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전쟁, 문제의 해결책은 인간의 독창성과 글로벌 연대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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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전쟁, 문제의 해결책은 인간의 독창성과 글로벌 연대협력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19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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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 전쟁: 인간과 병원균의 끝없는 싸움 | 무하마드 H. 자만 지음 | 박유진 옮김 | 7분의언덕 | 356쪽

 

“지금 인류는 항생제 없는 세상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인간은 과연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2016년 9월에 네바다주의 한 여성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기존 항생제 모두에 내성이 있는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그녀의 죽음은 감염병 전문의와 공중보건 전문가에게 최악의 악몽이 되었다. 어떤 세균은 우리 몸속에서 살며 소화와 면역계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어떤 세균은 우리를 죽인다. 지난 세기, 우리는 수많은 병과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에 의존했지만, 세균은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그 결과 우리는 곧 상상 못 할 거대 규모의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저자는 의과학자, 미생물학자, 유전학자, 과학재단 및 국제기관 종사자 등과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해 진솔한 인터뷰 내용과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항생제 개발의 역사, 전쟁과 항생제의 관계,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을 살펴보면서 인간과 병원균의 끝없는 투쟁사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치열한 순간의 주인공이었던 과학자들의 활약, 노고, 시기와 거짓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자만은 절망적이고 지난한 현재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독창성, 항생물질을 품고 있는 미개발 천연자원, 국가·문화·직종을 아우르는 연대협력이 있는 한,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 말한다.

우리는 항생제라는 보호막에서 태어나 항생제의 강력한 효능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세균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인간보다 한발 앞서왔다. 그 결과 인류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항생제가 급속히 무력화되는 현재 추세로 보면, 인간의 미래는 훨씬 나빠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제왕절개수술이나 외래수술 같은 일반 수술도 난치성 감염증으로 이어지고, 언제든 1918년 스페인 독감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원서와 저자 무하마드 자만

세계 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으로 생기는 ‘슈퍼버그(다제 내성균)’로 인해 매년 70만 명이 사망하고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많다. 한국 역시 세계 기준으로 보아 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에 대한 내성률이 OECD 국가 중 2위며, 카바페넴 내성균 감염증의 발병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수십 년째 나오지만, 조치는 거의 취해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항생제 내성 문제는 여러 대륙, 국가, 문화에 걸쳐 연계된 만큼 우리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이 시대 최대의 공중보건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항생제 개발의 역사, 세균이 내성을 띠는 이유와 원리, 보건위기를 불러온 수많은 요인(전쟁, 탐욕, 자연재해, 세균 공포증 등)과 그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제약회사, 농장주, 기업가, 의사, 정부, 일반인)을 살펴본다. 그리고 과학과 진화를 개인의 선택 및 인류 전체의 행동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일상 감염으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킬 시간이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과학적 혁신, 새로운 항생제 개발 모델, 국가·문화·직종을 아우르는 협력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평화를 위한 헌신’과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을 보살피려는 욕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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