 이제 사회적 상식에 가깝다. 장시간 노동에 함몰되어 여가시간 자체가 없거나, 등산의 즐거움보다 등산 도구에 더 큰 만족을 추구하고, 시장이 상품화한 여가상품을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심지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 강제로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을 소외시키는 ‘여가 소외’가 오늘날 ‘여가의 시대’의 일반적 모습이다. 우린 여가에 너무 무심해서 노동은 ‘억압’, 여가는 ‘자유’로만 치부하고 여가문화의 각종 소외를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여가가 여전히 꿈과 바람의 영역으로 유효한지 알기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여가의 시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가의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책의 제1장 ‘프롤로그: 자본주의 발달과 여가소외’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여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소개한다. 오늘날 여가가 하나의 사회제도로서 자리 잡은 것은 산업사회의 탄생 및 전개를 통해서였다.

여가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상품과 욕구를 개발하고 이것들이 일상의 탈출과 자기실현을 약속해줄 것이라 홍보한다. 한편 여가는 노동자의 생존,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양한 여가 선택지를 제공하며 끝없고 덧없는 상품소비의 영역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는 제2장 ‘한국 여가문화의 변곡점’과 제3장 ‘IMF와 소비·여가문화의 변곡점’에서 잘 소개되어 있다. 한국의 남북분단 및 국가 주도의 급속한 압축적 경제성장은 다양한 사회문제와 독특한 여가문화를 낳았다. 특히 1980년대의 대중 소비주의와 IMF 사태는 한국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든 변환점이었는데, 그 과정에 심화한 사회적 불평등은 여가산업 및 여가문화에도 상당한 굴절을 가했다.

자본주의는 기존의 여가문화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여가문화를 낳았다. 먼저 제4장 ‘공휴일 제도: 양력설과 음력설의 갈등’은 전통적 여가시간을 변화시키려는 지배 엘리트의 억압 정책과 이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 제5장 ‘관광: 한국 관광의 역사적 변천과정’은 자본주의 관광이 형성된 역사와 특성을 보여주며,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의 관광문화도 소개하고 있다. 제6장 ‘축구: 근대 스포츠와 새로운 여가양식의 출현’은 국가권력과 중산계급에 의한 대중 스포츠의 탄생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여가의 합리화, 온순화, 상업화, 정치화를 살펴본다. 

제7장 ‘마라톤: 육체의 재발견과 축제적 환희’는 중년의 스포츠 문화가 자신의 육체를 재발견하는 새로운 자기체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나르시시즘적인 소시민적 사생활주의로 귀착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 제8장 ‘술집: 기성세대의 가라오케에서 신세대 술집까지’는 기성세대의 가라오케 문화의 형성과 의미, 신세대의 술집 문화의 변천사를 추적하고 술집의 사회학적 의미를 파헤친다. 제9장 ‘유흥문화: 성의 상품화와 대중화’는 전통적인 유흥문화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고도 성장기 과정에서 어떻게 대중화되었는지 소개하고 있다. 제10장‘ 키덜트: 아이가 된 어른들’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키덜트 현상의 양상과 유형을 살펴보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 사회학적 의미를 짚어본다.

그렇다면 여가는 우리에게 대안과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렇다’고 답한다. 즉 여가 소외에도 불구하고 여가는 여전히 인간 해방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여가를 통한 일상적 삶의 회복을 위한 투쟁은 자본주의의 태동부터 존재했다.

비록 자본의 논리가 여가를 굴절시키고 여가를 소외해도, 저자는 주체의 가능성과 역량에 주목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민중의 변증법적 삶의 구성능력은 삶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수 있는 여가를 활용하여 인간 해방의 가능성을 마련한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여가의 시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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